제목: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
• 부제: 가성비의 시대가 불러온 콘텐츠 트렌드의 거대한 변화
• 저자: 이나다 도요시 (황미숙 옮김)
• 출판: 현대지성
오늘 소개시켜드릴 책은 가성비의 시대가 불러온 콘텐츠 트렌드의 거대한 변화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는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이라는 책입니다.
이나다 도요시
1974년에 아이치현에서 출생한 라이터, 칼럼니스트, 편집자. 요코하마 국립대학 경제학부를 졸업한 후 영화배급사 가가 커뮤니케이션(현 가가)에 입사했다. 그 후, 키네마 순보사에서 DVD 잡지의 편집장, 출판 편집자를 거쳐, 2013년에 독립해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아오야마 가쿠인대학에서 2~4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하면서, 콘텐츠 시청 습관을 조사하였다. 학생 중 87.6퍼센트가 '빨리 감기' 시청 경험이 있다는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이것을 계기로 콘텐츠 제작자, Z세대 마케터 등 각계의 인터뷰를 덧붙여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의 출현이 시사하는 무서운 미래」라는 칼럼을 기고했고, 해당 기사는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후 같은 주제를 다루는 여러 시사 프로그램에 나가 해당 문제를 심도 깊게 논의한 결과를 대폭 수정해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을 내놓았다. 이 책은 출간 즉시 일본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올라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는 「세일러운 세대의 사회론」, 『우리의 이혼」 등이 있다.
황미숙
이와이 순지 감독의 영화들이 계기가 되어 시작한 일본어로 먹고 사는 통번역사. 늘 새롭고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즐거움과 깨달음을 얻고, 항상 설레는 인생을 꿈꾼다. 경희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 대학원 일본어과 석사 취득했다. 현재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 출판기획 및 일본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성공 비즈니스, 이제는 뇌과학이다」, 「광고하지 마라」, 「CEO 켄지」, 「진작 이렇게 말할걸」, 「횡설수설하지 않고 정확하게 설명하는 법」, 「평생내공 첫 3년에 결정된다. 」 등이 있다.
봐야 할 작품이 너무 많다
첫 번째로, 봐야 할 작품이 너무 많다. 우리는 역사상 가장 많은 영상 작품을, 가장 값싸게 볼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처럼 방대한 영상 작품을 모두 감상하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현대인은 이미 쏟아지는 미디어와 서비스에 많 은 시간을 빼앗기고 있다. 영상 미디어뿐 아니라 트위터나 인스타그램 같은 SNS도 우리의 시간을 호시탐탐 노린다.
유행을 따라가려면 봐야 할 작품도, 주기적으로 확인해야 할 SNS도 넘쳐나는데 시간이 부족하니 빨리 감기라는 기능이 인기를 끈다. 10~20대 사이에서는 이전부터 빨리 감기가 당연시되었다. 바쁘기도 하고, 친구들이 하는 이야기를 따라가기만 하면 되니까 녹화해서 빨리 감기로 본다', 내용만 대충 보고 세세한 부분은 블로그나 위키피디아에서 확인한다' 등 의 이야기는 옛날부터 있었다.
미디어 플랫폼 '노트'에서 청년들의 트렌드나 소비 동향을 보고하는 「청년 사용설명서」를 보면 2019년 10월 초에 이미 "압축, 배속, 건너뛰기로 영화를 보는 행위는 청년의 기본적인 행동 양식"라는 코멘트가 등장한다. 이 「청년 사용설명서」 는 유메메, 홋치라는 이름의 1995년, 1996년생 여성이 만든다. 유메메 씨의 본업은 2세대를 조사하는 마케터이다. 청년 에 관한 그녀의 분석과 2세대인 자신에 관한 이야기는 다음 장 이후로도 계속 듣게 될 것이다.
시간에서도 '가성비'를 따진다
두 번째 배경으로, 가성비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빨리 감기, 10초 건너뛰기로 영상을 보는 사람들이 추구하는 것은 "시간 가성비'다. 일본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타임 퍼포먼스'라고 불린다.
구글 트렌드에서 '가성비' 라는 단어의 일본 내 검색 인기도를 조사해보면 2010년부터 2013년까지는 10~20였던 인기도 지수가 2019년 이후에는 90을 밑도는 법이 거의 없어졌다. 수십만 명의 팔로워를 자랑하는 어느 경영 관련 인플루언서가 트위터에서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본다고 이야기했을 때도 우호적인 댓글이 많았다.
그들은 영화나 드라마 빨리 감기를 속독처럼 받아들인다. 속독처럼 훈련을 통해 영상 작품을 효율적으로 감상할 수 있 다고 여기는 것이다. 가벼운 자기계발서라면 몰라도 왜 영상 작품에서까지 가성비를 추구할까? '인기 있는 작품을 보고 싶 어서'라는 말만으로 충분한 이유가 될까?
청년층 리서치, 대학 강의, 구직 지원 등을 통해 대학생들과 접할 기회가 많은 '하쿠호도 DY미디어 파트너즈' 미디어 환 경연구소 모리나가 씨의 말에서 그 힌트를 찾을 수 있다. 모리나가 씨에 따르면 대학생들은 취미나 오락에서 쉽게 무언가 를 얻거나 빠르게 전문가가 되고 싶어 한다. 그러면서도 멀리 돌아가는 것은 꺼린다. 방대한 시간을 들여 몇백 편, 몇천 편 의 작품을 보거나 읽는 과정,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자기만의 관점을 얻는 과정, 결국에는 인생작을 만나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과정을 전혀 선호하지 않는다.
그들은 "봐야 할 중요한 작품의 목록을 알려 달라"고 한다. 지름길을 찾는다. 작품을 감상하는 시간이 그들에게는 낭비 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시간 가성비가 나쁜 것을 두려워하며, 이를 '타임 퍼포먼스가 나쁘다'라고 형용한다.
정의를 분명히 해두자. 감상'의 목적은 행위 자체이다. 모티브나 테마가 숭고한지, 예술성이 높은지 어떤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작품을 접하고, 음미하고, 몰두하는 것만으로 독립적인 기쁨과 희열을 느낀다면 '감상'이라고 할 수 있 다. '소비'에는 다른 실리적인 목적이 수반된다. '화제를 따라가기 위해', '다른 사람과 소통하기 위해 작품을 보는 행위가 이에 속한다.
식사에 비유하면 '감상'은 식사 자체를 즐기는 것이고, '소비'는 영양을 계획적으로 섭취하기 위해 혹은 근육을 키우기 위해 먹는 것을 말한다. 감상' 으로 이어지는 '작품과 '소비'로 이어지는 '콘텐츠'는 '양’ 이라는 잣대로도 구별할 수 있다.
콘텐츠는 본래 '내용물'이나 '용량'을 의미하며, 전자매체상의 정보나 제작물을 가리키는 용어로 사용되었다. 이러한 경 위로 보건대 '콘텐츠'라는 호칭에는 처음부터 수치화할 수 있는 양(데이터 크기나 시청에 필요한 시간)으로 환산하여 정보를 파악하려는 의지가 들어 있었던 셈이다. 그래서 '단시간'에 '대량' 으로 소비함으로써 얻어지는 쾌감이 만족 요소에 들어간다.
영상 작품은 시청자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느냐에 따라 '콘텐츠'로 불리기도 하고, 작품'으로 불리기도 한다. 시청자를 영상 작품을 '소비'할 수도 있고 '감상‘ 할수도 있다.
세 번째 배경은 대사로 모든 것을 설명하는 영상 작품이 늘어난 데 있다. 본래 영상 작품에서는 배우의 표정으로 슬픔을 드러내고, 땀을 닦는 동작으로 곤란한 상황임을 나타낸다. 배우가 "슬프다", "어떡하지" 등을 입에 담을 필요가 없다.
그런데 요즘에는 자신이 기쁜지 슬픈지, 지금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를 배우가 대사로 일일이 설명하려는 작품이 많다. 연출을 보고 읽어낼 필요가 없어진 셈이다. TV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 제1회. 주인공 카마도 탄지로가 눈 속을 달리면서 "숨이 차다. 얼어 있던 공기 때문에 폐가 아프다"라고 말한다. 눈이 쏟아지는 가운데 절벽에서 낙하하고는 '"눈 덕분에 살았군”이라고 한다.
"재미있다는 것을 어느 정도 보여주지 않으면 잘되기 힘든 시대인 것 같아요. 수수께끼에 둘러싸인 내용을 즐기는 사람들이 줄어든 세상이거든요."
시간을 아끼고 싶어한다
"오로지 출연자를 보고 작품을 고르기 때문에 스토리상 재미나 감동은 별로 중시하지 않아요. 코로 나를 계기로 넷플릭스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 가입했는데 넷플릭스는 보통 속도로 본 적이 거의 없어요. 같은 작품을 볼 수 있다면 빨리 감기를 못하는 아마존 프라임보다 빠르게 건너뛸 수 있는 넷플릭스로 시청하죠"
"연기 구성이나 대사 타이밍은 무대를 보면서 즐기기때문에 영상에서까지 그걸 추구하지는 않아요. 영상을 볼 땐 내 마음대로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는 재미나 '편안함'을 추구해요."
스토리를 중시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감정 묘사 중심이 아닌 전개 자체가 재미있는 작품이요. 단순히 싸우기만 하는 작품은 행간을 읽지 않아도 이야기가 통하니까 1.25배나 1.5배속으로 보죠."
색다른 시청 방법이라는 생각은 안 해
이때 빨리 감기 사용에 찬성하는 입장으로 출연한 사람은. "1시간짜리 드라마 를 5분 30초면 본다. 줄거리 소개 글을 읽고 그 내용이 나온 부분까지는 아예 건너뛰거나 10초씩 건너뛰면서 '줄거리에 나온 장면이 여기구나'를 확인한다"라고 했다.
29세의 다른 남성도 "TV 프로그램의 녹화는 1.3배속, 유튜브 영상은 2배속, 애니메이션(앱으로 시청) 영상은 2배속"으 로 본다고 말했다. 보고 싶은 작품이 많아서 보통 속도로 보면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영상을 빨리 감기로 보는 경우는 주로 두 가지였다. 첫째는 《도쿄 리벤저스>나 《테니스의 왕자)처럼 '본 방'을 사수하기 위해 미리 '예습'하는 경우, 또 하나는 주위에서 "이거 요즘 난리래"라며 추천받은 경우다.
그녀는 10초 건너뛰기도 애용한다.
"예를 들어 《도쿄 리벤저스>에서 주인공 집에 남자아이들이 모여 왁자지껄하게 떠드는 일상적인 장면은 건너뛰죠. 하 지만 싸움 장면은 건너뛰지 않습니다." 일상적인 장면에 중요한 정보가 있을 가능성은 없을까?
"음. 그 장면을 제대로 본다고 해도 기억에 남는 건 아마도 싸움 장면뿐일 거예요. 어차피 나중에는 기억도 안 날 텐데 굳이 제대로 볼 필요가 있나요? 그래서 저는 어떤 작품이든 평범한 장면은 대부분 건너뛰어요."
"추리 드라마에서 범인이 분명해지면 이후 과정은 건너뛰어요. 어떤 드라마에서는 제일 먼저 나온 여배우가 너무 흐 화 캐스팅이라 아무리 생각해도 이 사람이 범인이겠다 싶어서 후반까지는 그냥 건너뛰었죠.
예비 지식 없이 봤다가 이야기의 세세한 부분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디테일한 연출을 놓치 는 경우 괜스레 애매한 느낌이 남는 단다. 그럴 바에야 오히려 처음부터 알고 보는 편이 낫다고 한다.
"예고편을 보면 두 사람이 헤어진다는 것쯤은 알 수 잇닿아요. 결말은 아무래도 상관없어요. 연애 영화는 과정이 중요 하니까요."
패스트무비가 유행하는 이유
'작품 전체 내용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패스트무비'를 이길 것은 없다. 어째서 그렇게 하면서까지 내용을 빠르게 알고 싶은 걸까? 그야 친구들과의 대화에 낄 수 있고, 결말까지 알았다는 만족감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무료이다
그들은 "본편이 길어서, 전체를 보기 귀찮아서가 아니라 이 또한 하나의 장르로 즐긴 다"라고 했다.
빨리 감기, 건너뛰기, 요약본. 이런 시청 습관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많은 사람이 이런 감상법을 즐기고 있었다.
"이슈를 따라가기 위해 새로운 작품을 하나라도 더 본다"라는 취지로 빨리 감기, 건너뛰기를 애용하는 것과 같은 작품을 반복 시청하는 행위는 모순되지 않는가?
“새로운 걸 보는 데는 체력이 필요해요. 처음 접한 작품을 빨리 감기로 본 탓에 남들이 하는 이야기를 따라가지 못해 서 자꾸 생각하게 되는 게 귀찮고 피곤해요. 그럴 바에야 잘 알고 있는 걸 반복해서 보는 편이 더 기분 좋죠."
‘감상'할 작품과 '정보를 수집할’ 작품을 구분
예술 - 감상 - 감상 모드
오락 - 소비 - 정보 수집 모드
'보고 싶다'가 아닌 '알고 싶다'
영화나 드라마를 빨리 감기로 보는 데는 거부감을 느끼면서 뉴스나 정보 프로그램은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도 많다. 전 자를 '예술 감상', 후자를 정보 수집'이라고 구분 지어 생각하기 때문이다. 만약 영화나 드라마도 정보 수집 대상이라고 여기면 빨리 감기를 하는 데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빨리 감기를 하는 사람들이 '정보' 측면에서 우위를 차지하려 한다면 '알고 있는' 것만으로 충분하니 내용의 세세한 부 분까지 신경 쓰며 작품을 음미하는 과정은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은 돈을 지불하는 동시에 상품을 받으면서, 대가를 치르고 무언가 얻은 기분을 실감한다. 그만큼 상품을 가치 있게 여기고 낭비하지 않으려 애쓴다. 하지만 월정액 자동이체로 한 달 이용권을 구입할 때는 돈을 지불한다는 감각이 옅어진다. 그러니 영상을 아무렇게나 대해도 큰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빨리 감든 건너뛰든 상관이 없어진 다. 다른 일을 하면서 보거나 그냥 흘러가듯 봐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OTT가 등장하기 전, 집에서 영상을 시청하려면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케이블 방송만 해도 월정액으로 일정 금액을 지불해야 했고, 비디오나 DVD 대여의 경우 편당 수백 엔의 대여료를 내야 했다. 대여와 반납을 위해 직접 오가는 수고도 있었다. 그 정도 비용과 수고를 들이지 않으면 영상 작품을 볼 수 없었다. 그러니 영상 작품을 많이 보는 이들은 그만큼 금전적, 시간적 비용을 지불할 각오가 있는, 즉 영상 작품에 그만한 애정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그 상황은 정비례 직선 그래프로 나타난다.
하지만 큰 비용 없이 대량의 작품을 볼 수 있는 환경이 정비되자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영상 작품에 그리 애정이 없는 사람도 수많은 영상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완만한 곡선 그래프로 나타난다(표4).
십수 년 전, 필자가 대선배였던 편집자로부터 들은 말이 떠오른다.
"정말로 사람들이 읽었으면 하는 원고는 무료 잡지에 실으면 안 돼. 저렴한 가격이라도 제대로 값을 치르도록 해야지. 사람은 공짜로 손에 넣은 건 소중히 여기지 않으니까."
2장
대사로 전부 설명해주길 바라는 사람들
모두에게 친절한 세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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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사가 쉬운 영화를 원하는 이유
작품에서 대사로 설명하는 부분이 늘어나는 이유 중 하나는 각본을 읽은 투자사가 '어렵다'는 의견을 자주 내기 때문이라고 한다. 투자사들은 관객을 위해서 '이해하기 쉬운 각본'을 추구한다.
이해하기 쉽게 만든 결과는 무엇?
"긴박감이나 재미가 사라지는 전 당연하고, 일일이 설명해주면 보는 사람의 생각이 거기서 멈추거든요: 그러니까 이 해하기에 살짝 어려운 정도로 만들어서, 조금은 시청자들이 따라오도록 해야 재미가 있어요. 각본이야 두 방향으로 타 쓸 수 있지만 어느 쪽을 택할 건지 물어보죠."
'이해하기 쉬운 것'이 환영받는다. ***
이해하기 쉬운 것'이 대접받는 세상이다. 극단적이고 선정적인 의견을 짧고 시원하게 외치는 사람이 인터넷에서 팔로워를 모으기 쉽다. 어느 인플루언서가 2021년 8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홈리스는 살 가치가 없다"라고 말해 이슈가 되었다.
블로거이자 경영자인 야마모토 이치로 씨는 유튜브에 대해 "더 과격한 언행으로 조회 수를 올리는 자가 이기는 게임으로 팬 문화를 넘어 일종의 종교와 비슷하다"라고 한 후에 이렇게 말을 이어갔다.
"책이나 학설에서 그럴 듯한 지식을 주워 담아 시청자 눈높이로 알기 쉽게 말해줌으로써 신자를 끌어 모읍니다. 신자들은 운영자가 다루는 주제에 대해 잘 몰라도 돼요. 필요한 건 알기 쉽게 딱 잘라 말해주니 잘 몰라도 알고 있다는 느낌, 이해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죠. 그때부터는 운영자가 '의문을 품지 말고 나만 믿고 따르라'고 하게 되는 거예요." 이 인플루언서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는 6개월이 지난 지금 (2022년 2월)도 약 230만 명을 유지하고 있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의 구조도 비슷하다. 운영자는 유료 회원들에게 극단적이고 선정적인 의견을 계속 외친다. 그 의견에 찬성하는 유료 회원만 모인 폐쇄된 공간이므로 반대 의견 등 잡음이 끼어들기 어렵다. 샛길은 없고, 최단 거리로 일치된 '답'에 도달한다.
어떤 논점이나 문제에 대해 찬성과 반대 의견이 바삐 오가면 그만큼 소통에 힘이 든다. 즉, 불쾌해진다. 이런 불쾌함을 피하기 위해 빠르게 정답을 알려주는 곳에 사람이 모인다. 영상 작품도 마찬가지다.
더 짧고, 더 구체적으로 ***
‘짧게' 하기는 이해를 돕는 지름길이다. 2010년대 초부터 폭발적으로 보급된 트위터는 게시글 당 글자 수를 140자로 제 한하고 있다. 이를 통해 가급적 짧고, 간결하고, 빠르게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사상을 10년에 걸쳐 인터넷 공간에 심어 두었다.
인터넷 기사가 조회 수를 늘리기 위해 "제목은 직설적으로, 내용은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게, 결론은 한 줄로 써라"를 금과옥조로 삼는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다.
라인LINE에서 운영하는 '라이브도어 뉴스'에는 고작 수백 자의 짧은 뉴스 앞에도 '간단히 말하면'이라는 세 줄 요약이 붙는다. 베스트셀러 도서의 내용을 요약해주는 서비스도 인기를 끈다. "책 내용을 한 장으로 요약해드립니다", "5분 만에 읽는 요약", "바쁜 직장인을 위한"이라는 홍보 문구를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다.
요즘에는 출판사에서도 공식적으로 자사 도서의 요약본을 제공한다. 바쁜 서점 MD에게 책 내용을 알려주기 위해서 다. 요약만으로는 작품의 깊이를 제대로 알 수 없다는 이상론은 출판 현장에서 거의 무의미하다. 매일 대량으로 간행되는 책의 홍수 속에서 어느 한 권을 골라 좋은 위치에 진열하게 하려면 이목을 끌 만한 내용이 필요하다. 일반 독자뿐 아니라 책 전문가인 서점 직원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설명식 대사'와 짧고 간결하게' 라는 지시가 언뜻 상반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다양하게 해석될 여지가 있는 복잡 한 사건을 오해 없이, 단일한 의미로 단순화한다는 의미에서 이 둘은 동일하다.
좋은 예가 라이트 노벨 light novel의 제목이다. 라이트 노벨의 정의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다. 장르와 경향에 따라서는
'판타지 소설', '라이트 문예', '신문에' 등의 호칭도 존재하지만 여기서는 '만화나 애니메이션 느낌의 삽화와 표지를 사 용하고, 순수문학에 비해 가독성과 오락성이 강조된 소설' 정도로 해두자('젊은 층 대상 작품'이라고 정의하는 경우도 있지만 요즘 라이트 노벨 독자를 보면 젊은 층만 있는 것은 아니다).
라이트 노벨을 살펴보면 제목이 대체로 길다. 제목이 내용을 설명하여 줄거리 역할을 대신하기 때문이다. 다음은 모두 최근 10년 내 인기작 들이다. ***
『던전에서 만남을 추구하면 안 되는 걸까?」 「전생했더니 슬라임이었던 건에 대하여 「소꿉친구가 절대로 지지 않는 러브 코미디 『여성향 게임의 파멸 플래그밖에 없는 악역 영애로 환생해버렸다.
『마왕학원의 부적합자~사상 최강의 마왕인 시조, 전생해서 자손들의 학교에 다니다~」 「예를 들어 라스트 던전 앞 마을의 소년이 초반 마을에서 사는 듯한 이야기」 오해할 여지가 없다. '상품 설명'으로는 이보다 더 친절할 수가 없다. 본문을 전부 읽어야만 비로소 제목에 담긴 깊은
뜻이 이해되는 작품은 상품으로서 가치가 떨어져버렸다.
시청자에게 외면 받는 영상의 특징
이야기에 설명이 너무 많으면 시청자는 생각하기를 멈춘다. 다르게 말하면 대사로 모든 것을 이해하려는 사람은 행간에 숨은 뜻을 읽고 사고하려는 마음이 없다. 난해한 내용을 싫어하는 시청자
이런 것도 평론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예전보다 관객이 유치해졌고, 그에 따라 설명이 과도한 작품을 많이 만들어내게 되었다고 결론짓는 것은 성급하다. 예나 지금이나 '유치한 관객'이 있다는 건 변함없다. 그런데 그들이 세상으로 나오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 바로 인터넷과 SNS의 발달이다.
20년 전, 30년 전에도 '유치한 관객'은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그 유치함을 작품 탓으로 돌릴 수단이 없었 다. 2000년대 초에도 블로그와 익명 게시판은 있었으나 다수의 민심을 대표하지는 못했다. 그러다가 2000년대 후반 이 후 트위터를 비롯한 SNS가 생겨나고 보급되면서 누구나 무료로 작품에 대한 감상을 적을 수 있게 되었다.
이때 가장 하기 쉬운 말이 잘 모르겠다(그래서 재미없었다)"이다. 여기에는 논리적인 설명이나 근거가 필요하지 않다.
이런 감상이 폭발적으로 퍼지고, 이에 동조하고 부응하는 의견이 많아질수록 투자자나 제작자는 이 의견을 무시하기 힘 들어진다. 결과적으로는 이들을 관객으로 붙잡기 위해 작품에 설명식 대사가 늘어난다.
한 40대 각본가는 과거에 각본 회의에서 있었던 일을 들려주었다. 다른 각본가가 쓴 시리즈물 시나리오에 이미 방송된 회차에 등장한 내용이 또 쓰여 있었다. 감독에게 중복된 부분을 지적하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시청자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잘 잊어버리니까 괜찮아요. 아무도 신경 쓰지 않습니다."
이해가 안 되면 재미도 못 느끼는 이유
자막이 가득한 프로그램이 많아지면 시청자는 설명에 익숙해지고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게 된다.
"설명이 많은 프로그램에 익숙해져서, 설명이 적은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무언가 놓치고 있다는 기분이 들죠. 그래서 빨리 감기를 하거나 자기도 모르게 스마트폰으로 손이 가는 겁니다.”
실제로 빨리 감기 시청이 습관화된 사람들은 종종"보통 속도로 보면 답답하다. 1.5배나 2배 정도가 딱 좋다"라고 말 한다. 또 젊은 층에게 TV보다 더 친숙한 유튜브 영상은 대체로 지상파 방송보다 편집 속도가 빠르다. 중간 중간 쉴 만한 시간이 아예 없고 자극적인 발언이 연달아 나온다. 즉, '정보 밀도가 높다'. 그런 정보 밀도와 속도에 익숙해져서 긴 장면 이나 대사가 없는 장면을 못 견디는 게 당연한지도 모른다. 대학생들이 저마다 " 성격이 급하다"라고 했던 게 떠오른다.
습관이 쌓여 교양이 되고 이해력이 된다. 추상화를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이 몬드리안의 작품을 갑자기 접하게 된 들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모르는 것과 마찬가지다. ***
정보 이해력이 낮은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다는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시각 장애인과 청각 장에 인을 염두에 두코 자국과 음성 해설을 포함하여 제작하는 영화-편집자), 즉 모두에게 친절한 작품 이야말로 좋은 작품이다.
그런데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작품은 어마어마한 참작 노력을 필요로 한다.
"오픈 월드 게임 Open World Game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광대한 세계관을 준비해두는 커죠. 좋아하는 곳을 출자하게 파려고 생각하면 팔 수 있고, 파지 않아도 게임은 즐길 수 있도록요. 어떤 눈높이로 그 세계를 체험할지는 플레이어의 자유고요."(사토 씨)
오픈 월드 게임이란 광대한 가상세계(기본적으로는 3D 공간)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유형의 게임이다. 기본적인 목적이 설정되어 있지만 그 세계에서 어떻게 지낼지는 플레이어의 자유다. 최근 유명한 작품으로는 <젤타의 전설 프레스 오브 더 와이드><년텐도 스위치)와 <크랜드 세프트 오트V) (PSA, PC 등)가 있다.
3장 실패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
- 개성이라는 족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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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을 강요당하는 사회
제1장에서는 구독 서비스의 영향으로 공급이 늘어난 현상, 제2장에서는 작품의 설명 과잉 경향에 관해 이야기했다. 이 두 요인은 빨리 감기 시청의 외적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내적 요인은 무엇일까? 그들 내면에서 빨리 감기를 하게끔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릴수록 빨리 감기에 적극적인 사람의 비율이 높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앞에서 말했듯이 20대에서 60대까지 남녀 중에서 빨리 감기 경험이 가장 많은 이들은 20대 남성(54.5퍼센트), 이어서 20대 여성(43.6퍼센트)이었다. 아오 야마 가쿠인대학의 설문조사에서는 2~4학년(대략 만 19~22세)의 66.5퍼센트가 '빨리 감기를 자주 한다. 때때로 한다'는 쪽이었다.
유메에 씨의 「청년 사용설명서」에도 빨리 감기 시청이 "청년의 행동 상식"라고 나와 있다.
"바쁘지만 친구들과의 대화를 따라가야 하니 빨리 감기로 본다"라는 의견이 10대~20대 사이에서 많이 들리기도 한 다. 그들은 영화나 드라마, 애니메이션의 열렬한 팬도 아니고 그것들을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직업을 가진 것도 아니다.
왜 그렇게 하면서까지 이슈를 따라가려 하는 걸까? 대화에 끼는 것이 예전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중요해진 탓이다. 이를 초래한 것이 바로 SNS에 수시로 접속하는 습관이다.
화제가 된 작품은 가급적 보고 감상을 말해야 그룹의 평화가 유지된다.
광고보다 친구를 더 신뢰한다
게다가 '단톡방 (단체 채팅방)은 한둘이 아니다. 대학 내에서는 같은 과 친구들만 해도 여러 그룹이 있다. 여기에 세미나, 동호회, 아르바이트 친구들, 중고등학교, 어쩌면 초등학교 친구들까지 단톡방으로 영원히 이어진다.
그러니 봐야 할 작품 수가 많을 수밖에 없다.
산더미처럼 쌓여가는 작품 리스트 때문에 의무감으로라도 영상을 보게 된다. 재미라도 있으면 다행인데 1회. 2회를 보고 흥미가 느껴지지 않으면 적당히 빨리 감기를 하거나 마지막 회로 건너뛴다. 대략적인 스토리와 결말만 알아두면 언 제든 이야기에 낄 수 있으니까.
유행할 때 영상을 봐 둬야 한다.
제1장에서 빨리 감기에 적극적인 이들은 "보고 싶은 작품과 '알고 싶은 작품'을 명확히 구분한다는 사실을 이야기했다. 정보 수집의 대상은 말할 것도 없이 '알고 싶은' 작품이다.
작품이 유행할 때 봐두어야 비용 대비 효과가 크다. 가성비가 좋다는 말이다. 영화가 개봉하면 티켓 사진이나 영화관 포스터 앞에서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는 사람이 많다. 이렇게 빨리 가서 봤다고 어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게시물을 본 다른 사람들도 '이때를 놓치면 안 돼'라는 마음이 든다. 그리고 이런 흐름에 올라타기 위해 빨리 감기를 활용한다.
빨리 감기는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다
인기 있는 작품을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사용하는 경향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수십 년 전부터 '보지 않으면 학교나 직 장에서 이야기에 못 끼는' 작품들이 있었다. 다만 그때는 친구들과 만날 수 있는 곳이 교실 뿐이었다. 교실을 나가면 대화를 피해 자신만의 길을 갈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메신저가 어디까지고 따라온다. 도망갈 곳 없이 항상 어떤 반응을 요구받는다.
예전과 지금은 빨리 감기의 성질이 다르다고 한다. 새로운 '목적'이 생겼다.
"옛날 사람들이 빨리 감기를 한 건 자신을 위해서였죠. 콘텐츠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한정된 시간 안에 많은 작품을 보고 만족하려고요. 그런데 요즘은 무리에 속해야 안심이 되니까 빨리 감기를 합니다. 생존 전략인 거죠. “
노래방에서 진심으로 부르고 싶은 곡이 아니라 분위기를 띄울 수 있는 인기곡을 선곡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런 의미에서도 그들은 작품의 감상자가 아니다.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콘텐츠를 활용하는 기술이 탁월한 소비자다.
개성이 있다. 고로 존재한다 ***. 요즘 세대 아이들의 스트레스?
콘텐츠 트렌드에 관한 이야기에서 반드시 언급해야 할 주제가 바로 '들어가며'에서도 말한 '오타쿠'(한 분야에 열 중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편집자) 문화이다. 적지 않은 젊은이들이 무언가에 대해 상세히 알고 싶어 하면서도 방대한 시간을 들여 수백 편, 수천 편의 작품을 보거나 읽는 것은 꺼린다.
오타쿠는 일반적인 사회생활을 포기하면서까지 무언가에 시간과 애정을 쏟는 존재라는 인식이 있고, 사회가 오타쿠를 좋지 않게 보던 시대를 아는 장년층에게 이토록 놀라운 보고는 없을 것이다.
우선 '젊은이들이 왜 덕질(오타쿠를 오덕후라고 부른 데서 파생된 말로 어떤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여 그와 관련된 것들을 모으 거나 파고드는 일-편집자)에 열광하는가'에 대해 생각해보자. 여기에는 그들이 받아온 '개성적이어야 한다' 라는 세상의 압력이 존재한다. 유명 그룹 SMAP의 노래 '세상에 하나뿐인 꽃'의 가사에 등장하는 '넘버원보다 온리원'이라는 말이 시대 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이 곡은 개성을 소중히 여기라는 말을 들으면서 자란 밀레니엄 세대를 타깃으로 발표되어 그 시 대의 가치관과 분위기를 과하거나 부족함 없이 그려냈고 계속해서 불리는 명곡으로 가요사에 이름을 남겼다.
하지만 그런 가치관이 그들을 속박하기도 한다.
“젊은 세대는 평범한 대학에 입학하고, 또 평범한 회사에 들어가는 인생으로는 부족하다고 느껴요. 개성적이어야 한 다는 가치관이 많은 젊은이에게 압박을 준 거죠.”
본래 개성의 존중은 경쟁 사회나 학력주의를 대체하고자 나타난 가치관이었다. 그런데 '개성적이어야 한다'는 외압이 오히려 그들을 괴롭힌다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들에게 개성은 특징이라 기보다 통달해야 할 기술이자 전제조건이다. 컴퓨터를 조작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선민 취 급을 받던 건 몇 십년 전의 이야기다. 지금은 컴퓨터를 사용하지 못하면 아예 취직을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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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적인, 너무나 개성적인 ***
실제로 많은 대학생이 취직을 하려면 남들과 다른 데가 있어야 한다고 느낀다. 당당하게 이력서에 쓰일 '무기'를 원한다.
"그냥 그 사람인 것만으로도 훌륭한 개성인데 무리해서 개성을 만들려고 초조해하는 겁니다."(모리나가 씨)
게다가 그 개성이란 특정 교과에 뛰어나다거나 다소 영어 실력이 좋은 정도로는 부족하다. 10~20년 전까지만 해도 취미란에 자주 등장한 '영화 감상', '독서', '음악 감상, '운동' 등은 이제 낄 수도 없다.
“면접은 물론이고 입사지원서에도 남들과는 다른 나를 보여줘야 하잖아요. 도대체 나다움이란 뭘까? 나밖에 못 하는 건 뭐지? 정말 열심히 생각했어요.”
1 씨는 지원서에 어릴 때부터 배운 발레를 적어왔다. 다만 새로운 사람과 만나서 자기소개를 할 때면 발레보다 더 특별한 개성이 있었으면 했다. 발레면 충분히 희소가치가 있는 개성이 아닌가? 모두가 발레를 배우는 것도 아니고, 또 배 울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그런데도 안 된단다.
"발레를 배웠다고 해봐야 이야깃거리가 없어요."
요컨대 그것에 대해 아는 사람, 익숙한 사람이 적은 개성은 개성으로서의 가성비가 좋지 않다는 말이다. 발레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적은 탓에 화제로 발전하기 어렵다.
"아이돌 그룹 누구를 좋아한다거나 영화, 일반적인 엔터테인먼트가 화제로 삼기에는 훨씬 낫지요." 너무 개성적인 개성은 개성으로서 기능하지 못한다.
남들과 다르고 싶은 Z세대의 뿌리 깊은 욕구 ***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것이 바로 'Z세대'다. Z세대의 정의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지만 대략 1990년대 후반부터 2000 년대에 출생하여 2022년에 10대 후반에서 20대 중반 정도인 이들을 가리킨다. 제1장에서 설문 조사를 한 대학생들과 유메메 씨도 Z세대다.
Z세대는 1960~1970년 출생한 X세대, 1980~1990년 출생한 밀레니엄 세대를 잇는 세대다. Y세대가 '디지털 네이티브', 즉 사회인이 되기 전부터 인터넷과 PC에 익숙한 환경에서 자란 세대인데 반해 2세대는 '소셜 네이티브'로 불린 다.
소셜이란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SNS)를 말한다. 10대 초반부터 스마트폰으로 조작하는 메신저나 인스타그램, 트위터에 친숙한 세대다. 특히, 아래 특징들이 2세대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① SNS를 잘 활용한다.
② 돈을 많이 쓰는 데는 소극적이다.
③ 물질 소비보다 경험 소비를 중시한다.
④ 학교나 회사와의 관계보다 친구 등 개인 간의 관계를 중시한다.
⑤ 기업이 계획한 트렌드나 브랜드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친구들이 추천하는' 것을 우선한다.
⑥ 안정, 현상 유지를 지향하며 출세욕이 적다.
⑦ 사회공헌을 지향한다.
⑧ 다양성을 인정하고 개성을 존중한다.
이를 통해 왜 빨리 감기 기능이나 10초 건너뛰기 기능이 자주 사용되는지 유추해볼 수 있다. ,1,4,⑤에서는 메신저 에서의 공감 강제력이, ②, 3 에서는 DVD나 CD를 비롯한 패키지 콘텐츠를 소유하기보다 구독으로 해결하려는 기질이 연상된다.
마케팅 애널리스트 하라다 요헤이 씨는 밀레니엄 세대와 Z세대의 차이에 대해 밀레니엄 세대는 'SNS에서 비난받고 싶지 않다는 '동조압력'과 '방어의식'이 강했던 반면, Z세대는 주위로부터 나쁘게 보지 않는 범위 내에서 SNS상에 자신을 어필하려는 '동조지향'과 '표현의식'이 강하다' 라고 분석했다.
Z세대도 밀레니엄 세대와 마찬가지로 분위기를 깨지 않으려는 의식을 가지고 있으나 여기에 표현 욕구가 더해 그렇게 된 배경으로는 .
"우리 세대가 사용하던 페이스북은 '사람들과의 연결'을 증시하는 미디어였어요. 하지만 사람들과 지나치게 연결되어 'SNS 피로'를 느끼는 사용자가 속출했지요. 그 반동으로 Z세대는 연결보다도 '표현' 증심인 트위터나 인스타그램을 많 이 이용하게 될 거예요.
친구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그거 듣고만 있어서도 안 되고, 방관자로 일관해서도 안 된다. 메시지를 읽고도 반응을 보 이지 않는 소위 '씹는' 행위는 용납되지 않는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센스 있는 한 마디로 분위기를 고조시켜야 한다.
지나치게 튀지는 않는 개성을 적극적으로 드러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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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에 속하지 못한다는 불안
1980년대나 1990년대에는 개성이 있어야 한다는 압박이 지금만큼 크지 않았다. 오히려 '다수에 속함으로써' 마음의 평 안을 얻는 젊은이들이 많았다. 주류 집단에 속해 있거나 다수와 비슷한 기호를 가지면 크게 틀릴 일이 없다. 모두가 투표하는 정당에 투표하고, 유명한 간식을 먹고, 모두가 보는 드라마를 보는 식이다. 다들 좋다고 하는 것이니 실패할 확률이 적다. 실패하더라도 모두 같이 창피를 당하니 그리 부끄럽지도 않다. 모두가 같이 불평을 말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지금은 문화적으로 주류가 사라졌다. 가치관의 다양성을 추구하다 보니 취미나 취향이 완전히 나누어져 '압도 적인 다수가 좋아하는 것'이 확연하게 줄어들었다.
"옛날에는 자신이 개성 없고 평범하더라도 '반의 대부분 여자애들이 좋아하고, 대부분 남자애들이 좋아하는 무인가 가 있었기 때문에 그것만 잘 알면 안심할 수 있었어요.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초반의 여자아이들은 히카루 건지, 아무로 나미에, 하마자키 아유미 등의 연예인을 좋아했죠. (모리나가 씨)
그때 남자애들이 좋아한 건 (근육맨), (드래곤볼), (슬램덩크) 정도다. 과거에는 '보통' 아이들이라면 으려 좋아하는 것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이 드물다. 취미와 취향이 다양해지고 세분화되고 있다.
"’보통'을 잃어버렸죠. 결과적으로 개성이 없으면 어디에도 속하지 못해 매우 불안합니다. 그런 불안 다문에 무리해서 라도 취미를 가지고 좋아하는 일을 찾으려고 애써요.“ (모리나가)
본래 취미는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것이지만 그들은 느긋하게 기다리지 못한다. 인터넷. 특히 SNS에서 또래의 인플루언서들이 보여주는 반짝거리는 개성이 눈에 자꾸 들어오기 때문이다.
인기 있는 블로거, 일러스트에 '좋아요'가 끊이지 않는 작가, 박식함을 내세운 유튜버, 반짝이는 교우 관계를 자랑하는 학생 기업가 등 '개성 있는' 사람들과 개성 없는 자신을 비교하면 조급함을 느끼지 않을 자가 누가 있겠는가? 밀레니엄 세대나 그 위 세대가 '라이벌'로 삼은 것은 교실이나 직장에서 만나는 사람들뿐이었다. 하지만 2세대에게는 90에서 유명한 또래들이 모두 라이벌이 된다.
“지금 대학생들은 전혀 모르는 사람도 라이벌이 된다고 말합니다. 제가 대학생이던 5년 전에도 SNS를 사용했지만 저와 전혀 접점이 없는 사람까지 라이벌로 생각하는 의식은 별로 없었어요. ***
자기소개서에 적을 요소가 필요해요.
몰입할 수 있는 취미는 어떻게 찾아야 할까요?
어떻게 하면 좋아하는 일을 찾을 수 있죠?
하고 싶은 게 뭔지 모르겠어요. 어떻게 하죠?
온라인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질문이다. 친절한 인플루언서나 온라인 커뮤니티 운영자들이 이런 상담에 답을 내놓는 다. 소속되는 것만으로 안심하던 다수파가 사라진 상황에서 그들은 자신의 자리를 찾고 있다. 속하기만 해도 즐거운 곳 말이다. "그게 오타쿠의 속성입니다. 오타쿠는 멀리서 보면 굉장히 즐거워 보이잖아요.” (모리나가 씨)
이것이 바로 오타쿠 문화, 특히 아이돌이나 애니메이션 캐릭터 혹은 크리에이터 활동을 하는 오타쿠들이 유명해지는 이유다.
"한 분야를 계속 파면서 자신도 '개성'을 갖게 된다고 생각하는 거예요.”(모리나가 씨)
불안을 해소하고 개성도 손에 넣으니 일석이조다. 다만 목적과 과정이 뒤바뀐 것은 아닌가? 옛날 오타쿠는 특정 주제에서 시작해 다른 장르로 관심사를 확대하며 그것을 깊이 이해하는 과정을 즐겼다. SF작품을 계기로 물리학에 관심을 두거나 판타지 작품을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종교나 신화에 관한 공부로 이어졌다. 그렇게 충실한 오타쿠 생활을 만끽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깊이 알고 싶은 마음보다는 안식처를 얻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 정확히 말하면 '안식처가 될 무언가를 필요'로 한다. 그것이 자신을 개성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주어 실리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자기소개서에 적을 만한 요소가 필요한 거죠.”(모리나가 씨)
이력서를 그럴듯하게 내보이기 위해 봉사활동에 참가하거나 동아리 활동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요즘 젊은이들은 '좋아하는 것이나 빠져들 만한 것이 없는' 상태를 1초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어 한다. "고등학교 2학년 정도까지 부모님이나 학교로부터 하고 싶은 일이나 흥미 있는 일에 집중하라는 말만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옛날 젊은 이들은 여자친구나 남자친구가 없는 것에 압박을 느꼈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몰입할 흥밋거리나 관심사가 없는 것, 즉 '최애(가장 좋아하는 것)가 없는' 데서 압박을 느껴요." ***
어쩌면 "좋아하는 사람은 없지만 빨리 결혼하고 싶다"라는 말과 비슷한 현상인지도 모르겠다. 혹은 "지금 하고 싶은 건 없지만 뭔가 하고 싶기는 하다. 그래서 이 커뮤니티에 들어왔다" 일지도 모르겠다.
'덕질' 하나쯤은 필수 ***
'최애'라는 말은 실로 잘 만들어졌다.
“저는 한국 아이돌을 좋아하는데 오타쿠라고 할 정도는 아니에요. 저보다 한국 아이돌을 더 잘 아는 사람이 많거든요.
그래도 제 최애 그룹이 00라고는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요.."(유메메 씨)
'오타쿠'라는 말에는 전문성이라는 높은 장벽이 존재하지만 최애'라는 건 단순히 최고로 애정한다는 뜻이다. '일시적 인 팬'이라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
'오타쿠'라는 호칭이 일반적으로 보급된 것은 1980년대 후반이다. 그 후 20여 년 동안은 부정적인 이미지로 많이 사용되었다. '내향적이고 사회성이 떨어지며 이성 교제 경험이 적고 패션에 둔감한 자' 등의 이미지였다. 오타쿠에 대한 편견과 박해는 일본 애니메이션, 게임, 만화 문화가 국제적으로 주목을 받던 1990년대 전반에 걸쳐 지속되었다. 2000년에 들어 오타쿠 문화가 미디어에 종종 등장하면서 세상은 더욱더 기묘한 눈으로 오타쿠들을 바라보게 되었다.
하지만 2010년대 초반 무렵부터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조금씩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평범한 고등학생과 대학생 중 일부가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이 취미' 정도의 의미로 나는 애니메이션 오타쿠"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과거 자신에 대해 '오타쿠' 라고 칭하는 행위는 자기 비하에 가까웠다. 오타쿠라는 고백은 "나는 사회 부적응자"라고 소개를 하는 꼴이나 다름없었다.
물론 2010년대 초반에도 '어둡고, 무섭고, 기분 나쁘고, 찜찜한 존재로서의 '찐(진짜)오타쿠'를 기피하는 경향은 뿌리 깊이 남아 있었다. 한편으로 '오타쿠'의 의미가 가벼워지고 'OO를 좋아한다'는 정도의 가벼운 의미로 "00오타쿠"라는 말이 널리 쓰이게 된 것도 사실이다.
이후 젊은이들은 '오타쿠' 라는 속성에 큰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지 않고 그것을 하나의 특성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이와 동시에 기존에는 애니메이션, 만화, 게임, 아이돌 등에 국한되어 있던 오타쿠 장르가 '디즈니 오타쿠', K-POP 오 타쿠' 등의 영역으로 확대되기 시작했다.
지금은 '덕후'의 시대
'오타쿠의 캐주얼화'에 대한 비판이나 반발도 있었다. 앞서 말한 '짝퉁' 문제다. 좋아하는 것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팬으로 지낸 기간도 얼마되지 않았으면서 '오타쿠'라고 말하는 데 대한 조소가 늘 따라다녔다.
짝퉁 오타쿠에 대한 비판이 가장 심한 공간이 SNS다. 면식도 없는 프로들이 미지근한 감상이나 얕은 지식에 대해 가차 없이 팩트 폭격을 가하며 수정을 요구했다.소위 말하는 '인터넷 경찰 인 셈이다. 특히 트위터에서는 '오랜 시간을 들인 찐(진짜) 오타쿠가 짝퉁을 철저히 무시하는' 일이 자주 일어났다. 그 결과 어떻게 되었을까?
10대부터 SNS의 쓴맛과 단맛을 모두 봐온 Z세대가 전쟁터 같은 트위터에 일종의 두려움과 불편함을 느끼게 되었다.
범접할 수 없는 비판이 공개적으로 오가는 오타쿠 문화에 발조차 들이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고 여기게 된 것이다.
'조금 좋아하는' 정도로는 "00오타쿠"라는 말을 쓸 수 없다. "2세대 사이에서는 오타쿠라고 말할 수 있는 장벽이 점 점 높아지고 있어요. 살짝 관심이 있는 정도로는 오타쿠라고 할 수 없죠."(유메메씨)
그런 위축된 마음을 잘 파고든 것이 바로 '잘 알지는 못하지만 좋아한다'는 뜻인 '최애'라는 말이다.
자신보다 나은 사람을 금세 발견하게 되는 지옥
"오타쿠가 워낙 많아서 제가 아는건 아무것도 아니에요. 지금부터 열심히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본다고 해도 그 애들이 어릴 때부터 키워온 수준에는 절대로 못 미치죠. SNS에서 나보다 뛰어난 사람을 금세 발견하니까 이길 수 없다고 생각되면 금방 포기합니다. 그럴 바에야 애초에 다른 길로 가는 편이 낫기도 하죠. 내가 좋아하는 걸 좋아한다고 말하기 힘 들어졌다고들 해요. 저도 무척 공감하는 부분이고요.”(유메메 씨)
취미든 개성이든 프로를 쫓아갈 필요는 없다. 그렇게 생각하면 어떤 취미나 학문도 시작하기 전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리라. 그런데 2세대들은 실제로 이런 중압감에 짓눌리고 있다. 새하얀 캔버스를 눈앞에 두고 붓과 그림 도구를 준비하자 마자 친구들이 차례차례 완성한 그림을 제출하고 나간다. 게다가 작품도 아주 뛰어나다. 그런 상황에서 붓을 들고 그림을 그리려면 상당히 강한 정신력이 필요하다. 뛰어넘을 수 없는 상대를 매순간 직시하게 되는 지옥. 단순히 취미로 그림을 즐기기가 어려워진다.
SNS는 한 분야의 최강자를 '바로 곁에 있는 존재'로 직면하게 만들었다. 자신과의 압도적인 실력 차이를 매분, 매초 마다 스마트폰 너머로 확인하게 되는 셈이다. 게다가 손가락만 까딱하면 모르는 사람에게도 말을 걸 수 있다. 얕은 감상은 언제 어디서 비웃음을 당할지도 모른다.
'정답'이 아니면 두드려 맞는 세상
"보는 이에게는 작품을 오독할 자유가 있다" 라고 말했듯이 수용하는 자에게는 해석의 자유가 있다. 그러니 들었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필요하지 않다.
그런데도 다른 Z세대처럼 인터넷을 많이 사용할수록 '틀리는 것'을 극단적으로 두려워한다. 알지 못하는 누군가로부터 엄격하게 비판받거나 비웃음을 사는 참상을 지겹도록 봐왔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감상도 하기 전에 리뷰 사이트를 읽고 범인을 알아둔다. '정답'을 알고 싶어서. "그들은 빠른 정답만 원한다"라고 젊은이들을 비판하기는 쉽지만 문제의 본질은 그게 아니다. 누구든 상처 받기를 꺼린다. 창피당하고 싶은 사람은 없다.
"제너럴리스트의 시대는 이제 끝났어요"
개성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요즘에는 제너럴리스트generalist 보다 스페셜리스트 specialist 지향하는 경향이 강해 지고 있다. 얕고 넓은 지식을 가진 양산형 인재가 아니라 한 가지 재주가 뛰어나 대체할 수 없는 인재를 원한다. 유메메 씨도 "제너럴리스트의 시대는 이제 끝났다고들 해요. 지금은 스페셜리스트의 시대이고 자신의 가치를 얼마나 높이느냐로 승부가 결정돼요"라고 했다.
개성을 추구하는 마음도 '희소가치'를 증시하는 마음과 동일하다. 왜 스페셜리스트를 지향할까? 참고 견디다 보면 좋은 날이 온다는 직업관이 빠르게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많은 회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원하지 않는 업무라도 참고 다방면으로 기술을 익혀라. 그런 인재야말로 넓은 시야로 세상을 볼 수 있다. " 하지만 이 말이 성립하려면 먼저 그 회사가 몇 년, 몇십 년간 변함 =없이 탄탄해야 한다. 하지만 오늘날 어떤 기업이 5년 후에도 지금과 같은 사 =업 규모와 업종을 유지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별일 없던 업계가 천재지변으로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한다. 기술의 진보와 어지러울 만큼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로 빈번한 게임 체인지가 일어난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세상이기에 힘든 일이라도 참고 견디라고 말할 수가 없다. Z세대가 자라 온 시대를 보면 충분히 설득력이 있는 이야기다.
2008년 주식 대폭락, 2011년에 일어난 동일본 대지진, 2020년부터 계속되고 있는 코로나. 그때마다 호조세였던 업계가 갑자기 쓰러지면서 일상에 큰 영향을 주었다. 가구 수입이 줄어들어 학비를 내지 못하고 대학을 그만두는 친구들,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입사 취소에 눈물을 쏟고, 부모님의 처진 어깨를 보며 가슴 아파해야만 했다. 세상은 갑자기 변한다. 내일 일어날 일은 아무도 알 수 없다. 자신의 커리어가 언제 어떻게 위협받을지 모른다. 비즈니스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기술이 내년부터는 완전히 바뀔지도 모른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 자신만의 특별한 개성으로 눈에 띄어야 한다. 그래야 사회에서 선택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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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가성비 지상주의
Z세대는 기댈 곳이 필요하다. 개성 있는 존재가 되려면 더 많은 작품을 봐야만 한다. 그들은 이 과정을 ‘가성비 좋게 해결' 하길 원한다. 그래서 "봐야만 하는(읽어야 하는) 중요한 작품을 적어달라"고 한다.
그들은 재미없는 작품 때문에 시간 낭비하는 일을 피하고 싶어 한다. 수많은 졸작을 거친 끝에 자신만의 걸작을 만나는 희열을 알지 못한다. 가급적 힘을 덜 들이고 돌아가는 길을 피하고 싶어 한다. 이것이 빨리 감기로 영상을 시청하는 동기와 뿌리를 같이 하는 맥락이다.
빨리 감기의 가장 큰 효능은 효율이다. 2시간짜리 작품을 1시간 만에 볼 수 있으니 틀린 말은 아니다. 어떤 영화 리뷰 사이트에는 이런 코멘트도 있었다.
"건너뛰면서 보면 평점이 더 올라갈 텐데.
어차피 재미가 없다면 짧게 끝내는 것이 좋다.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 선이다.
'기분'을 예측하고 싶다
과거에는 '기능을 잘 표현한 이름', 기업의 자세를 잘 표현한 이름', '누가 타깃인지 알기 쉬운 이름'이 성공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상품을 사용하면 어떤 기분을 느낄지 : 이 상품은 어떤 기분일 때 사용하는지' 알기 쉬운 이름이 주목을 받고 있다.
정보 과다로 무엇을 사야 할지 고민인 시대에 직접적이고 감각적으로 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이점"이라고 분석한다. 요컨대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상품'은 환영받지 못한다.
대학생을 가르치는 각본가 고바야시 씨도 이 점을 상당히 의식하고 있다.
“코로나가 터지고 대학 수업에서 구글의 클래스룸이라는 서비스를 사용하게 되었어요. 이후로는 대면 수업을 할 때도 수업에서 어떤 이야기를 할지 사전에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수업 내용을 한 장으로 요약해 학생들이 사전에 볼 수 있도록 말이에요. 예고편 같은 거죠. 무엇을 할지 모르는 강의에는 학생들이 흥미를 갖지는 않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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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은 아낌없이 보여주는 것이 필수
요즘 영화 예고편은 가장 멋진 장면을 아낌없이 보여주어 관객을 극장으로 이끈다. 예고편만으로 결말까지 예상할 수 있는 작품도 있다.
Z세대의 스포일러 소비
Z세대는 '스포일러 소비'라고 부를 만한 뿌리 깊은 습관을 가지고 있다. 2021년 6월에 실린 「2세대에게 유행하는 스포일러 소비란? 실패하고 싶지 않은 젊은이들의 속내」라는 기사에는 "보고 싶은 영화 내용이나 콘서트 곡 리스트, 친구에게 줄 생일 선물 등 무엇이든 사전에 알려주는 것이 트렌드"라는 내용이 있었다. 그 이유는 '실패하고 싶지 않아서'다.
“밀레니엄 세대가 '체험하지 못한 것'에 가치를 둔다면 Z세대는 '체험을 따라가는 것'에서 가치를 찾는다. 그들은 알 수 없는 앞날이나 예상하지 못한 일 '스트레스'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하다."
실패하고 싶지 않은 마음
모든 Z세대가 그렇다고 할 수는 없지만 '멀리 돌아가는 길'이나 '나쁜 가성비'를 두려워하는 이가 많다. 업무에서 효율성을 추구한다면 몰라도 취미는 마음 가는 대로 해도 될 법한데 왜 그토록 두려움을 느낄까? 모리나가 씨는 예전보다 그들을 둘러싼 환경이 친절해진 점을 지적했다.
"어른이 아이들의 기분과 마음을 지나치게 살핍니다. 요즘 아이들은 소중하게 자라 아픔에 약해요. 실패하거나 혼나 거나 창피를 당하는 일에 놀랄 만큼 내성이 약합니다."
무엇보다 그들은 실패 자체에 큰 상처를 입는다. 단순히 실패가 주위에 알려져 창피를 당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아무도 모를 법한 실수조차 싫어합니다. '시시한 작품을 골라 시간을 낭비하는 일'도 거기에 포함돼요."(모리나가 씨)
이런 경향은 '멀리 돌아가는 길'이나 '나쁜 시간 가성비'를 두려워하는 그들의 기질과 직결되어 있다.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진로 교육
'재미없는 작품을 만나 시간 낭비하는 일'을 실패로 여기는 가치관은 도대체 어떻게 형성되었을까?
첫 번째는 진로 교육이다. 배움에서도 가성비를 따지는 것이다. 대학에서는 "5년 후, 10 년 후 로드맵을 그려보라"고 가르치고, 그에 따라 학생일 때부터 이미 치밀한 플랜을 짜둔다. 느긋하게 먼 길을 돌아갈 여유가 없다. '일단 취직한 후에 내 적성이나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을 찾자'는 생각이 허용되지 않는 세상이다.
릿코대학 대학원의 객원교수 우시구로 메구미 씨도 '시간 가성비가 최우선이 된 이유' 중 하나로 2000년대 무렵부터 학교와 직장에서 효율을 추구하기 시작한 풍조를 들었다. 2020년 7월 7일에는 1976년생 탐험가 가루하다 유스케의 트위터가 화제가 되었다. 젊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가루하다 씨의 모험이 사회에 어떤 도움이 되나요?라는 질문에 절규 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상대방이 20대의 지방 신문 기자였음을 밝히고 이렇게 말했다.
"정말 다를 그런 생각으로 사는지 되묻자 사회에 어떤 도움이 될지, 얼마나 생산성을 낼 수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는 압박을 상당히 느낀다고 하더라고요."
늘 '옆 사람을 보는' 세대
또 이들은 SNS로 또래와 자신을 쉽게 비교한다. SNS는 만난 적도 없는 또래의 성공을 계속 바라보게 만든다. 스트레스다. '아직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자신'에게 조바심이 나기 때문이다.
적게 일하고 많이 벌고 싶은 사회
가성비를 중시하는 사람들은 적은 노력으로 최대 보상을 얻고자 한다. 오죽하면 "적게 일하고 많이 버세요"가 덕담처럼 쓰이는 사회다.
'치트'는 앞에서도 설명했듯이 게임을 편하게 하기 위한 손쉬운 방법, 꼼수다. 실제로 시간 가성비를 중시하는 사람은 치트를 좋아한다. 이것만 해두면 부업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정보, '이것만 읽어두면 되는' 자기계발서 리스트, 최소 노력으로 최대 보상을 얻을 수 있는 편한 방법. 물론 비즈니스에서 효율을 추구하는 것은 중요하다. 누구나 수입을 늘리고 출세하고 잘살기를 원한다. 근로 소득만으로는 현 상태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믿음이 팽배하니 치트에 희망을 거는 마음도 이해는 된다.
어느 때보다 시간과 돈이 없는 요즘 대학생
"예전보다 해 야 할 것이 늘고, 작품을 음미할 여유 시간이 줄어든 것이 영화와 드라마를 빨리 감기로 보는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4장 좋아하는 것을 무시당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
‘상쾌해야’ 찾는다
멋대로 하려는 시청자들
이번 장에서는 제2장과 제3장에서 고찰한 빨리 감기 시청의 외적 요인과 내적 요인을 '쾌락주의' 라는 다른 관점에서 다시 고찰해보겠다.
빨리 감기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어떻게 보든 내 자유" "보는 방식을 강요하지 마라". 앞에서 언급한 텍스트론, "문장은 만든 이의 의도에 지배당하지 않고 문장 그 자체로 읽어야 한다"라는 주장과는 조금 다르다. 지극히 가벼운 느낌의 순수함, 빨리 감기를 하는 건 '나에게 더 기분 좋은 형태로 작품을 제공하지 않는 작가의 탓'이라는 생각조차 엿 보인다.
불쾌함을 견디지 못한다
독자는 한순간도 ‘진흙탕’을 맛보고 싶어하지 않는다.
라이트 노벨에서는 러브 코미디도 인기 장르 중 하나다. 왜 러브 코미디가 사랑받는 걸까? X 씨에 의하면 "주인공 커플 이 반드시 이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해피엔딩이 보장되어 있고 두 사람이 꼭 이어진다는 전제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러브 코미디를 선호하는 경향은 스포일러 리뷰 사이트를 읽은 후에 영화를 보는 행동과 가깝다. 불안에서 오는 '감정적 스트 레스'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엔터테인먼트는 그저 스트레스 해소용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게 아니라 스트레스 해소만 추구하면 당연히 그렇게 돼요. 젊은 세대일수록 마음에 여유가 없고 스트레스가 가득하니 그런 경향이 더 심하고요."
"스트레스 해소가 목적이니까 응원하는 팀이 이기는 장면만 보고 싶은 겁니다. 보상을 바라는 마음이 커서' 이긴 시합의 요약 영상만 봐요. 응원하지 않는 팀이라도 좋은 플레이나 점수가 들어가는 장면은 봐요."
"일본 축구는 팬의 고령화 경향을 걱정하고 우려합니다. 스포츠 왕국인 미국조차 팬의 고령화로 골머리를 않는 실정입니다."
아무리 각본이 좋아도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드라마는 시청률이 저조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심각한 사회 문제를 배경으로 그리려고 해도 반드시 코믹 요소를 가미해야 한다. 알아차리기 쉬운 복선이나 권선징악형 카타르시스는 필수다.
머리를 계속 굴리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한 복선이나 심층적인 주제. 고도의 아이러니를 섞은 위트는 외면당한다.
불쾌한 것을 교묘하게 피하고 있다. 잔혹한 장면이 많은 영화를 미리 필터로 거르는 것도 그러한 예다. 소중한 시간을 기분 좋게 보내기 위한 훌륭한 자기방위책이다.
스마트폰 게임의 쾌'락'주의
조금이라도 빨리 게임을 하고, 아이템을 모으고, 경험치를 쌓고, 캐릭터를 육성하고 싶은 플레이어는 스토리를 느긋하게 시청하고 있을 여유가 없다. 스마트폰 게임은 틈새 시간에 하는 경우가 많아서 느긋하게 세계관을 맛볼 시간이 없다. 유저들은 효율적으로 게임을 진행하고 싶어 한다.
게다가 게임을 할 때마다 특정 아이템을 랜덤으로 주는 이벤트가 이를 부추긴다. 그 중에서도 여러 번 시도 끝에 얻어지는 희귀 아이템은 사행성이 높아 큰 비용이 수반된다. 이런 이벤트는 말하자면 도박이다. 게임을 즐기는 것을 뛰어넘어 손쉽고 빠르게 뇌에 기쁨을 주려는 '쾌락주의'다.
많은 플레이어가 아이템을 얻는 즉각적인 쾌락을 위해 게임을 한다.
제1장에서 빨리 감기를 "요리를 믹서기에 넣고 가는 것"에 비유한 유학생 아무개 씨는 무료 게임을 즐기며 관련 논문도 찾아본다. 일반적인 거치형 비디오 게임(닌텐도 스위치나 플레이스테이션)의 플레이어는 '게임을 즐기는' 데 반해 스마트폰 게임의 플레이어는 '자극을 즐긴다'는 것이다. 이 책이 처음에 설정한 '감상'과 '소비'의 구별과도 비슷하다. '감상'이란 그 행위 자체가 목적이고 '소비'는 실리적인 목적을 위해 하는 행위다. 게다가 돈만 내면 능력치가 오른다. 효율'이라는 명분 아래 말이다.
"현대인은 시간이 없어요. 게임에 투자할 수 있는 30분이 있어도 그 30분 안에 확실히 만족감을 얻는다는 보장이 없으면 시도조차 하지 않죠. 그런 점에서 스마트폰 게임은 시간과 돈만 있으면 확실한 만족감을 얻을 수 있어요"(진 씨).
보고 싶은 것만 본다
트위터에서는 '뮤트하는 키워드'를 설정하면 그 키워드가 포함된 트윗이 타임라인에 표시되지 않는다. 불쾌한 화제나 보고 싶지 않은 스포일러를 걸러주는 것이다. 결국 온라인 사이트나 광고 회사는 알고리즘 해석으로 사용자의 관심사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해당 사용자가 흥미를 느낄 만한 기사나 광고를 우선 표시한다.
그러니 관심 없는 콘텐츠는 접할 기회조차 없다. 사용자가 원하지 않는 정보를 차단하는 필터 때문에 마치 안개에 둘러 싸인 듯이 시야가 흐려진다. 이런 인터넷의 성질을 최근 들어 '필터 버블'이라 부른다. 처음부터 목표로 하지 않은 콘텐츠에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낭비라고 생각하고 스트레스를 느낀다.
과거에는 편집자가 야심차게 시도한 기획이나 실력파 기자가 쓴 칼럼이 잡지에 실렸다. 설령 그 기사를 읽으려고 산 것이 아니라 해도, 이왕 샀으니 아까워서라도 한번은 읽게 되고, 예상외로 새로운 영감을 얻어 또 다른 문화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날 예상 외의 콘텐츠 소비는 무용하고 가성비가 나쁘다고 여겨진다.
좋아하는 것만 골라 먹는 '피키 오디언스'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습관이 Z세대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요즘 전 세대의 분위기가 그러하다.
"좋아하는 정보나 콘텐츠만 보고 싶다", 관심이 없는 건 아에 눈에 안 들어왔으면 좋겠다'. 편향되어 있다고 해도 괜찮으니 좋아하는 정보에만 둘러싸이고 싶다". 영상 오락 콘텐츠뿐만 아니라 뉴스 같은 정보도 마찬가지다.
내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야 본다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다" 라는 이야기가 주로 등장한다.
이런 현상이 심화되자 자신이 예상한 대로 흘러가는 전개를 보고 싶다는 시청자의 억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이유로 는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다"라는 이야기가 주로 등장한다.
드라마를 볼 때 먼저 줄거 리를 끝까지 보고 등장인물의 얼굴과 이름, 프로필을 모두 살펴본다고 했다.
공감 지상주의와 타자성의 결여
'마음이 동요하는' 상태를 피하는 현상과 비슷하게 요즘은 '공감성 수치' 라는 말에 공감하는 이들이 많다. 공감성 수치란 다른 사람이 실패하거나 창피를 당하는 것을 보면 자기 일처럼 느껴 부끄러운 기분이 드는 것을 크게 느끼는 사람은 충격적인 장면을 즐기지 못한다.***
결국 영상 작품의 좋고 나쁨을 판단하는 기준이 등장인물에 공감할 수 있느냐 아니냐로 결정된다. 분명 공감도 중요한 요소이다. 하지만 도저히 공감할 수 없는 인물의 행동을 보면서 인간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다양하고 복잡한지 이해하게 되는 것도 감상을 풍요롭게 해주는 요소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세상에는 자신과 완전히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행동하는 '타자'가 존재한다. 그 가치관에 동의할 필요는 없지만 존재 만큼은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 존중은 '마주하고 이해하는' 의무까지 포함한다. 하지만 이야기의 가치를 공감에서만 찾으려는 사람은 '공감하기 어려운 가치관을 마주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일이 익숙하지 않다. 그러려면 큰 에너지가 필요한 데다 가성비가 좋지 않으니 말이다.
결과적으로 자기 생각을 보강해줄 이야기나 말을 찾고 그것만 강화하게 된다. 타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관심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타자에 대한 상상력이 없는 그들은 "세상에 자신과 다르게 느끼는 사람이 있다"라는 당연한 사실을 잊 는다. 혹은 그런 사람을 쉽게 적으로 치부한다.
감정을 절약하고 싶어, 좋아하는 장면만 반복해서 본다
영상을 시청할 때 "기분 상하는 것이 싫다"라고 하는 말인 즉 가급적 마음을 쓰고 싶지 않다는 의미이다. "미세한 감정과 뉘앙스를 알아차리려면 집중해서 마음을 써야 합니다. 피로해지죠. 빨리 감기를 하면서 지나가면 내용에만 집중할 수 있어 서 마음이 편해요"라는 의견도 있었다.
더 직접적으로 “빨리 감기로 보면 감정 이입이 덜 돼서 좋다"라는 대학생도 있었다.
감정을 절약하기 위해 작품에 너무 깊이 빠지기를 꺼린다. 그들은 매일 쏟아지는 대량의 정보와 이야기에 지쳐 있다. 그래서 콘텐츠를 담백하게 접하고 싶어 한다. 매일 돈가스, 스테이크, 카 레를 먹어 더부룩한 위장이 건강한 음식을 찾는 것처럼 말이다.
“새로운 걸 보려면 체력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그런 의미에서 좋아하는 장면만 반복해서 보는 것은 궁극적인 쾌락주의다.
각각 좋아하는 작품을 즐겨찾기로 해두고 자주 보는 이유로는 "마음이 편하니까, "힐링이 된다" 등 다양했다. 그들에게 영상은 '작품'이 아니라 기능성 식품이다. 복용하면 반드시 기대한 효과가 나타난다.
'목적'을 위해 '스토리'를 무시하고 '원하는 장면'만 '반복적으로' 시청하는 영상 포르노는 쾌락주의와 비슷한 면이 있다.
평론을 읽지 않는 시대
요즘은 영화 평론서가 팔리지 않는다. 평론이란 작품에 대해 논하는 글이다. 사전적 설명으로는 '무언가의 가치, 선악, 우열 등을 비평하고 논하는 글'이다. 좋은 점과 나쁜 점을 지적하고, 공평하고 객관적인 시선에서 대상을 논한다. 본디 평론서가 그리 잘 팔리는 장르는 아니지만 이전과 비교해도 판매량이 저조하다.
미지근한 칭찬 기사가 날카롭게 파고들어 객관적으로 분석한 기사보다 조회 수를 얻기 쉽다는 현실은 문화계 작가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체계적인 감상을 싫어하게 된 이유
첫째, 작품을 체계적으로 보지 않고 가성비를 중시하는 젊 은이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체계적으로 본다"라는 것은 특정 감독이나 각본가의 과거작을 시간 순서로 보고 작품의 변 화를 확인하는 것이다. 호러 영화라면 호러 영화, 갱 영화라면 갱 영화 장르의 변천을 쫓아가는 것이다. '누벨바그'나 '아메리칸 뉴 시네마' 등 동시대 영화의 조류를 의식하면서 보는 것, 애니메이션의 경우라면 스튜디오나 작화 감독을 알아보고, '건담 시리즈', '프리큐어 시리즈' 등 시리즈 별로 시청하는 것도 체계적인 시청의 한 예다.
노련한 평론가들은 어떤 작품을 볼 때 유사한 작품이나 만든 이의 과거 작품 혹은 그 작품이 탄생한 시대 배경을 함께 바라본다. 즉 한 작품을 독립적인 시각이 아니라 유기적인 시각으로 살펴본다. 그러면 평론을 읽는 사람도 작품을 둘러싼 세계에 대해 어느 정도의 지식이나 시청 경험이 있어야만 그들의 평론을 음미할 수 있다.
'실패하면 안 돼' 라는 생각으로 추천받고 검증된 작품만 순서대로 보는 감상법은 체계적인 감상과는 거리가 멀다. '체계적으로 보는' 작품 중에는 당연히 졸작이나 자신의 취향에 맞지 않는 작품도 많을 것이다. "봐야 할 중요한 작품의 목록을 알려달라"라고 주장하는 이들과는 맞지 않는 감상법이다. 결과적으로 작품을 체계적으로 받아들일 것을 요구하는 평론과도 멀어지게 된다.
“브라우저 탭을 10개 정도 열어두고 본다"라고 했던 D 씨는 최근 본 영화 중에서 가장 좋았던 작품으로 지브리 스튜디 오의 〈붉은 돼지>를 꼽았다. 하지만 다른 지브리 작품을 보거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다른 작품을 보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유는 '귀찮아서 였다.
라이트 노벨에서는 특히 '다양한 작품을 체계적으로 읽고 비평하는' 분위기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라이트 노벨 연대기 2010-2021‘에도 다음의 내용이 있다.
"라이트 노벨 시장에는 그때그때 유행하는 것은 있어도 고전적인 명작은 없다. 라이트 노벨에는 현재밖에 없다. 블로그 나 트위터 수준을 넘어선 논의도 좀처럼 쌓이지 않는다. 이런 논의가 있다 해도 거의 영향력을 갖지 못한다."
감독을 보고 영화를 선택하지 않는다
‘체계적인 영화 감상법'에서 가장 손쉬운 방법은 감독의 이름을 보고 영화를 골라보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 관계자들은 "감독을 보고 영화를 선택하는 사람이 줄어들었다"라고 입을 모은다.
몇몇대학생에게 최근에 본 가장 좋았던 영화'가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최근 일본 영화가 몇 편 정도 거론되었지만 감 독의 이름은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평론가는 위대한 제너럴리스트
작품평은 하나의 독립된 장르다. 평론은 결코 어떤 작품의 소개 글이 아니다. 상세한 줄거리를 적거나 연구한 해설을 평론이라 부르지도 않는다. 평론은 어떤 작품에 관한 이야기이면서 실은 글쓴이가 '자기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글이다. 그래서 "평론이야말로 작품에 대한 다면적인 관점을 제시하고, 이해를 심화한다"라는 평가를 듣지 않는가.
평론가는 '위대한 제너럴리스트'라고 할 수 있다. 뛰어난 평론가는 다양한 분야와 교양에 통달해 있다. 특정 장르(영화.문학, 음악 등)의 평론가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대중문화나 시사, 학술 및 교양에 걸친 다양한 이해와 견식으로 대상을 다면적으로 논한다.
재치 있는 평론가는 영화를 논할 때 영화의 언어에만 기대지 않는다. 고전문학을 인용하여 지적하고, 인상파 화가의 구 도를 이야기한다. 200년 전 역사 드라마에서 최신의 젠더 문제를 읽어내고, 액션 설계에서 애니메이션 문화가 준 영향을 발견해낸다. 작품 내에서 그려진 일들을 시청자가 결코 생각하지 못한 것과 연결 짓고, 구도의 유사성을 예로 들며. 신선 하게 논한다. 그것이야 말로 평론의 참된 묘미다.
'다양한 지식 분야에 통달한', 틀림없는 제너럴리스트다. 게다가 단순히 지식이 많을 뿐만 아니라 적재적소에 맞는 지식을 찾아내거나 예시를 조합해내는 센스도 탁월하다.
하지만 제3장에서 지적했듯이 2세대는 제너럴리스트에게서 그리 가치를 찾아내지 못한다. 그들이 추구하는 것은 이력서에 쓸 수 있는 한 가지 재능을 가진 스페셜리스트다. 그렇지 않으면 개성이 없다고 간주되어 사회에서 살아남지 못한다 (회사 내에서 희소가치가 있는 인재가 되지 못한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평론 따위는 SNS에 얼마든지 널려 있다?
"작품에 대한 의견은 SNS나 블로그에도 얼마든지 널려 있기 때문에 굳이 돈을 내고 평론서를 사볼 필요가 없다"라는 의견도 많다. ‘누군지도 모를 아저씨가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면서 적은 글'을 읽어본들 정답에 도달할 수 없다. 스포일러 사이트, 위키피디아가 훨씬 더 친절하다. 제대로 기능에 특화되어 있다는 말이다.
그들은 1초라도 빨리 '답'에 도달하기를 원한다. 평론은 너무 돌아가는 길이다. 젊을수록 인터넷 게시물의 신뢰성을 의 심하지 않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논문의 출처 표기에 넉살 좋게 위키피디아를 적은 학생이 있다는 교수의 탄식도 들린다.
그들은 인터넷에 '답'이 적혀 있다고 생각하고 검색해서 나오지 않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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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로 전락해버린 서평
'타인의 일에 간섭하지 않는' Z세대의 처세술
그들은 타인에게 간섭하지 않는다. 즉 비판이나 지적을 하지 않고, 당하지도 않는다. 이는 언뜻 보기에 '타자'를 존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거기에는 나와 다른 가치관을 접하고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행위가 결여되어 있다. 관용이 아니라 단지 연결을 피하는 것뿐이다.
그런 이유로 자신과는 생각이 다른 '타자'의 존재를 마음 깊이 이해하지 못한다. 다른 의견에 부딪혔을 때 '당신과 저는 의견이 다르군요'로 끝내지 못한다. 자신을 향한 비판에도 내성이 없다.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이야기를 들으면 그냥 흘려보내지 못한다. 마음이 흔들리고 '불쾌하다'며 곧장 비명을 지른다. 이는 다양성과는 거리가 먼, 오히려 일종 의 좁은 마음이라고 할 수 있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개성을 존중한다"라는 말에 다른 가치관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경우에 한한다"는 단서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인터넷을 사회와 동일시하면 나타나는 문제
"어떤 작품이 트위터에서 '좋아요'와 칭찬 코멘트를 많이 받으면서 확산되면 원래는 개인의 의견인데 마치 사회 전체의 뜻이 그런 것처럼 보이죠. 여기에 반발하면 자신이 인터넷에서 두들겨 맞는 대상이 되어버릴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있는 것 같아요."
"대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사회를 바라보는 해상도가 낮다는 사실을 통감해요. 인터넷을 사회 전체라고 받아들이 기 때문에 경계심이 무척 강하죠.
TV 방송을 누가 만드는지도 모르니 거기에 대한 경계심도 커요. 이전에 TV를 보지 않는다는 대학생이 워크숍에서 텔레비전 방송국 관계자들과 직접 이야기를 해보고는 "텔레비전 방송 종사자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았으니 앞으로는 오늘 알게 된 분들이 만든 프로그램을 볼 거예요"라고 말했습니다."(모리나가 씨)
인터넷이나 TV로 전달되는 정보를 사회 전체의 의견으로 받아들이며 두려움을 느끼는 경향도 제3장에서 말한 '절대로 틀린 제비를 뽑고 싶지 않다'라는 심리의 발현이다.
5장 무관심한 고객들
앞으로 영상 콘텐츠 시장은 어떻게 될 것인가
'리퀴드 소비'로 설명되는 빨리 감기 ***
2017년, 플로라 버디와 기아나 에커트라는 두 명의 영국 연구자들이 '리퀴드 소비Liquid consumption' 라는 현대적인 소비 개념을 제창했다. 이는 2000년에 폴란드의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y gmunt Bauman이 발표한 「액체 현대 」 (필로소피,
2022)를 기초로 한 것이다. 아오야마 가쿠인대학의 구보타 유키히코 교수(경영학부 마케팅학과)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바우만은 사회 전체가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시스템에 따라 형성된 고체(솔리드) 상태에서 특정한 형태를 갖추지 않고 자유롭게 모습을 바꾸는 액체(리퀴드) 상태로 변화해왔다고 지적했는데 버디와 에커트는 소비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생겨나고 있음을 지적했다. 과거 주류였던 안정적인 소비를 '솔리드 소비(고체적 소비>'라고 한다면 오늘날 보이는 유동적인 소비를 '리퀴드 소비(액체 상태의 소비)'라 고 할 수 있다.
버디와 에커트는 리퀴드 소비의 특징으로 크게 세 가지를 들었다.
① 단명 - 주기가 짧다. 단시간에 다음 소비로, 또 다음 소비로 '이동' 한다.
② 액세스 베이스 - 물건을 구입해서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일시적으로 사용 또는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구입한다. 대여나 공유가 그러한 예다.
③ 탈물질적 - 같은 정도의 기능을 얻을 때 물질을 덜 사용한다.
1. 콘텐츠의 '단명' 으로 이어지는 소비자의 행동
타이밍이 맞아 화제가 된 콘텐츠를 그 타이밍에 시청하지 않으면 이야기에 끼기 힘들다. 그러니 서둘러 시청한다. 관심이 오래 지속되지 않으므로 조금이라도 긴 장면은 빨리 감기, 건너뛰기를 한다. 노래도 시작 부분에 관심이 가지 않으면 후렴구까지 건너뛰거나 다음 곡으로 넘긴다. 다양한 콘텐츠가 손에 잡히는 대로 마구 소비된다.
2. 콘텐츠 소유가 아닌 구독
영상 구독 서비스는 소유가 아닌 일정 기간 시청할 권리를 사는 것이다. 소유권 이전이 아니므로 '챙겨서 봐야 한다는' 압박이나 의무감이 적다. 결과적으로 작품에 대한 애착이 점차 옅어지고 만든 이에 대해서도 무관심해진다.
3. 콘텐츠의 '탈물질적' 측면
앞의 내용과 마찬가지로 영상 구독 서비스가 불러온 영상 콘텐츠의 비소유화를 말한다. 물리 미디어를 통한 콘텐츠 소유를 피하는 경향이 가속화한다. Z세대의 특징인 소유욕이 낮다(물질적 소비보다 경험 소비)는 점과도 일치한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많은 소비자가 '즉각적 만족'을 추구하게 되었고 순간을 즐기기 위한 소비'가 두드러지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러한 소비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콘텐츠가 빨리 쉽게 손에 들어와야 한다. 최단 시간, 최소의 노력으로 콘텐츠를 얻고, 싫으면 금방 탈출할 수 있어야 한다.
영상 구독 서비스와 디지털 기기가 이를 가능하게 한다. 보고 싶은 영화는 생각나는 대로 즉시 손가락 하나만 움직이면 볼 수 있고 지겨우면 가차 없이 정지할 수 있다. 정액제인 덕분에 시청을 중간에 포기해도 죄책감이 안 생긴다. 탈출하기 쉬운 셈이다.
참고로 틱톡이나 인스타그램의 릴스Reels는 1분 내외의 짧은 세로 영상인데 마치 책장을 넘기듯 클릭 동작으로 손쉽게 다음 영상을 볼 수 있다. 살짝 보고 관심이 안 생기면 바로 '다음'으로 넘어간다. ' 최단 시간, 최소의 노력으로 손에 넣고, 싫어지면 바로 탈출할 수 있도록 설계된' 셈이다.
'안심'하는 것이 최대의 과제
리퀴드 소비에서는 '안심'이라는 감정도 중요한 포인트다. 소비자들은 구매 전 자신의 선택에 오류가 없음을 확증 받기 원한다. 이를테면 누구나 좋다고 하는 제품이라면 안심하고 구매한다.
많은 사람이 추천하는 작품이라면 쉽게 좋은 평을 얻을 수 있다. 소통도 활발해진다. 그것이 커다란 마음의 평안을 낳는 다. '아, 다행이다. 보길 잘했다.' 이 책에서 거듭 지적하는 '다수가 좋아하는 것을 봐두면 안심할 수 있는' 심리 말이다.
작품보다 시스템을 사랑하는 관객들
리퀴드 소비의 특징으로 구보타 씨는 특정 브랜드에 집착하지 않기'와 '가성비가 높은 브랜드를 선호한다'는 점도 든다.
이는 콘텐츠를 '단명화' 시키는 것인데 '특정 브랜드'를 감독으로 바꿔도 성립한다. 이것은 '좋아하는 작품'의 의미가 달라졌다고 이야기한다.
"예전에는 감독이나 아티스트 개인에게 주목했다. 그래서 감독의 행동이나 가치관에 관심을 가지고 인터뷰를 찾아 읽었다. 물론 작품을 감상할 때도 감독의 의도를 존중했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서 감독은 그저 끊임없이 계란을 만들어내는 닭 과 같다."
그들은 닭이 가진 '맛있는 계란을 낳아주는 기능'과 '인간을 위해 매일 영양원을 공급해주는 시스템'을 사랑하는 것이지, 닭 자체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그들이 디즈니나 지브리(브랜드)가 좋다고 말할 때 만족도가 높은 콘텐츠를 확실히 공급해주는 신뢰감을 이야기하는 것이지, 그것을 만들어낸 작가 개인에 대한 칭찬은 아니다. 둘은 비슷하 면서도 다르다. 그들은 닭(감독)의 팬이 아니라 달걀(작품)을 고맙게 맛볼 뿐이다. "빨리 감기와 건너뛰기로 영상 작품을 어떻게 보든 모두 시청자의 자유"라고 주장하는 대학생은 그 근거에 대해 생산자'라는 말을 사용해 설명하였다. "제작자가 보통 속도를 시청자에게 강요하는 것은 생산자가 소비자의 니즈에 답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행위에 가깝다.
타깃이 바뀌어야 한다
리퀴드 소비의 수요가 많아지고, 특정 브랜드에 얽매이지 않는 소비자가 늘어나면 콘텐츠 제작자는 비즈니스에 관한 생각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유료 음반과 음원, 콘서트 티켓 판매, 굿즈 매출은 팬으로부터 얻는 수익이다. 이런 수익을 얻으려면 팬이 아닌 이들이 유튜브 등에서 무료로 음원을 들을 수 있는 환경을 갖춰주고 그들의 마음을 사야 한다. 애플리케이션 비용 역시 마찬가지다. 전체 10퍼센트에도 미치지 않는 헤비 유저부터 높은 기능을 제공해주는 대가로 돈을 받고, 대부분의 라이트 유저에게 는 무료로 간단한 기능만 제공한다. 이것이 2000년대 후반에 유행한 '프리미엄'의 내용이다.
하지만 리퀴드 소비자가 증가할수록 핵심 팬에게 지지를 받던 시스템에 결함이 생긴다. 대신 한 명이라도 많은 '일반인'에게 돈을 내게 하는 시스템이 필요해진다. 선거에 비유한다면 부동표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과 같다. 정치에 관심도 지식도 없는 부동표를 획득하려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공약을 내걸어야 한다. 즉 앞으로 콘텐츠 제작자들은 '알아봐주는 사람(코어 팬)에게만 전달되는 양질의 작품을 성실하게 만들기' 어려워진다. 만드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늘 빨리 감기나 건너뛰기를 하는 사람들이 '주요 고객'임을 전제로 해야 한다. 즉 리퀴드 소비가 지배하는 세상에서는 '영화를 빨리 감기 로 보는 사람들'을 무시하고 영화를 만들 수 없다.
물론 다들 이런 현실을 반기지는 않는다. 실제로 바우만은 '리퀴드 모더니티'의 개념을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하고 있으며 바디와 에커트 역시 이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리퀴드 소비든 빨리 감기 시청이든 그것들이 사람들 사이에서 습관이 되었다는 사실은 순순히 인정해야만 한다. 전기가 없었던 불편한 생활로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것과 동일하다. 빨리 감기라는 편리하고 합리적인 시청 스타일도 이제는 내려놓을 수 없는 것이리라.
"핵무기와 같아요. 아무리 부정하려고 해도 이미 핵무기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잖아요. 이제는 핵무기가 존재 한다는 조건에서 앞으로 어떻게 할지를 생각해야 해요.”(구보타 씨)
'팬이 아닌 소비자' 가 중시된다
'팬이 아닌 소비자'를 주요 고객으로 보는 방침은 영상 구독 서비스의 요금 체계에도 나타난다. 과거 비디오 대여점에서는 '신작은 비싸고 옛날 작품은 싼' 것이 일반적이었다. 신작을 빨리 보려면 추가 요금을 내야만 한다.
하지만 현재는 반드시 그렇지도 않다. 이를테면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서는 프라임 회원을 대상으로 최신 인기작을 빨리 마음껏 볼 수 있도록 설정한다. 반대로 개봉 후 시간이 많이 흐른 옛날 작품에 추가 요금을 지불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즉 "신작은 싸고 옛날 작품은 비싸다". 비디오 대여점과 반대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그것은 서비스 제공자 측이 라이트 유저, 즉 리퀴드 소비의 문맥상에서 '팬이 아닌 소비자'를 신규 회원으로 끌어들이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특히 영화나 드라마는 라이트 유저일수록 신작에 대한 수요가 높다. 반대 로 영화 팬일수록 감독이나 장르 때문에 옛날 작품을 골라서 본다. 만약 핵심 팬, 여기서 말하는 영화 팬을 소중히 여긴다 면 신작은 비싸게,, 옛날 작품은 싸게' 해야 한다.
하지만 월정액으로 운영되는 서비스에서 옛날 작품을 얼마나 많이 볼 수 있든 수익은 달라지지 않는다. 매출은 가입자 수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즉 기존의 영화 팬을 요금 면에서 우대하기보다는 '맨이 아닌 소비자'를 하나라도 더 많이 회원으로 만드는 편이 이득이다.
'팬이 아닌 소비자'가 왜 이렇게 늘어났을까? 콘텐츠가 너무 많아서 고르기가 겁나기 때문이다. 책의 처음으로 이야기가 되돌아가 버렸다. 컨설팅회사 액센추어가 2019년 6월에 발표한 「무관심해지는 소비자와 기업이 마주보는 법」이라는 리포트가 있다. 여기서는 '선진국에서는 30~40퍼센트의 소비자가 정보 수집을 하지 않은 채 제품 및 서비스를 구입한다. 소 위 말하는 '무관심' 상태에 있다. 선진국 중에서도 일본은 특히 그런 경향이 강하다'고 분석되었다(표7).
많은 사람이 무언가를 선택할 때 정보를 수집하는 시간과 노력을 줄이고 싶어 한다. 하지만 노력 없이 상품을 손에 넣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 상품 혹은 작품에 애착은 느끼기 어렵다. 제작자가 이를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를 일이다.
한 매체 자료에 의하면 틱톡 사용자의 약 50퍼센트가 "1분 이상의 영상은 스트레스"라고 답했다고 한다.
60년 동안 사람들의 생활은 크게 달라졌다. 여가 시간의 사용 방법도 변했다. 오락의 종류는 상당히 늘어났다. 그런데 영화는 60년 전 그대로다. 영화보다 훨씬 긴 역사를 가진 오페라나 가부키 등의 공연 시간은 대개 영화보다도 길다. 3시 간, 4시간, 때로는 6시간이 넘는 오페라도 있다. 하지만 현재 오페라나 가부키 관람 인구는 영화 관람 인구만큼 많지 않다.
'특별한 취미'라고 할 수 있다. 이대로 큰 변화가 없다면 영화도 언젠가 '특별한 취미'가 되지 않을까?
유튜브 편집 영상(긴 유튜브 영상의 일부 장면을 잘라내어 재편집한 영상>을 보는 이가 많은 것도 짧은 영상을 원하는 사람이 많다는 증거다. 아무리 내용이 좋아도 2시간씩 들여서 소비해야 한다면 부담스러운 게 요즘 세대의 감각이다.
'임팩트 있는 도입부'로 시청자 붙들기
길이뿐만 아니라 작품이 시류를 따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자주 듣는다. 다음은 아오야마 가쿠인 대학에서 수업 후 필자에게 제출한 학생들의 리포트에 적힌 의견이다.
"제작자들은 시청자가 빨리 감기나 건너뛰기를 한다는 인식하에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
"만약 빨리 감기를 하거나 건너뛰면서 보는 사람이 이미 상당수라면 우리가 시나리오 작성법이나 구성에 관한 생각을 바꿔야겠죠.”
다.
"그러니까 숨 쉴 틈도 없이 전체를 단번에 보여주는 구성을 취해야 회차별로 건너뛰면서 볼 가능성이 줄어들 겁니 다."
그런 면에서 제1회에서 시청자를 '사로잡는 임팩트'가 중요하다. 후렴구로 시작하는 가요가 인기를 끌듯이 제1회의 시작 부분에 가장 중요한 볼거리를 가져와야 한다.
“시작부터 갑자기 사건이 터지는 것처럼 이해하기 쉬운 장면을 만들어야죠. 주인공에 관한 정보도 아끼지 말고 일찍부터 확실히 보여주는 겁니다. 몇 회가 지나서야 주인공이 어떤 인물인지 알려주는 방법도 있기는 하지만 요즘에는 그런 작품을 계속 봐줄 사람이 없을 것 같아요."
<이태원 클라쓰>의 구성
처음부터 관심을 끌 만한 장면을 보여주고 그 후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그려주는 방법도 있다. 시작 장면에서 빠져든 시청자는 적어도 해당 장면이 나올 때까지는 시청을 관두지 않는다.
1회의 첫 부분에 여주인공인 이서가 클리닉에서 상담을 받고 약간의 소동을 부린다. 시청자는 이 소녀에게 흥미를 느끼게 되는데 그 다음 이서가 본편에 등장하는 것은 3회부터다. 즉 이서에게 흥미를 느낀 시청자가 이서를 만나려면 적어도 두 회차는 봐야 하게끔 장치를 만든 셈이다. 제3장에서 언급한 "처음부터 하이라이트를 예고처럼 보여주는 TV나 유튜브의 버라이어티 프로그램"과 같은 방식이다.
앞으로 이야기가 어떻게 될지를 예측할 수 없는 전개는 위험하다. 착지점을 처음부터 보여주고 시청자를 안심시켜야 한 다. <이태원 클라쓰>의 경우 '아버지를 살해한 권력자에게 복수하는 이야기' 라는 명쾌한 결말이 초기에 제시되므로 관객은 언젠가 찾아올 그 카타르시스를 계속 기대하면서 안심하고 스토리를 즐긴다.
관객의 입맛대로 즐기는 작품
'오픈 월드'는 게임에서 빌려온 개념이었다. 그는 광대한 세계관을 준비해두는 겁니다. 깊이 파려면 얼마든지 깊이 팔 수 있고 그렇게 하지 않아도 게임을 즐길 수 있게요. 어떤 수준으로 그 세계를 체험할지는 플레이어의 자유예요”라고 한다. 프로 관객과 해당 분야에 지식이 많지 않은 소비자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세계, 깊이 있는 구조를 가진 영상 작품 말이다.
"독해력이 낮은 시청자도 즐길 수 있는 동시에 깊이 있는 스토리를 즐기 고 싶은 사용자도 납득할 만한 다층적인 구조를 지향합니다. 행간에 숨은 뜻을 이해하지 못해도 즐길 수 있게 구성하는 거 죠”
패스트무비를 공식 홍보 영상으로
게임 실황 영상에는 구입하려는 게임이 재미있는지를 알려주는 기능이 있다. 실제 그 목적으로 보는 시청자도 적지 않다.
게임 실황 문화는 게임회사(판매 촉진), 게임 실황자(시청 횟수 증가), 시청자(살지 말지 판단)의 바람을 모두 만족시 키는 '윈-윈-윈WIN-WIN-WIN 게임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영화 회사가 공식적으로 영상 소재를 유튜버에게 빌려주고 일정한 규칙을 따라 그 소재를 자유롭게 편 집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홍보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제작사(홍보, 관객 동원), 유튜버(시청 횟수 증가), 관객(볼지 말지 판단)이 게임 실황과 마찬가지로 각각의 목적을 이루고 '윈-윈-윈'의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
단위 시간당 정보 처리 능력이 높은 사람들
빨리 감기에 회의적인 이들은 '빨리 감기를 하면서 내용을 잘 이해할 수 있는가?"라며 비판하는 한편, 빨리 감기에 적극적 인 이들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여기에 익숙해지면 보통 속도가 슬로모션처럼 느껴져 기분이 별로다"라고 반격한다. 리 감기에 대응할 수 있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단위 시간당 정보 처리 능력이 높은 걸까?
가장 빨리 감기를 많이 하는 영상 장르가 '대학 강의'였다. 그 이유로 "효율적"이라는 대답과 더불어 눈에 띈 것이 그편이 오히려 집중이 잘 된다"였다. 사실 대학 교수 중에는 말이 빠른 사람이 많고 수업도 상당히 속도감이 있다. 그런데도 빨리 감기에 익숙해진 대학생들은 실제로 인간이 말하는 속도가 굼뜨다고 느낀다. 그 차이를 빨리 감기 기능이 메워주는 셈이다.
아베마에는 뉴스 영상이 처음부터 1.5배속으로 제공되는 '아베마 배속 뉴스'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유튜브에는 처음부터 "이 영상은 빨리 감기로도 시청할 수 있습니다" 하고 안내해주는 영상도 있다.
젊은 층의 단위 시간당 정보 처리 능력이 높아졌다는 점에 대해서는 2010년대 초부터 매년 취직 사이트에서 다양한 기업의 신입사원을 인터뷰하는 60대 베테랑 작가도 동의한다. "10년 전과 지금 신입사원은 대화 자체가 달라요." 최근 10년은 유튜브와 OTT가 보급되면서 저렴하게 시청 가능한 영상 콘텐츠'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그 후 최근 2,3년 사이에 빨리 감기 시청과 숏폼을 통한 짧은 동영상의 대량 소비가 습관화되었다.
그들이 매일 대량의 정보와 스토리를 섭취한 나머지 피로감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나 한편으로는 단 시간에 대량의 정보를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 놓임으로써 단위 시간당 정보 처리 능력이 향상되었다.
시청 연령이 점점 낮아진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1인 관람'이 빨리 감기를 부른다
작품 수가 늘어나고 요금은 낮아졌으며 여기에 무선 인터넷의 보급으로 회선 속도 문제도 순식간에 해소되었다. OTT 이용자가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빨리 감기 시청이나 건너뛰기의 기술적 토양이 서서히 마련되었다.
2010년대에는 '젊은 층의 TV 기피' 현상이 급속도로 진행되었다. 이제는 'TV 없이 혼자 사는 대학생이 드물지 않고, 부 모님과 함께 사는 집에 TV가 있어도 "정말 보고 싶은 건 내 방 PC나 스마트폰으로 본다"라는 젊은이가 늘어났다. 앞에 등 장한 A 씨(여성, 대학교 4학년)는 아이패드로 영화나 드라마를 본다. "거실에는 가족들이 있으니 내가 보고 싶은 작품을 보는 게 살짝 부끄러울 때도 있어요."
J 씨(여성, 대학교 2학년)도 부모님과 함께 산다.
빨리 감기 실태의 설문 조사 대상자(대부분 대학생) 중에서 거실 TV를 영상 시청에 주로 이용하는 사람은 전체의 10퍼센트도 되지 않았다.
Z세대의 해방일지
이 책은 지금까지 영상 시청에 있어 빨리 감기, 건너뛰기라는 습관이 현대 사회에 나타난 이유와 배경을 다양한 각도에서 고찰해왔다.
그 기저에는 ①영상 작품의 공급 과다, 2 바쁜 현대인의 시간 가성비 지향, 3 대사로 모든 것을 설명하는 영상 작품의 증가라는 세 가지 이유가 있었다.
①의 배경에는 영상 공급 미디어의 다양화 및 증가가 있었다. 2의 배경에는 SNS로 공감을 강요당하고 '개성이 없으면 살아남지 못한다'고 생각하며, 실패를 두려워하는 현 세대의 특징이 있었다. 3의 배경에는 '얕은 감상'이 많아지면서 '알 기 쉬운 것'이 추구되는 흐름이 있었다. 이러한 배경에서 두드러지는 공통점은 말할 것도 없이 인터넷의 발전과 보급이다.
앞서 말했듯이 2000년대부터 빨리 감기를 위한 기술적 토양이 서서히 정비되어 온 셈이다.
빨리 감기에 쌍심지를 켜던 사람이 있었대
시대를 막론하고 새로운 방법이란 출현 후 얼마간은 비바람을 맞기 마련이다. 지금 빨리 감기나 건너위기라는 새로운 방법은 제작자로부터 쉬이 환영받지 못한다. 기존의 지식인들로부터는 비난의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집에서 레코드를 듣거나 영화를 비디오로 보는 행위가 비즈니스 기회의 확대라는 대의에 늘려 허용되었듯이 빨 리 감기와 건너기라는 시청 습관도 언젠가 많은 이에게 허용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는 '옛날에 레코드 같은 건 진짜 음악 측에 까지 못한다며 쌍심지를 켜던 사람이 있었대"라며 웃는다. 하지만 우리가 그리 멀지 않은 디태에 웃음 을 당하는 쪽이 될지도 모르겠다. '옛날에는 탈리 감기에 대해 일일이 쌍심지를 켜는 사람이 있었대" 하고
마치며
"중년 세대의 젊은이 비판" 이라며 야유하는 의견도 일부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본 분들이라면 아시듯이 그런 시선 은 적합하지 않다. 우선 빨리 감기가 젊은 세대에게서 많이 볼 수 있는 습관이기는 하나 그들만의 습관은 아니다. 게다가 이런 현상을 단순히 비판하기보다는 수면 위로 끄집어내어 논의를 시작해보고 싶은 게 원래의 목적이었다. 깊이 고찰할수 록 이 습관 자체는 우연히 드러난 현상 중 하나에 불과하고 땅속에는 말도 안 되게 넓은 '뿌리'가 있음을 확신했다. 그 뿌 리는 국경을 초월해 뻗어 있었고 이국 땅에서는 전혀 다른 꽃이나 과일로 땅 위에 얼굴을 내밀고 있을 터였다. 즉 언뜻 보 기에 전혀 다른 현상으로 보이는 것들(빨리 감기, 설명이 과한 작품의 증가, 경제 침체, 인터넷 발달 등)이 실은 같은 뿌리로 이어 져 있었다. 그런 뿌리를 손질 없이 만연하게 만든 토양은 대체 무엇인가? 그것이 이 책에서 밝히고 싶었던 내용이다.
9편의 기사를 바탕으로 책을 구성하면서 빨리 감기가 현대사회의 어떤 점을 나타내고 있으며 창작 행위의 어떤 본질을 드러내고 있는지를 파헤쳐보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소비'와 감상'의 시점을 오가며 엮은 미디어론이자. 커뮤니케 이션론이고, 세대론이자, 문화론이다.
[Book report after reading]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 제목을 보면서 그런 사람들이 있겠지! 우리 딸도 자주 그렇게 보는데 나도 시간이 없으면 빨리 감기로 보고 근데 그게 왜? 어때서? 뭐 이런 걸 가지고 책을 썼을까? 싶었는데. 이런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사소한 소재로 시대의 트렌드를 접목시켜서 분석해 볼 수도 있는 것이구나 싶고, 관찰력과 섬세함이 얼마나 뛰어나면 이런 해석을 끌어낼 수 있을까 싶었다.
이 책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시간 가성비 시대를 선도하는 Z세대의 콘텐츠 시청 습관 트렌드‘
책을 보면서 느꼈던 것은 ‘이렇게 빨리하는 문화는 한국의 문화 아닌가? 한류가 세계인을 감동시켜주는 현 시대에서 영화 감상법도 한국인의 빨리빨리 스타일을 따라하는 것인가?
우리는 응용능력과 빠른 적응력으로 세계 반도체 시장을 석권하였는데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더 빨리빨리 하는 나라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이 시대의 흐름이 빨리빨리이고 모두가 이걸 따라한다면 한국인의 특징인 이 문화가 퇴색이 되면 어떻게 할까?
만약 그런 사회가 실현된다면 우린 또 어떤 한류의 문화로 Value를 찾아서 무엇으로 그들을 리드하고 더 진화해야 할까? 현재 우리에게 당면한 과제 인가?
어쩌면 이건 한가지만 보고 너무 크게 부풀려 생각을 한 것은 아닌가 싶다.
시청자들의 범위가 광범위해지고 다양해지면서. 누구나 쉽게 방송을 접할 수 있고 평가를 할 수 있게 되면서 오히려 시청자들의 평균 수준이 하향 평준화된 것이 아닐까? 그러다 보니 그들이 원하는 바로 빨리 감기로 보아도 될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이해되는 영화가 만들어진 것 같다.
책에서는 ‘요즘 사람들은 단위 시간당 정보 처리 능력이 향상되었다’고 말한다. 그 만큼 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흐름이 아닌가 싶다.
화면에 텍스트(자막)를 추가한 것은 시청자들의 편의가 주 목적이 아닌 시청률 향상을 위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시청자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를 때 채널을 바꾸기 때문이라고 한다.
리퀴드 소비가 지배하는 세상에서는 '영화를 빨리 감기 로 보는 사람들'은 이 시대의 트렌드이기 때문에 절대로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책 추천 해외 드라마: 퀸스 갬빗, 왓치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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