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방관자 효과
• 부제: 당신이 침묵의 방관자가 되었을 때 일어나는 나비 효과…
• 저자: 캐서린 샌더슨
• 출판: 쌤앤파커스
안녕하세요?
오늘 소개 시켜드릴 책은 ‘당신이 침묵의 방관자가 되었을 때 일어나는 나비 효과’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는 ‘방관자 효과’라는 책입니다.
당신이
침묵의 방관자가
되었을 때
일어나는 나비 효과
방관자 효과
“당신은 그때 왜 행동하지 않았는가….?”
캐서린 샌더슨 Catherine A. Sanderson
암허스트 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학사 학위를,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극히 개인적인 심리적 기제이면서, 동시에 전 세계를 뒤덮고 사회적 이슈가 된 침묵과 방관, 무관심이 불러온 나비 효과 를 보며 가졌던 "왜"라는 질문이 <방관자 효과>의 시작이었다. 샌더슨은 이 책을 통해 '방관자 효과'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행동으로 옮길 구체적인 방법을 조언한다.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고등 교육 정보 기관인 프린스턴 리뷰가 선정한 '최고의 교수 300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으며, 〈워싱턴포스트), 〈보스턴글로브>, (USA투데이》, <틀랜틱>, CNN, CBS 등 수많은 언론을 통해 사회의 다양한 문 제와 현상을 심리학의 시각으로 해석하고 함의를 짚어주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생각이 바뀌는 순간> 등이 있다.
박준형
서울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에서 한영 통번역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환경부, 재정경제부 등 정부 기관과 여러 방송 국에서 통번역 업무를 담당했고, 이데일리 경제부 기자로 일했다. 현재 출판번역 에이전시 베네트랜스에서 전속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용기의 정치학>, 자본주의에 희망은 있는가>. <피드 포워드>. <필립 코틀러의 다른 자본주 의》 등이 있다.
이 책을 향한 찬사
왜 소수만 타인을 돕고, 이외의 사람들은 왜 침묵하는지 분석하면서 독자들로 하여금 행동하도록 격려하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도덕적 용기가 절망스러울 정도로 찾기 힘들어 졌음을 경고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
우리의 도덕적 본능이 얼마나 쉽게 침묵할 수 있는지 상세히 보여주는 이 책은 변화의 티핑 포인트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음을 깨닫게 한다.
- 《사이콜로지 투데이》
1. 괴물에 대한 환상
2012년 8월 11일, 오하이오 슈토이벤빌에서는 한 16세 여학생이 고등학생 한 무리와 함께 파티에 참석했다. 당시 참석자 중에는 학교 미식축구팀 선수들도 있었다. 이 학생은 과음으로 만취 상태가 되어 토하기 시작했다. 당시 파티에 있던 다른 학생들은 이 학생이 완전히 취했었다"라고 증언했다. 다음날 아침, 이 여학생은 완전히 발가벗은 상태로 지하 거실에서 정신을 차렸다. 곁에는 남학생 세 명이 있었지만, 전날 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이후 며칠 동안 SNS에는 그날 밤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생생하게 보여주는 사진과 영상이 올라왔다. 그 여학생은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강제로 옷이 벗겨진 후 성폭행을 당했던 것이다. 2013년 3월, 슈토이벤빌 고등학교 미식축구팀 선수인 트렌트 메이스와 말릭 리치몬드는 성폭행 혐의로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사람들은 이러한 사건을 접하면 범죄는 악인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한다. 의식이 없는 십 대 여학생을 성폭행하는 나쁜 행동은 악인들만 저지른다고 믿는다. 불행하게도 이러한 판단은 옳지 않다.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를 수년간 연구한 나스라 하산은 "무서운 사실은, 자살 폭탄 테러를 자행하는 테러리스트는 이상하기는 커녕 너무나 평범한 사람들이었다는 점이 다"라고 말했다.!
이번에는 수 클리볼드의 사연을 살려보자, 1999년, 그의 아들 딜런 클리볼드는 같은 반 친구 에릭 해리스와 함께 콜로라도의 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 총기를 난사해 10명 넘게 살해했다. 수 클리볼드는 '남들은 우리 아이가 삐뚤어진 목적을 가진 괴물이라고 생각해요. 분명 악마 같은 면이 있었을 것이라고 믿고 싶어 하지요"'라고 말했다.
왜 우리는 악인만 나쁜 행동을 한다고 추정할까? 우리의 친구, 가족 그리고 나 자신은 좋은 사람이고, 그런 짓을 저지를 리 없다고 믿어야 안심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좋은 사람이라고 믿었던 이들도 학교에서 친구를 따돌리고, 대학에서 신입생을 못살게 같고, 직장에서 동료를 성추행하는 등 갖가지 못된 짓을 저지른다. 그렇기에 괴물을 찾아내 막는 것만으로 이리한 끔찍한 행동을 억제할 수 없다. 선한 사람을 나쁜 선택으로 이끄는 원인을 찾아내야 그릇된 행동을 막거나, 적어도 줄일 수 있다. 1장에서는 보통 사람들이 옳지 않은 행동을 자행하는 조건과 상황을 살펴보려 한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믿는 이가 부추겨서, 혹은 자신도 모르게 나쁜 방향으로 조금씩 받을 들이는 경우 그릇된 행동을 저지르기 쉽다는 사실은 그다지 놀랍지 않다. 하지만 이러한 인간의 경향 속에는 많은 이들이 생각지도 못한 이유가 숨어 있다.
비뚤어진 군중의 힘
나는 프린스턴 대학교 대학원에 다닐 때 기숙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활비를 마련했다. 당시 나의 역할은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을 지원하는 것이었다. 구체적으로 식당에서 학생들과 같이 밥을 먹고, 기숙사의 행사를 돕고 학업이나 개인적인 문제를 상담해주는 것 등이었다. 그런데 업무 중에서 죽기보다 싫었던 한 가지가 있었다. 매년 열리는 형사였던 누드 올림픽 행사 지원이었다.
누드 올림픽은 1970년대 초 시작되어 1999년에 학교 이사회가 금지할 때까지 전해 내려온 학교의 전통이었다. 이 행사에는 매년 첫눈이 내린 날(주로 1월이었다) 2학년 학생들만 참가할 수 있었는데, 자정에 신발과 모자, 장갑만 두른 채 캠퍼스를 질주했다. 짐작하겠지만, 학생들은 행사 시작 전에 다량의 술을 마시곤 했다. 영하의 날씨를 견디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친구들 앞에서 알몸으로 달리는 민망함도 견디기 위해서였다.
당시 나는 야광 반사 조끼를 입고 구급상자를 들고 대기하는 임무를 맡았다. 행사에 참가한 학생이 얼음에 미끄러져 넘어진다거나 하는 문제가 생기면 나를 찾아 치료를 받았다. 나는 다음 누드 올림픽이 열리기 전에 논문이 통과되어 프린스 턴을 떠날 수 있기만을 바랐다. 나는 '미국에서 제일 똑똑하고 뛰어난 학생들이 대체 왜 이런 것을 벌이는 것일까? 라고 자 신에게 물었지만, 답을 찾을 수 없었다. 한밤중에 술에 취해 발가벗고 달리는 것은 제정신으로 할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누드 올림픽을 통해 인간 심리의 근본적인 사실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사람은 군중 속에 있을 때 혼자서는 절대 하지 않을 행동을 저지른다는 점이다. 다행히 누드 올림픽은 남에게 해를 끼치지는 않는다. 그러나 다른 옳지 않은 행동에도 일종의 군중 심리가 작용하는데, 여기에 해당하는 사례는 쉽게 찾을 수 있다.
• 2010년 2월, 딜런 기포드 윤트는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한 상가의 4층 외벽 턱에 서서 군중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람들은 "어서 뛰어!", "눈 딱 감고 해봐!"라고 외치며 도발했다. 45분 후 그는 뛰어내렸고, 결국 사망했다.
• 독일 쾰른에서는 2016년 새해 전야 행사에서 다수의 남성들이 약 1200명의 여성을 집단 성추행 했다.
• 2018년 2월, 슈퍼볼 경기 승리를 자축하던 필라델피아 이글스 팬들이 차량을 전복시키고, 전봇대를 뽑고, 불을 지르고, 상점 유리를 깨 27만 3000달러의 피해가 발생했다.
왜 사람들은 군중 속에 있을 때 혼자서는 하지 않을 행동을 하는 것일까? 여러 이유 중 하나는 익명의 상태이기 때문에 책임을 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다. 군중 속에 있지 않더라도, 마스크나 옷에 달린 모자를 쓰거나,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벌이는 공격적 행동은 빈도와 강도가 심해진다. 심리학자 필립 짐바르도는 다른 학생에게 전기 충격을 가하는 실험(실험 참가자에게는 창의성 관련 연구라고 알려 주었다)에서 전기 충격을 가하는 참가자가 모자로 얼굴을 가려 신원을 감출 수 있을 때 그렇지 않은 상황보다 충격을 주는 시간이 훨씬 길어 더 강한 고통을 주었다고 한다. 실험실 밖에서도 동일한 현상이 관측되었다. 북아일랜드에서 일어난 소요 행위를 분석한 레스터 대학교의 앤드류 실케는 마스크나 모자, 그 외에 얼굴을 가릴 수 있는 옷을 입었기 때문에 더욱 심각한 파괴 행위를 자행했고, 더 많은 이들을 공격했으며, 더 큰 부상을 남겼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 결과는 익명성이 보장되는 온라인에서 사이버 폭력이나 다른 폭력 행위가 흔히 발생하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개인이 아닌 집단 역시 개인으로서의 감각을 잃는 것을 말하는 '탈 개인화' 라는 과정에 의해 그릇된 행동을 한다. 사람 들은 집단 속에서 도덕적 기준에 대한 감각을 잃고, 자신이 누구인지 잊는 일이 쉽게 발생하게 되어 일탈 행위를 막는 일반적 기준이 사라진다.
군중의 규모가 커질수록 행동은 더욱 악화된다. 펜실베이니아 주립 대학교의 앤드류 리치와 베리 루벡은 폭력적 린치 행위를 분석해 이러한 행위의 영향을 연구했다.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린치 행위를 알아보기 위해 <애틀랜타 컨스티튜션>의 기사를 분석한 결과 1882년부터 1926년까지 발생한 411건의 사건에서 515명의 희생자를 확인할 수 있었다. 리치와 루벡은 군집의 규모, 피해자의 인종과 성별, 각 사건에서 발생한 폭력의 정도를 정리했다. 대부분은 사망한 린치 피해자 중에서도 화상을 입었거나, 목이 매달렸거나, 구타를 당한 경우를 폭력 수준이 높은 것으로 분류했다. 이 결과를 통해 린치에 가담한 사람들이 많을수록 폭력의 수위가 높아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군집은 단체 행동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 이유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사람들은 자신이 선택한 행동의 이 유를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 연구진에게 자신이 왜 그런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 정확하게 답하지 못하기도 한다.
또한 이들은 자신이 나쁜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변명을 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발전한 신경 과학은 이러한 행동을 이해하도록 돕는 중요한 도구가 되고 있다. 연구진은 신경 영상 기술을 활용해 사람들이 특정한 행동을 하는 동안 뇌의 여러 부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관찰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방법은 사람들의 동기를 알기 위해 그들의 증언에 의존할 필요가 없도록 해주었다. 대신, 군중의 일원이 되면 뇌 활동 패턴이 어떻게 변 화하는지 조사할 수 있다.
군중 속에서 신경 반응이 낮아지는지 확인한 연구는 MIT 연구진에 의해 처음으로 수행되었다. 이 연구는 연구진 중 한 명이던 미나 시카라가 졸업했을 즈음의 경험에서 시작되었다. 시카라와 남편은 정오가 갓 지났을 무렵 양키 스타디움으로 야구를 보러 갔다. 그날은 양키스의 오랜 라이벌인 보스턴 레드삭스와 경기가 있는 날이었다. 레드삭스 모자를 썼던 남편 은 양키스 팬들의 끈질긴 조롱을 받았다. 시카라는 험한 분위기를 잠재우기 위해 남편의 모자를 대신 썼다. 양키스 팬들이 여성에게는 폭언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시카라의 판단은 완전히 빗나갔다. 시카라는 평생 들어온 것보다 더 많은 욕을 들었어요"라고 말했다. 시카라는 경기 후 집으로 돌아오면서 군중에 속하지 않았다면 평범했을 사람들(물론, 그들은 양키스 팬들이다)이 왜 그렇게 형편없는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 알아내야 겠다는 결심을 했다. 시카라와 동료들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의문에 대한 테스트를 진행하기 위해 연구를 설계했다. 첫째, 사람들은 팀의 일원으로 경쟁적인 일에 참가할 때 혼자일 때보다 자신에 대해 덜 생각하는가?
둘째, 팀의 일원으로 활동할 때 자신에 대해 덜 생각하는 사람들이 다른 팀의 구성원에게 더 공격적으로 행동하는가? 연구진은 군중에 속해 경쟁 상황에 들어가게 되면 자신을 덜 자각하게 되고, 자신의 행동을 평가할 능력도 줄어든다고 가정했다.
연구진은 연구 초기에 실험 참가자들이 팀의 일원으로 게임을 하는 동안과 게임 후의 뇌 활성화 패턴을 기능성 자기 공명 영상으로 관찰했다. 게임이 진행되는 동안 실험 참가자들에게 긍정적 혹은 부정적 행동에 대한 설명을 보여주었다.
예를 들어 "나는 공동으로 사용하는 냉장고에서 음식을 훔친 적이 있다", "그는 누군가와 부딪히면 늘 사과한다" 같은 문장이었다.
연구진은 mPFC라고 불리는 뇌의 내측전 전두피질에 초점을 맞추었다. mPFC는 타인보다 자신에 대해 생각할 때, 즉 자신의 성격이나 신체적 특징 또는 정신 상태를 생각할 때 더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흔히 "정신이 바짝 든다"라고 표현하는 상황이다).
시카라와 동료들은 혼자 게임을 할 때는 타인과 관련한 글보다 자신과 관련한 글을 읽을 때 mPFC가 훨씬 더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하지만 팀의 일원이 되자 실험 참가자의 절반에서 두 경우의 차이가 크게 줄어들었다. 이 실험 결과는 혼자일 때보다 군중의 일원이었을 때 자신에 대해 덜 생각한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하지만 이 연구로 밝히고자 하는 것은 팀의 일원으로 경쟁할 때 자신을 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가가 아니다. 바로 자신에 대해 덜 생각한 결과가 무엇인가이다.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자신의 팀원과 상대 팀원의 사진을 여섯 장씩 보여주고 한 장씩 선택하도록 해 이후 보고서에서 공개할 예정이었다. 선택한 사진은 각각 매력 정도를 평가하도록 했다. 팀의 구성원으로 mPFC가 낮은 활성도를 보이면서 자신에 대해 덜 생각한 실험 참가자는 상대 팀원의 사진이 덜 매력적이라고 답하는 경향이 있었다. 반면, 자신에 대한 생각이 줄지 않은 실험 참가자는 양 팀 모두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사진을 선택했다.
연구진은 군중에 속한 환경에서 자신을 덜 생각하는 사람은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 내렸다. 시카라가 양키 스타디움에서 남편의 레드삭스 모자를 썼을 때 경험한 것처럼, 자신이 속한 집단이 직접적 경쟁 관계에 놓여 있을 때 두드러지는 현상이다.
이 연구에 참가한 레베카 작세는 “인간은 많은 경우 형평성을 강하게 의식하고 해악을 끼치는 것에 대한 도덕적 절제를 보여주지만, '우리'와 '저들'로 구분되면 우선순위가 바뀝니다"라고 설명했다.
그저 명령을 따랐을 뿐
예일 대학교 스탠리 밀그램은 다른 상황이었다면 선했을 사람들이 해로운 행동을 하는 원인을 밝힌 초기 연구이자 가장 유명한 연구를 남겼다. 밀그램은 사람들이 권위를 가진 이의 명령을 받았을 때 남에게 고통을 주려 하는지 관심을 가졌고, 수백만 명이 사망한 나치의 홀로코스트에 연관된 이들이 "자신은 그저 명령을 따랐을 뿐이다"라고 주장하는 심리를 분석하기 위해 특별한 연구를 설계했다. 밀그램은 "복종은 행동으로 옮기도록 한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시대 상황과 특별한 관련이 있습니다. 가스실이 만들어졌고, 죽음의 수용소는 삼엄한 경계 태세를 갖추었습니다. 그리고 매일 할당된 만큼의 시체가 채워졌습니다. 이러한 비인간적 정책은 한 사람의 생각에서 시작되었지만, 수많은 사람이 명령에 복종해야만 실현될 수 있었던 일입니다"라고 설명했다.
밀그램은 기억과 학습에 대한 연구의 일환이라고 소개한 일련의 실험을 위해 실험실로 사람들을 초대했다. (연구 초기에 는 40명의 남성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이후 변형된 연구에는 여성도 포함했다.) 실험 참가자들은 도착과 동시에 연구진의 환영을 받았고, 먼저 도착한 다른 실험 참가자들에게 소개되었다. 사실 먼저 도착한 실험 참가자는 연구진의 협력자들이었다.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처벌이 학습 속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중요한 과학적 의문을 밝히기 위한 실험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한 명은 교사로, 다른 한 명은 학습자 역할을 맡게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험 참가자들은 늘 교사 역할을 맡게 되어 있었고, 연구진의 협력자들은 늘 학습자 역할을 맡게 되어 있었다. 학습자는 일련의 단어 쌍을 받았다. 이후 두 단어 중 하나를 보여주면 사지 선다형 답안 중에서 짝을 선택하게 했다. 교사는 학습자와 의사소통은 할 수 있었지만, 모습 을 볼 수 없도록 했고 만약 학습자가 오답을 선택하면 전기 충격을 가하도록 했다. 연구진은 그 충격이 학습 성과에 도움이 되는지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는 충격이 가해지지 않았다.)
교사는 연구진으로부터 학습자가 오답을 선택할 때마다 최저 15볼트부터 시작해 점차 충격의 수준을 높이도록 지시를 받았다.
학습자는 각 충격 수준마다 미리 정해진 방식으로 반응했다. 75볼트에 도달하면 아프다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고, 150볼트에 도달하면 실험을 그만하겠다고 외쳤다. 또한 가슴 통증을 호소하기도 했다. 교사 역할을 맡은 실험 참가자가 머뭇거리거나 당황하며 연구진에게 그만두어야 할지 물으면 계속해주세요". "실험은 계속 진행되어야 합니다", "멈추지 않고 진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계속하시는 것 외에는 선택할 수 없습니다" 같은 메시지를 화면에 자막으로 전달했다. 교사 역할을 맡은 실험 참가자가 실험을 계속하는 것을 거부하거나 최고 수준인 절대 위험"으로 표시된 450볼트에 도달할 때까지 메시지를 계속 노출했다.
놀랍게도 실험 참가자 중 65%가 무고한 상대방에게 최대 수치의 전기 충격을 가하려고 했다. 밀그램이 실험을 실시하기 전에 조언을 구했던 정신 건강 의학과 전문의를 포함한 다수의 자문단은 지시를 따른 실험 참가자의 비율이 너무 높아 경악했다.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 중 약 1% 정도만 끝까지 지시를 따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밀그램의 연구는 50여 년 전에 실시되었지만, 폴란드와 미국에서 최근에 실시한 유사 실험에서도 지시를 이행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권위를 가진 인물의 지시를 따라 타인에게 해를 끼치려는 사람들의 의지는 실제 상황을 더욱 분명하게 모방한 연구에서도 입증되었다. 한 연구에서는 연구진이 실험 참가자에게 구직자를 상대로 한 면접에서 준비된 다양한 질문을 하도록 요청했다. 사실 연구진의 협력자였던 구직자는 30세 정도의 옷을 잘 차려 입은 남자로 동일한 사람이 연기했다.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에게 구직자가 면접에서 경험하는 압박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아보는 실험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구직자에게 계속 이런 식이면 실패할 겁니다". "이 일은 당신에게는 너무 어렵겠군요" 같은 불쾌한 언급으로 괴롭혀야 한다고 지시했다. 구직자는 면접이 진행될수록 불쾌한 압박을 중단하라고 요청했고, 더 이상의 불쾌한 언행은 참지 않겠다며 거부하거나 긴장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결국 절망에 빠진 구직자는 질문에 답하는 것을 멈췄다. 반면, 대조군에서는 면접을 계속하도록 촉구한 연구진 중에 권위 있는 인물은 없었다. 이 경우 15개의 질문을 모두 완료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한 실험에서는 참가자의 92%가 15개의 질문을 모두 완료했다.
무고한 사람에 해가 되는 상황에서 권위 있는 인물의 명령에 복종하는 경향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한 가지 중요한 요인은 권한을 가진 사람이 부정적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는 의지 여부이다. 이는 그릇된 행동에 개입한 사람에게 자신의 잘못이 용서받을 수 있다는 느낌을 준다. 이라크에 있었던 아부 그라이브 감옥에서 포로를 학대한 미군부터 기업 사기에 연루된 경영진까지 명령에 복종했다는 것을 근거로 용서를 구하는 경향은 현실에서 계속 확인할 수 있다.
사람들은 타인에게 해를 주는 행동에 대해 책임감을 덜 느낄 때 행동으로 옮길 의지가 높아진다는 것이 실험을 통해 확인되었다. 밀그램의 연구와 유사한 다른 연구에서는 교사 역할을 맡은 실험 참가자에게 충격을 줄 때는 학습자의 건강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하자 충격을 주는 과정이 훨씬 일찍 중단되었다. 이처럼 분명한 지침이 존재할 때는 타인에게 해가 되는 행동에 대해 더 많은 책임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밀그램의 연구와 관련해 최근 진행된 분석에서는 자신의 행동에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실험 참가자는 명령에 불복하고 충격을 일찍 중단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앞에서 소개한 연구 결과를 통해 사람들은 책임을 덜 느낄 때 위험한 행동에 더 많이 개입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 다. 하지만 그 이유는 알 수 없다. 나치 피고인들이 뉘른베르크 재판에서 자신은 단순히 명령을 따랐을 뿐이라고 주장한 것처럼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위해 권력자의 명령을 비난하는 것일까? 아니면 명령을 따르는 행위가 신경학적 수준에서 행동의 처리 방식을 변화시키는 것일까?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인지 신경 과학자 패트릭 해거드는 이 문제를 분명히 확인하기 위해 동료들과 연구를 설계했다. 실험에 참가한 학생들에게는 실험 절차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상대와 논의하기 위한 실험이라고 설명했다. 실험 참가자는 짝을 이루어 서로의 파트너에게 고통스럽고 참을 수 없는 충격을 주도록 했다. (실제로 충격이 가해지지 않았다.) 첫 번째 조건에서는 실험 참가자가 상대방에게 충격을 가할지 결정할 수 있었다. 이때는 약간의 보상이 제공되었다. 다른 조건에서는 연구진이 실험 참가자에게 충격을 가하도록 명령했다.
연구진은 뇌파 검사electroencephalography. BEG를 이용해 실험 참가자의 뇌 활동을 모니터해 신경학자들이 사건 관련 전위, 즉 ERP라고 부르는 것을 측정했다. ERP란 다양한 감각, 동작, 인지 사건에 대응해 뇌에서 생성되는 소량의 전력이다. 예를 들어 뇌는 얼굴 사진을 보거나 놀라운 사건을 경험할 때 이 전력을 발생시킨다. 자신의 행동에 자유롭게 개입하는 실험 참가자는 명령을 받은 실험 참가자보다 ERP의 파장이 더 크게 나타났다. 그래서 뇌파도 크고 뇌의 활동도 컸으며 경험도 더욱 강렬했다. 연구진은 명령을 받았을 때보다 명령 없이 충격을 전달하는 실험 참가자의 ERP 충격이 더 크다는 점에 주목했다.
먼저 자유 의지를 사용할 수 있었던 실험 참가자(87%)는 명령을 받은 실험 참가자(35%)보다 더 높은 책임감을 보인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EEG 데이터를 살펴본 결과 자발적으로 상대방에게 충격을 가한 실험 참가자는 명령을 받고 충격을 가한 실험 참가자보다 ERP 진폭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실은 무엇을 시사할까? 타인에게 해가 될 수 있는 일을 강요받을 경우, 즉 단순히 명령을 따른 사람은 자발적으로 행동한 사람보다 자신의 행동에서 얻는 경험이 덜한 것으로 추정된다.
뇌 반응의 수준이 낮다는 것은 명령을 받아 하는 행동이 동일한 행동을 스스로 했을 때보다 신경학적 수준에서 의미가 덜하다는 뜻이다. 이 경우 행동에 대해 책임감을 덜 느끼게 되고, 따라서 그릇된 행동을 할 가능성도 높다. 또한 "그저 명령을 따랐을 뿐이다"라는 변호가 자신의 행동을 변명하기 위한 전략만은 아닐 수 있음을 암시하기도 한다. 권위 있는 사람의 분명한 지시에 따라 타인에게 해를 끼칠 때의 뇌는 다른 처리 절차를 거친다.
정체성의 혼란
인간의 본성은 무언가 잘못한 행동의 증거에 직면하면 비난할 사람을 찾는 경향이 있다. 전적으로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잘못했을 가능성을 찾고, 자신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려 한다. 신경 정신 데이터에 따르면 단순히 명령을 따르는 사람은 스스로 행동하는 사람보다 낮은 행동 수준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 리학 연구자들 역시 사람들은 지시를 내릴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인물이 존재할 때 그릇된 행동에 기꺼이 동참하기로 결정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카리스마 있는 종교 또는 정치적 지도자가 존재할 때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다.
세인트 앤드류 대학교와 엑스터 대학교의 연구진은 명령하는 사람에 대한 지식이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이들은 실험 참가자에게 밀그램의 연구와 변수를 살펴보도록 한 뒤, 밀그램의 실험 참가자들이 충격을 가한 교사나 충격을 받은 학습자를 어떻게 판단했을지 평가해달라고 요청했다. 연구진은 밀그램의 연구에 대해 이미 알고 있는 심리학자로 구성된 전문가 집단과 심리학 입문 강의를 듣고 있지만, 밀그램의 연구에 대해 모르는 비전문가 집단을 구성했다. 이 두 집단의 평가가 다를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결국 두 집단의 평가는 동일했다.) 연구진은 두 집단에게 먼저 밀그램의 연구에 대해 살펴본 후, 밀그램이 진행한 15가지의 변형 연구를 살펴보도록 했다. 변형된 연구는 절차상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차이는 실험 방법에 있었다. 어떤 연구에서는 연구진이 직접 대 면하지 않고 전화로 명령을 내렸고, 어떤 연구는 예일 대학교 같은 유명 대학교가 아닌, 코네티컷주 브리지포드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진행하기도 했다.
연구진은 두 집단에게 밀그램 연구의 변수가 실험 참가자들이 연구진을 과학자 또는 과학계의 일원으로 인식하는 것과 일반인이라고 인식하는 것이 실험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지 설명하도록 요청했다. 그 다음 다양한 변수에서 실험 참가자의 정체성이 명령 복종 또는 거부 의지와 관련이 있는지를 검사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변수가 복종에 영향을 미쳤을까? 한마디로 말하면 그렇다. 실험 참가자에게 연구진에 대해 알려주고 이들의 행동이 과학적 지식 측면에서 중요하다고 설명했을 경우 충격을 가하라는 명령을 더 오래 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변수의 사례로는 학습자가 말로 불평하지 않고 벽을 두드리기도 했고, 연구진이 실험 절차를 빨리 진행하고자 명령을 내리기 위해 개입하기도 했다.
교사 역할의 실험 참가자가 학습자의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한 경우 더 일찍, 더 강력하게 명령에 저항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결과는 사람들이 타인에게 해가 되는 명령을 받았을 때 행동으로 옮기는 이유가 단순히 책임감이 줄어들었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행동이 가치 있는 목적을 위한 것이라고 믿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대안적 해석은 나치 경찰의 끔찍한 효율성을 가능하게 했던 요소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한다. 사람들은 단순히 아무 생각 없이 명령에 복종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 대다수는 파시즘의 사회적 비전이나 인물을 적극 수용했다. 이들은 히틀러가 말하는 위험을 알고 있었지만, 동시에 남성적 애국주의와 과거에 대한 단순한 향수를 가지고 있었고, 외부인을 증오했다. 또한 순수한 인종을 구성하겠다는 히틀러의 비전을 실현하려고 했다.
문제는 사람들의 나쁜 행동이 선한 사람과 약한 사람을 구분하는 기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상황적 요소와 자기 정체성의 문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 ***
침묵한 그들도 고뇌했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밀그램의 초기 연구에서 대부분의 실험 참가자는 무고한 사람에게 더욱 강력하다고 믿는 고통을 가했다. 그러나 실험 참가자들이 권위에 계속 복종하는 선택을 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는 사실이 간과되곤 한다. 실험을 촬영한 영상을 보면 실험 참가자들 대부분이 계속 충격을 전달하지만, 동시에 자신의 행동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밀그램은 괴로워했던 실험 참가자 한 명에 대해 " 성숙한 인격의 사업가가 침착한 태도로 실험실에 들어갔습니다. 그는 미소를 띠었고, 자신감이 넘쳤습니다. 하지만 20분도 지나지 않아 경련을 일으키며 말을 더듬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신경 쇠약을 앓고 있는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그는 계속 자신의 귀를 당기고 손을 비틀었습니다. 그러더니 어느 순간 주먹으로 자신의 이마를 치면서 중얼거렸습니다. '세상에, 그만합시다. 이 실험 참가자는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450볼트 충격을 가할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권위에 맹목적으로 순종하면서 기뻐하는 괴물은 아니었다.
밀그램의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은 어렵고 특별한 딜레마에 직면했다. 과학적 목표를 위한 연구에 참가하기로 동의했고, 명령을 내리는 연구진을 신뢰했다. 하지만 갈수록 충격의 수준이 강해지고, '약한 처벌'이 아니라는 사실이 분명해지면서 고통을 가해야 하는 자신을 인정하지 못했다.
실험 참가자 대부분은 어느 순간 저항했다. 이들은 연구진을 바라보며 어떻게 해야 할지 물었다. 연구진에게 학습자를 확인하라고 재촉했고, 수없이 그만두겠다고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들은 그만두지 않았다. 자신의 직감을 믿고 실험실을 박차고 나가지 못했다. 다시 말해, 이들은 옳은 일을 하고 싶어 했고, 계속 노력했다. 하지만 자신의 결정을 따르지는 못했다.
그렇다면 권위 있는 인물에 성공적으로 대응한 사람들은 누구였을까? 밀그램은 실험 참가자들을 간단하게 '복종’과 '불복종'으로 나누었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서는 당시 실험의 녹음 내용을 분석한 결과 더 많은 차이가 확인되었다. 불복종한 실험 참가자뿐만 아니라 복종한 실험 참가자 다수가 어떤 형태로든 명령에 저항한 것이다. 일부는 충격을 계속 가하는 것을 주저했고, 다른 일부는 해를 끼칠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으며, 어떤 이들은 실험을 중단하려고 했다. 최고 수준의 충격을 가하지 않겠다며 불복종한 실험 참가자 중 98%는 "더는 못 하겠다", "이제 하지 않겠다" 같은 말을 하며 조기에 실험을 끝내려 했다. 명령에 복종한 실험 참가자 중 19%는 어떤 형태로든 직접적인 거부 의사를 밝혔다.
실험을 궁극적으로 거부한 이들이 취한 방법은 다양했다. 여러 전략을 사용해 실험 진행을 최대한 미루고, 연구진에게 도전한 실험 참가자는 대항하는 노력을 그만둘 가능성이 더 높았다. 이는 옳은 일을 하고 싶더라도 기술과 전략이 부족해 실제 행동으로 옮기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여러분에게 더는 못 하겠다", "이제 하지 않겠다" 같은 말이 튀어나오려는 순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도구와 전략을 제공하려 한다.
점진적 악화
사람들은 틀렸다는 것을 알고 있는 무언가를 계속하도록 재촉 받을 때 그릇된 행동을 지속하게 되는 또 다른 이유는 상황이 조금씩 극단적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작은 발걸음 하나하나가 잘못된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하지만 이런 발걸음으로 인한 변화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따라서 심리적으로 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다. 이후 피해가 커지면 이전의 행동이 부적절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서는 경로를 바꾸기 어렵다. ‘점진적 악화' 라고 부르는 이 현상은 문제를 인지하기 어렵게 만들고, 그 과정에서 빠져나오기 힘들게 된다. 거대한 폰지 사기로 수백만 달러를 편취한 금융업자 버나드 매도프가 좋은 사례이다. 매도프에게 어떻게 사기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물었을 때 그는 "그냥 그렇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몇 십만 달러부터 시작했는데 곧 몇 백만 달러로 불어났지요. 그러더니 깨닫기도 전에 익숙해졌습니다. 눈덩이처럼 불어났습니다" 라고 밝혔다. 학교에서의 부정행위부터 남학생 사교 모임 내에서의 그릇된 행동, 성희롱에 이르기까지 모든 그릇된 행동은 대부분 이 절차를 거친다.
경험적 연구는 사소한 위반에서 시작된 행동이 끔찍한 잘못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소한 거짓말로 위험을 피하면 이후에는 더 크고 심각한 잘못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작은 잘못에서 시작해 자신에 대해 긍정적 시각을 유지하면서 합리화하는 것이다(누구나 자신은 좋은 사람이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이 작은 걸음 하나는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니라고 합리화할지도 모르지만, 더 심각한 잘못을 용인하기 쉽게 만든다.
연구진은 작은 부정이 이후 더 큰 부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대학생들에게 여러 개의 수학 문제를 제시하고 세 번의 기회를 주었다. 연구진은 실험에 참가한 학생을 세 집단 중 하나에 무작위로 배정했다.
• 집단 1 시도할 때마다 올바른 답을 하면 세 번 모두 2.50달러를 받는다.
• 집단 2 처음 두 번의 시도에서는 돈을 받지 못한다. 하지만 세 번째 시도에서 올바른 답을 하면 2.50달러를 받는다.
• 집단 3 첫 번째 시도에서 올바른 답을 하면 25센트. 두 번째 시도에서는 1달러. 세 번째 시도에서는 2.50달러를 받는다.
실험 참가자는 각 문제를 푼 직후 답안지를 받았고, 정답 여부를 확인한 뒤 자신이 총 얼마를 받아야 하는지 스스로 계산하도록 했다. 연구 참가자들은 연구진 역시 올바른 정답의 수를 확인한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집단 3의 참가자들은 점차 보상을 늘려 갔고, 속임수를 가장 많이 썼다. 집단 1과 2에 비해 속임수는 2배나 높았다. 처음에는 작은 속임수로 시작되었다. 거짓말을 할 때마다 받은 돈은 25센트였고, 그다지 큰일은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첫 번째 시도에서 거짓말을 시작하자 이후에는 거짓말이 늘었고, 보상도 더 커졌다.
기업 사기의 사례는 대개 비슷하게 시작되는데, 비윤리적인 작은 행동이 더 실질적인 범죄 행동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분식 회계 혐의가 드러난 간부들은 큰 사기로 이어진 일련의 단계를 진술했지만, 그것이 언제 시작되었는지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남학생 사교 모임에 입문하는 절차도 이렇게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처음에는 차를 세차하는 것 같은 사소한 요구에서 시작하지만, 이후 술을 강요하거나 신체적 구타 같은 더 심한 요구를 받게 된다.
이처럼 작은 일탈 행위는 큰 일탈보다 쉽다.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나쁜 행동을 처음 시작할 때는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불쾌한 감정을 느끼지만.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이러한 반응을 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론적으로 사람들이 부정적인 이미지(폭력, 죽음, 분노 등)를 반복적으로 보게 되면 감정을 멈추게 하는 뇌의 한 부분인 편도체의 활성화 정도가 낮아진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과 듀크 대학교의 연구진은 부정직한 작은 행동에 개입할 때 정말 뇌가 활성화되지 않는지 확인하기로 했다.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들이 파트너(실은 연구 협력자이다)와 함께 병에 1페니 동전이 얼마나 많이 들어 있는지 추측하는 동안 fMRI를 사용해 뇌 활등을 모니터했다. 가장 정확히 추측한 커플에게는 가장 큰 보상이 주어질 것이라고 했다. 다른 경우에는 실험 참가자들에게 일부러 숫자를 과대평가하거나 과소평가하면 가장 큰 보상을 받지만, 파트너는 돈을 덜 받게 된다고 했다. 연구진은 이 실험을 통해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부정확한 추정치를 제공할 때 뇌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실험 참가자들이 고의로 부정한 추측을 했던 초기에 편도체는 강한 반응을 보였는데, 거짓을 말하고 있음을 인지하고 있고, 기분이 좋지 않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거짓이 반복될수록 편도체의 활성화 정도는 상당히 낮아졌다. 즉, 신경 반응이 약해졌다는 뜻이다. 작은 거짓말은 뇌가 잘못이라고 인지하는 행동이 발생했을 때 느끼는 부정적 감 정에 무감각해지게 만든다. 이 때문에 이후에는 나쁜 행동에 개입하기 쉬워진다. 같은 연구진은 다른 실험에서도 편도체의 활성화 정도가 크게 낮아질수록 거짓말을 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 연구는 반복되는 거짓말에 대한 뇌의 반응을 조사했을 뿐이지만, 반복된 부정에 신경 반응이 감소한다는 결과는 편도체가 처음에는 그릇된 행동에 강하게 반응하지만, 이후 반응이 약해진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이 연구 논문에서 저자는 "개인적 이익을 위해 거짓말을 할 때 편도체는 거짓말을 제한하는 부정적 감정을 만들어낸다. 거짓말을 계속하면 이 반응이 희미해지고 그럴수록 거짓말은 악화된다. 이렇게 되면 사소한 부정행위가 더 의미 있는 거짓말로 번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좋은 사람들이 나쁜 일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모두 알고 있다. 그러나 이 연구는 그들도 만약 잘못된 방향으로 작은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하면 같은 방향으로 점점 더 큰 걸음을 내딛게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발견은 밀그램의 연구에서 아주 작은 충격을 가하는 것으로 시작했지만, 결국 다수가 복종했던 것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사람들은 대부분 처음에는 연구진의 요구에 복종하는 것이 나쁘지 않다고 판단했고 이후 충격이 심각해지기 전까지 계속 충격의 강도를 높였다. 31 15볼트에서 다음에는 30볼트, 45볼트를 전달하는 것으로 시작했는데 이 정도 충격은 별것 아닌 것처럼 보였다. 실험 참가자들은 과학의 발전을 위해 매진하는 존경받는 교수들이 처벌과 배움의 관계를 연구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충격의 강도가 높아지면서 타인에게 가하는 충격을 중단하기 위한 결정을 정당화할 쉬운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 또한 타인에게 계속해서 충격을 가하면서 생리적, 신경학적 반응이 약해졌을 것이다. 비록 존중할 만한 권한을 가진 사람의 지시라고 할지라도 타인에게 450볼트의 충격을 가하라고 한다면 대부분 거부할 것이다. 하지만100볼트 충격이 괜찮았다면, 115볼트의 충격도 괜찮지 않을 이유가 없다. 과연 언제 그만두어야 한다는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여기 좋은 소식이 하나 있다. 일부 실험 참가자가 충격을 가하는 것을 중단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들은 어떻게 명령에 저항할 수 있었는지 이해한다면 모든 종류의 사회적 압력에 대항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실험 당시의 녹음 자료를 검토한 결과 일부 실험 참가자가 저항할 수 있었던 요소를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 전의 지시에 좀 더 일찍 목소리를 높여 의문을 제기하면 이후 복종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던 것이다. 지시에 의문을 제기한 실험 참가자는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는 것을 더욱 어려워했다.
밀그램의 모든 실험에서 지시를 거부한 실험 참가자들은 150볼트에서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150볼트가 다른 단계의 다른 점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학습자 역할을 맡은 이들이 실험을 그만하겠다고 요구하기 시작한 때였다. 이들의 요구는 상호 작용의 역동을 변화시켰다. 연구진의 지시를 거부한 실험 참가자들은 지시보다 희생자의 요구를 우선했던 것으로 보인다. 밀그램의 연구에서 권위를 무시한 실험 참가자들은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고심하는 것을 선택한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이러한 고민이 상황적 압력에 저항하고 거스를 수 있도록 했다. 그렇다면 그들은 다른 이들과 정확히 무엇을 다르게 행동했을까? 여기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아직 방법을 모를 뿐이다
지금까지 선한 사람들이 나쁜 행동을 자행하는 것과 그러한 행동을 부추기는 상황적 요인에 주목했다. 이 요소를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우리가 언제 저항을 시작해야 할지 알려주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연구진은 사람들이 권위 있는 사람의 지시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작은 부정적인 행동에 개입하라는 압력을 거부한다면 권력에 희생될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장의 처음 부분에 한 성폭행 사건을 소개했다. 당시 두 명의 남학생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그날 옳지 않은 행동을 한 사람이 비단 두 사람 뿐만이 아니었다. 유죄 판결을 받은 가해자 두 명은 완전히 의식을 잃은 여학생의 손과 발목을 잡고 다른 곳으로 옮겼고, 다른 학생들은 여학생이 무의식 상태에서 옷이 벗겨지는 상황에서도 사진을 찍었다. 이들은 이 사진을 다른 학생과 공유했고, 심지어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에 게시했다. 어느 누구도 이를 말리거나 911에 신고하지 않았다.
가해자 두 명의 행위는 분명 끔찍했다. 그러나 그 외에 많은 사람들이 어떤식으로든 사건을 막도록 개입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사실은 똑같이 분명하다. 이들이 행동하지 않았기 때문에 폭력이 어느 정도 허용되었다고 할 수 있다.
불행하게도 역사에 기록된 사례와 현재 사례 모두 행동을 억제하는 압력을 극복하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심지어 분명하게 나쁜 일이 발생하는 상황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린치의 여파에 관해 책을 저술한 셰릴린 이필은 미국 내에서 흑인을 상대로 한 린치가 수백, 때로는 수천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광장에서 행해졌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분명 모든 사람 이 린치 행위를 반긴 것은 아니었다. 일부는 경악했지만, 개입한 사람은 극소수였다.
소수의 나쁜 행위의 사례는 다수를 위해 무시되거나 간과되었다. 펜실베이니아 주립 대학교의 기숙사에서 19세 학생이 쓰러져 있을 때 왜 아무도 911에 전화를 걸지 않았을까? 공화당 지도부는 왜 멕시코 강간범, 멕시코 살인자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적인 말을 무시했을까? 가톨릭 교회는 왜 신부들의 아동 성추행을 묵인했던 것일까? 미시간 주립 대학교의 코치와 행정 직원부터 미국 체조협회의 관리들까지 많은 사람은 왜 래리 나사르가 수년 동안 어린 체조 선수들을 성추행하고 있다는 정보를 무시한 것일까? 이 모든 사례에서 그릇된 행위를 저지른 사람은 소수에 불과했다. 하지만 나머지 다수는 이를 막지 못했다.
나쁜 행동을 허용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개인의 나쁜 행동이 아니라, 선한 사람들이 나서서 올바른 행동을 하지 못하는 데 있다. 1959년, 마틴 루터 킹은 "이 사회적 전환기에 벌어진 가장 큰 비극은 악한 사람들의 격렬한 외침이 아니라 선한 사람들의 소름 끼치는 침묵이었음을 역사는 기록할 것”이라고 연설했다.
그럼에도 반가운 소식이 있다. 우리 같은 좋은 사람들이 침묵하고 행동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요소를 이해한다면 행동할 수 있는 용기를 얻게 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할 수 있다. 우리는 악한 행동을 인식할 수 있지만, 타인의 나쁜 행동에 책임을 지거나 무엇인가 행동하려 하지 않는다, 어쩌면 모호함 때문에 그릇된 행동이라고 판단하지 못할 수도 있다. 어쩌면 개입함으로써 치르게 되는 대가가 물리적. 사회적으로 너무 크다고 판단할지도 모른다.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개인, 직업, 사회적이 파장이 너무 크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각 힘은 서로 균형을 맞추게 되어 있다. 우리는 그 방법을 아직 모를 뿐이다.
2. 이것은 누구의 책임인가
2017년 4월 9일, 69세의 의사 데이비드 다오는 예약을 과도하게 받았다면서 좌석을 포기하라는 항공사의 요구를 거절한 후 시카고 오헤어 국제공항에서 강제로 끌려나갔다. 시카고 공항 보안국의 보안 요원 세 명이 다오를 항공기 복도를 따라 질질 끌고 가는 과정에서 다오는 좌석 팔걸이에 머리를 부딪쳐 의식을 잃었다. 다오는 뇌진탕을 일으켰고, 코뼈와 치아 두 개가 부러졌다.
이 사건은 항공기 탑승 승객들이 당시 상황을 SNS에 게시하면서 상당한 주목을 받게 되었다.
이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듣거나 당시 상황을 촬영한 영상을 본 사람들 다수는 다오가 받은 부당한 대우에 집중했다. 그런데 이들이 간과한 사실이 있다. 바로 항공기에 탑승해 있던 침묵한 승객들이다. 다수가 휴대 전화를 꺼내 상황을 촬영했고, 나중에서야 SNS에 분노를 피력했다. 하지만 당시 사건이 벌어졌을 때 "지금 이게 무슨 짓이냐"라면서 화난 목소리로 불만을 제기한 사람은 여성 승객 한 명 뿐이었다. 그 외 다른 어느 누구도 보안 요원에게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이들의 부적절한 행동을 막으려고 나서는 사람도 없었다.
어떻게 보면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사람들은 타인과 함께 부정을 목격했을 때 개입하지 않으려는 성향을 보인다는 것이 여러 연구를 통해 이미 확인되었다. 우리는 '누군가 나서겠지' 라고 생각하면서 굳이 자신이 개입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정신 분석학자들은 이런 경향을 '책임 분산'이라고 부른다. 책임 분산이란 희생자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확률은 함께 있는 사람의 숫자와 반비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신 분석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방관자 효과'라고 부른다. 그렇다고 이러한 현상을 전혀 바꿀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군중에 속했더라도 방관자 효과를 벗어날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방관자 효과를 일으키는 요소는 무엇인가? 응급 상황에서 다른 사람의 존재가 반응에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적어도 일부 상황에서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행동에 나서는 차별화된 능력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방관자 효과
방관자의 침묵이라는 주제에 대한 연구는 1964년, 뉴욕 퀸스에서 발생한 유명한 사건 이후 시작되었다. 바로 키티 제노비스라는 젊은 여성이 아파트 밖에서 살해당한 사건이다. (뉴욕타임스)는 이 살해 사건을 조사해 도시의 삭막한 생활과 비인간적으로 보이는 현대적 현상에 대한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에서는 밤에 발생한 살인 사건을 설명하며 제노비스가 공격을 당하는 모습을 38명이 목격하거나 공격을 당하는 소리를 들었지만, 어느 누구도 이 여성을 돕거나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진행된 연구에서 이 기사의 문제점이 밝혀졌고, 이러한 현상에 대해 상당한 연구도 진행되었다. 연구 결과 이 현상을 방관자 효과라고 부르게 되었다.
키티 제노비스 살해 사건으로 시작된 초기 연구 중 뉴욕 대학교의 존 달리와 컬럼비아 대학교의 빕 라타네가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가 있다. 이 연구는 현실적인 응급 상황을 배경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다른 사람이 있을 때 실험 참가자들의 반응에 어떤 영향이 미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달리와 라타네가 가진 의문은 타인이 동일한 정보를 가지고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믿을 때와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자신 뿐이라고 믿는 상황에서 이들의 행동이 달라지느냐는 것이었다. 실험 참가자는 대학생들이었는데 이들에게는 학생들이 겪는 일반적이고 개인적 문제와 관련된 실험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각 실험 참가자들은 개인적 공간에서 익명으로 실험에 참가하고, 연구진은 이들의 대화를 듣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각 실험 참가자는 인터폰으로 연결된, 일렬로 배치된 작은 방에 들어갔다. 실험 참가자들에게는 다른 다섯 명의 실험 참가 자들과 인터폰으로 대화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우선 각 실험 참가자에게 자신을 소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들 중에서 존은 사실 연구진을 돕는 협력자였다. 그는 자신이 간질 발작을 앓고 있어 스트레스를 받으면 발작을 일으킨다 고 말했다. 그는 다른 실험 참가자에게 자신의 발음이 불분명해지면 당장 외부에 도움을 요청할 것을 당부했다.
다음으로 연구진은 이 실험의 핵심 부분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실험 참가자 중 절반에게는 모든 실험 참가자가 인터폰을 통해서 다른 실험 참가자의 대화를 들을 수 있다고 말했고, 나머지 절반에게는 존이 있는 방의 인터폰에 문제가 있어 그의 말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은 당신 뿐이어서 다른 실험 참가자들에게 그가 하는 말을 전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여러분도 짐작했겠지만, 실험 참가자들 간의 대화가 시작되고 몇 분이 지나 존의 발음이 불분명 해졌고 그는 도움을 요청했다.
누가 그를 돕기 위해 나섰을까? 먼저 좋은 소식은 자신만 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알고 있던 실험 참가자 중 85% 가 즉시 도움을 청하기 위해 방을 나섰다. (여러분은 나머지 15%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궁금할 것이다.) 이들은 존이 발작을 일으키기 직전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 자신뿐이라고 생각해 책임감을 느껴 당장 행동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나쁜 소식은 실험 참가자 모두가 존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던 경우에는 도움을 청할 확률이 크게 낮았다는 사실이다. 이들 중에서 6분 내에 방을 나서 도움을 청한 사람은 전체의 31%였다. 이들은 누군가가 도움을 요청할 것이라고 판단해 행동해야 할 책임을 느끼지 않았다.
달리와 라타네의 실험은 어떤 사람이 응급 상황에 직면했을 때 자신외 타인도 그 상황을 인지하고 있는, 현실에서 흔히 발생하는 상황을 모방한 것이었다. 이 연구에서는 사람들이 군중에 속해 있을 때는 다른 누군가가 나설 것을 기다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응급 상황을 목격한 사람이 단 한 명 밖에 없을 때 (따라서 그가 스스로 행동할 책임을 느끼면) 도움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 연구에서 확인된 더욱 중요한 사실은 도움을 청하러 나서지 않은 사람들이 응급 상황을 무시하는 무심하고 냉혹한 사람은 아니라는 점이다. 실험이 끝난 후 연구진이 각 방에 들어갔을 때 실험 참가자 대부분은 존이 괜찮은지, 제대로 치료를 받았는지 물었다. 또한 손을 떨거나 땀을 흘리는 등 신체적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걱정하고 스트레스 를 받은 상황에서도 행동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달리와 라타네는 도움을 청하기 위해 방을 나서지 않은 실험 참가자들이 사실 아무 행동도 하지 않겠다고 분명하게 결정한 것은 아니라고 추정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은 상태라고 할 수 있었다. 그들은 행동을 결정하기 전에 머릿속으로 다양한 가능성을 그려보았다. 굳이 자신이 나서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행동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누군가가 이미 행동에 나섰기에 자신도 도움을 청한다면 오히려 더욱 혼란스러워진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어쩌면 과잉 반응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고, 그런 상황을 부끄럽게 여겼을 수도 있다. 또는 방을 나서면 실험이 엉망이 된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혼자라면, 도움을 청할 다른 사람이 없다면 다른 변수를 생각하지 않는다. 책임이 더욱 분명하기 때문이다.
타인과 함께 집단을 이루고 있을 때 도움을 제공할 가능성이 훨씬 적다는 결과는 실제 응급 상황에서도 반복적으로 확인된다. 최근에도 이런 사례는 흔히 확인된다.
• 플로리다주 코코아에서 한 무리의 십 대가 어떤 사람이 연못에 빠지는 것을 목격했다. 하지만 그들 중 누구도 도우려 나서지 않았고 외부에 도움을 청하지도 않았다.
• 플로리다 주립 대학교에서 한 학생이 상당량의 버번을 마신 후 기절하자 기숙사 친구들은 그를 소파로 옮겼다. 이 학생은 계속 의식이 없었지만, 친구들은 주변에서 포켓볼을 치며 시간을 보냈다. 이튿날 이 학생은 사망한 채 발견되었다.
• 런던의 붐비는 쇼핑 구역에서 한 남성이 어느 무슬림 여성이 착용한 히잡을 잡아채려고 했다. 상당수의 사람이 이 상황을 목격했지만, 누구도 도움을 주기 위해 나서지 않았다.
• 중국에서 2세 여아가 차에 치여 7분 이상 방치되었다. 그동안 18명의 행인이 이 여아를 지나쳐갔다.
• 인도에서 대낮에 한 여성이 성폭행을 당했다. 상당수의 사람이 그 옆을 지나쳤지만, 아무도 범행을 중단시키려 하지 않았다.
이 모든 사례에서 주변 사람들은 도움을 줄 수 있었고, 누군가는 당연히 도와야 했다.
군중에 속했을 때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것은 어린아이도 마찬가지이다. 막스 플랑크 진화 인류학 연구소의 마리아 플 뢰트너와 동료들은 어린아이들도 방관자 효과에 영향을 받는지, 만약 그렇다면 그 원인은 무엇인지 연구했다. 이 연구에 참가한 5세 아동들은 그림을 채색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 다음 연구진이 도움을 요구할 만한 상황이 제시되었다.
연구진은 아이들이 책임 분산에 의해 영향을 받는지(다른 누군가가 나설것이라는 생각에 도움을 줘야 한다는 압박을 덜 받음) 또는 사회적 요소의 영향을 받는지(도움이 필요한지 확실치 않거나 도움을 주기 위해 나서기 부끄러움) 확인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조건을 준비했다.
첫 번째. 실험에 참가한 아동이 혼자 있다. 두 번째. 실험에 참가한 아동은 신체적 도움을 줄 수 있는 다른 두 명의 아이들과 함께 있다. 세 번째. 실험에 참가한 아동은 신체적 도움을 줄 수 없는 다른 두 명의 아이들과 함께 있다(홀로 있는 것과 마찬가지 상황이다). 실험에 참가한 아이는 모르고 있었지만, 사실 함께 있던 다른 아이들은 실험에 참가한 아이를 돕지 않도록 미리 준비된 협력자였다.
아이들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고 30초 정도 지났을 때, 연구진은 우연을 가장해 고의로 컵에 담긴 물을 바닥에 쏟았다. 연구진이 "이런!"이라고 소리치면서 한숨을 쉬어 자신의 고충을 분명하게 표현했고, 휴지로 바닥을 닦으려는 몸짓을 보였다. 아이들은 손이 닿지 않을 정도의 거리에 있었지만, 이 상황이 충분히 잘 보이는 곳에 있었다. 연구진은 얼마나 빨리 도 와주러 오는지 평가했다.
다른 아이들 없이 연구진과 둘만 있었던 아동은 도움을 줄 수 있는 다른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보다 도움을 줄 확률이 높았고, 행동도 빨랐다. 이 결과는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와 일치했다. 그렇다면 신체적 도움을 줄 수 없는 상황의 아이들과 함께 있었던 세 번째 조건에서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연구진은 여기에 작동하는 논리를 이해하기 위해 실험을 마친 후 실험에 참가한 아동과 짧게 면담을 했다. 연구진은 당시 정말 도움이 필요했는지, 그렇다면 누가 도와야 했는지,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어떻게 도와야 할지 알고 있었는지 물었다.
실험에 참가한 아동 대부분은 세 조건 모두 도움이 필요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꼭 자신이 도와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달랐다. 혼자 있었거나 도움을 줄 수 없는 아이들과 함께 있던 아동 중 53%는 자신이 도와야 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잠재적으로 도움을 줄 가능성이 있는 다른 아이들과 함께 있었던 아동 중에서는 단 12%만 자신이 도와야 했다고 답했다.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에도 의견이 달랐다. 군중의 조건에 있었던 아이 중 약 절반(정확히 47%)이 어떻게 도와야 할지 몰랐다고 답한 반면, 도와줄 수 있는 타인이 없는 조건에 있었던 아동 중에서는 어떻게 도와야 할지 몰랐다고 답한 아동이 10%에 불과했다. 휴지를 실험자에게 건네주는 것처럼 도움의 방법이 꽤 명확했음을 고려하면 실험에 참가한 아동들은 행동하지 않은 이유를 연구진이나 자신에게 합리화했던 것 같다. 5세 아동도 자신이 도움을 주어야 한다고 판단했고,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으로 보인다.
플뢰트너는 "연구에 참가한 아이들은 책임이 분명히 자신에게 있을 때 높은 수준의 도움을 제공했다. 이런 결과는 이 연령대의 아이들이 도움을 줄지 결정할 때 책임감을 고려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도움을 줄 수 있는 타인이 있을 경우 기꺼이 물러나 타인이 도울 때를 기다렸다. 이 연구는 어린아이들이 책임감을 느낀다면 자연스럽게 도움을 제공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아이를 여럿 키우는 부모는 잘 알겠지만, 아이들은 도움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타인이 있을 때 책임감을 덜 느낄 때가 많다. 아이들은 곁에 아무도 없을 때 타인을 훨씬 더 많이 돕는다. 다른 형제가 있다면 그들이 할 텐데 왜 굳이 자신이 나서서 깨진 컵의 유리 조각을 치워야 한단 말인가?
사회적 태만
아주 긴급한 상황에서도 군중에 속해 있을 때 행동하지 못하는 것은 자신의 행동(혹은 행동의 부족)이 드러나지 않을 때 노력을 줄이는 인간의 보편적 성향과 관련이 있다. 자신의 노력이 타인의 노력과 결합할 때 공헌을 최소화하는 성향을 '사회적 태만’ 이라고 부른다.
사회적 태만은 교실, 일터, 정치 등 다양한 환경에서 나타난다. 대학생들이 팀 과제를 싫어하는 이유를 사회적 태만으로 설명할 수 있다. 팀 과제는 분명한 이익을 얻지 못하면서 잡일을 도맡아 하게 되고, 다른 누군가는 타인이 노력한 덕을 보기 때문이다. 많은 레스토랑이 여섯 명 이상의 단체 손님에게 의무적으로 팁을 부과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단체 손님의 팁을 자율에 맡기면 팁을 준 손님은 자신의 행동이 잘 드러나지 않고, 타인이 팁을 더 낼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팁을 조금 주는 경향이 있다. 한마디로 군중 속에 숨을 수 있고, 군중에 속하게 되면 노력해도 눈에 띄지 않는다는 생각에 조금이라도 사회적으로 의무를 게을리하게 된다.
사회적 태만은 특히 자신의 노력이 분명하지 않고 측정 불가능할 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퍼듀 대학교 연구진은 수영 계주 선수의 경우 각자의 기록을 발표하면 팀 전체 기록만 발표할 때보다 기록이 더 잘 나온다는 사실을 확인하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크게 박수를 치거나 노래를 요청할 때, 혼자일 때보다 무리 지어 있을 때, 즉 자신의 노력이 두드러지지 않을 때 노력을 덜하게 된다. 노력의 부족은 신체적인 것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군중과 함께하게 된다는 생각만으로도 자신만 있다고 생각할 때보다 자선 단체에 기부를 덜 하게 된다. 사회적 태만은 분명한 정치적 신념을 가지고 있더라도 투표율이 저조해지는 이유도 설명해준다.
지금까지 내가 소개한 사례는 그다지 중요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타인이 나의 역할을 대신할 것이라는 믿음은 업무에서 중대한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베를린 공과 대학교의 연구진은 실험에 참가한 이들에게 화학 공장이 적절하게 운영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자동 시스템의 모니터링과 교차 확인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러 사람이 한 기계를 모니터 한다면 문제를 찾아낼 가능성이 더 높다고 생각할 것이다. 지켜보는 눈이 둘인 것보다 넷인 것이 더 낫지 않을까? 하지만 동일 작업에 더 많은 인력을 투입하면 결과가 나아질 것이라는 이 가정은 전체 작업에서 각 구성원이 노력을 덜 하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무시한 것이다.
모니터링에 대한 베를린 공과 대학교의 연구는 이 사실을 확인시켜준다. 파트너와 함께 작업하는 사람들은 혼자 작업할 때보다 훨씬 덜 확인하게 되고, 결국 자동화의 문제점을 더 적게 발견했다. 혼자 일할 경우 문제의 90%를 찾아내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파트너와 함께 일할 경우 문제의 66%를 찾아냈다. 팀을 이루어 작업할 때는 혼자 작업할 때보다 성과가 훨씬 더 나빴던 것이다.
사회적 태만에 대한 연구는 아직 중요한 문제를 검증하지 않았다. 왜 사람들은 집단에 속해 있을 때 노력을 덜하기로 선택하는 것일까? 한 가지 가능성은 자신이 노력을 덜 하더라도 정당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레스토랑에서 함께 식사를 하는 사람들은 누군가 자신보다 더 비싼 음식을 주문했기 때문에, 또는 자신보다 경제적으로 더 윤택한 사람이 있기 때문에 팁을 적게 내도 된다고 합리화할 수 있다. 또 다른 가능성은 집단에 속해 있을 때는 결과에 대한 통제력을 덜 갖게 되어 노력을 덜 하게 되는 것이다.
통제력 부족으로 노력을 덜 하게 된다는 가정을 확인하기 위해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다소 어려운 과제를 단독으로, 또는 파트너와 함께 수행하도록 요청했다. 실험 참가자들은 각자 일정한 점수를 받아 과제를 시작했고, 과제를 마치면 최종 점수를 돈으로 환산하기로 했다.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기울어진 막대기에서 대리석 구슬이 떨어져 바닥을 망가뜨리지 않도록 막는 과제라고 설명했다. (실험은 컴퓨터에서 가상으로 진행했다.) 기본적으로 구슬이 떨어지지 않고 멀리 굴러갈수록 점수가 적게 차감되고, 구슬이 바닥으로 떨어지면 점수가 많이 차감되도록 설계했다. 파트너(연구진이 준비한 컴퓨터 프로그램)와 함께 작업할 때는 구슬이 떨어지는 것을 막은 사람의 점수는 차감되지만, 그렇지 않고 지켜본 상대방은 점수를 잃지 않도록 설계했다. 이 실험은 단독으로 또는 파트너와 함께 과제를 수행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경우의 수를 계산할 수밖에 없었다. 단독으로 과제를 수행한 실험 참가자는 얼마나 큰 위험을 감당할지 결정해야 했고, 파트너와 함께 과제를 수행한 경우 파트너가 얼마나 많은 위험을 감당할 것인지 고려해야 했다.
연구진은 행동의 세 가지 국면을 평가했다. 실험 참가자는 언제 떨어지려는 구슬을 막는지, 얼마나 큰 통제 권한을 갖고 있다고 느끼는지, 뇌는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이다. 연구진은 뇌파 검사를 활용해 앞에서도 소개했던 뇌파의 종류인 ERP 를 측정했다. 연구진이 관심을 가진 ERP 요소는 피드백 관련 부정 feedback-related negativity. FRN이었다. FRN 반응의 정도로 실험 참가자가 활동의 결과에 대해 얼마나 많은 통제력을 느끼는지 알 수 있다. FRN 반응은 실험 참가자가 단독으로 과제를 수행할 때보다 파트너와 함께 수행할 때 더 작은 반응을 보였다. 아마도 타인과 함께 일하면 결과에 대한 통제력을 덜 느끼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과제 수행 시 타인의 개입 정도가 클수록 FRN 반응 정도는 작게 나타났다. 이 실험에 서 FRN 반응은 실험 참가자들이 얼마나 많은 점수를 잃는지 확인하고, 선택의 순간에 직면했을 때 측정했다.
연구진이 결과를 분석한 결과, 실험 참가자가 단독으로 과제를 수행할 때보다 파트너와 함께 과제를 수행할 때는 약간 늦게 반응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합리적인 결과였다. 만약 파트너가 구슬을 멈추면 실험 참가자는 점수를 잃지 않았다. 그래서 실험 참가자들은 파트너가 먼저 행동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기꺼이 기다렸다.
파트너와 함께 과제를 수행한 참가자는 결과에 대한 통제력을 훨씬 덜 느꼈다. 이 결과 역시 합리적이었다. 단독으로 과제를 수행한 참가자는 구슬을 멈출 순간을 결정하는 데 더 많은 통제력을 가졌고, 파트너와 함께 과제를 수행한 참가자는 파트너가 언제 구슬을 멈출지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신경 활동의 분석은 집단에서 각 사람의 통제력이 줄어드는 것에 대한 추가 정보를 제공한다. 이전 연구와 마찬 가지로 FRN 반응은 실험 참가자들이 혼자일 때보다 파트너와 함께 과제를 수행할 때 더 낮게 나타났다. 현실의 수많은 상황과 마찬가지로 이 실험에서도 참가자들은 언제든지 행동할 선택권을 가지고 있었지만, 파트너와 함께 일 때는 통제력을 덜 갖고 있다고 인식했다.
이 연구는 책임 분산에 대한 이전 작업을 중요한 측면에서 확대했다. 이 연구를 통해 타인과 함께 작업하는 사람은 다른 방식으로 행동의 결과를 처리하고 경험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실험의 결과에서 확인되는 것처럼 이때 사람들은 감지된 대상을 자체적으로 보고하는 주관성과 BEG 데이터를 통한 객관성을 통해 감지하고 경험한다. 행동의 결정에 있어서 사람들은 혼자 일할 때보다 파트너와 함께 일할 때 결과에 대한 책임감을 덜 느낀다.
타인과 함께 일할 때는 행동과 결과에 대한 통제력이 줄고, 결국 행동해야 한다는 긴급함에 대한 감각도 줄어든다.
본성을 극복하기 위하여
지금까지 나는 사람들이 군중 속에 있을 때(특히 우리 주변의 사람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행동하지 않으려는 인간의 본질적 성향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연구를 소개했다
문제에 대한 자각
사람들 대부분은 군중 속에 있을 때 사회적으로 빈둥거리게 되지만, 누군가 보고 있을 때는 달라진다. 사람들은 자신을 도덕적으로 올바르게 행동하는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려 한다. 이처럼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열망은 타인이 자신의 행동을 평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때 더욱 강화된다. 암스테르담 대학교의 마르코 반 보멜의 연구는 아무리 작은 신호라도 대중적으로 알려지고 있다는 자각은 군중 속에 있을 때 노력을 줄이는 경향을 약화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자각을 늘리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다.
한 실험에서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온라인 대화방에서의 대화를 연구한다고 설명했다. 실험에 참가한 학생들이 대화방에 접속했을 때 다른 누군가가 먼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메시지를 보게 되었다. 첫 번째 대화자는 자살하고 싶다고 했고, 두 번째 대화자는 거식증을 앓고 있다고 했고, 마지막 대화자는 연인이 암에 걸렸다고 했다.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위로의 말을 남길 수 있지만, 그렇게 하거나 하지 않는 것은 전적으로 자신의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이 실험에서는 우선 말을 하는 사람을 포함해 대화방에 접속한 모든 사람의 이름을 모두 검은색으로 표시했다. 대화방에는 서른 명이 넘는 실험 참가자가 접속하기도 했고, 한 명만 접속할 때도 있었다. 다른 책임 분산 관련 연구에서 예측한 것처럼 실험 참가자는 혼자일 때보다 다수가 접속했을 때 위와 같은 메시지에 대응할 확률이 적었다.
연구진은 메시지를 작성 중인 대화자의 이름은 붉은색으로, 다른 이들의 이름은 검은색으로 표시되도록 해 대중적 자각을 높이고자 했다. 이러한 단순한 변화는 기존의 연구 결과를 완전히 뒤집었다. 실험 참가자는 다수가 접속했을 때 위와 같은 메시지에 대응할 확률이 높아진 것이다.
대화방의 작은 변화가 어떻게 큰 차이를 끌어낸 것일까? 무엇보다 군중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이 분명해지자 대응이 필요한 상황에서 침묵하는 바보처럼 보이기 싫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군중에 속해 있을 때 노력을 덜 하는 심리 효과와 동일 하다. 사람들은 그룹 프로젝트에서 모든 일을 도맡아 하거나, 다른 사람들의 적은 노력을 메우는 바보처럼 보이지 않기를 바란다. 이러한 심리는 행동하지 않으면 나쁜 평판을 받게 된다는 판단을 하게 되면 도움을 주는 결과로 이어진다.
연구진은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대중적 자각을 높이면서 실험을 반복했다. 이번에는 실험을 시작할 때 실험 참가자 절반에게 웹캠 불빛이 잘 작동하는지 확인했다. 하지만 웹캠은 실험의 후반부에만 사용할 계획이었다. 그리고 다른 실험 참가자에게는 웹캠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웹캠에 대해서 알지 못하는 실험 참가자는 대화방에 참가자가 많을 때 답 변을 하는 확률이 낮았지만, 웹캠이 작동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실험 참가자는 대화방 참가자가 많을수록 대화에 더 적극적으로 참가했다.
이 실험은 왜 방관자 효과가 발생하고 이 영향을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사람들은 거대한 군중에 속해 있을 때 매몰되는 감정을 느끼곤 한다. 행동하지 않더라도 아무도 그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굳이 나서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타인이 자신의 행동을 감지하고 있어서 행동하지 않는 것도 드러난다면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 타인을 돕게 된다. 실제 응급 상황에서 소수의 친구와 함께 있을 때보다 많은 친구에 둘러싸여 있을 때 타인을 도울 확률이 더 높다. 왜일까? 친구들 앞에서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군중에 속해 있을 때 무조건 타인을 돕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군중 때문에 익명성을 얻게 될 때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사회적 평판에 신경을 쓰기 때문에 자신의 정체성이 알려져 있는 집단이라면 적은 사람이 있을 때 보다 많은 사람이 있을 때 도움을 주려고 한다.
이러한 통찰은 친구나 동료에 둘러싸인 대학이나 직장에서의 집단행동을 분석할 때 특히 유용하다. 적어도 집단의 구성원과 충돌이 일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친구나 동료는 집단행동을 하기 쉽다. (이것에 대해서는 5장에서 다시 다루겠다.)
책임감
특별한 기술을 가진 사람들(간호사, 의사, 군인, 소방관)이나 권한이 있는 위치에 있다면 더 큰 책임감을 갖는다.
서로간의 연결성
아이스하키 선수 디바인 아폴론은 경기 중 상대팀이 인종 차별적 말을 내뱉기 시작했다. 깜둥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코치, 심판, 관중석에 어떤 어른도 그 상황에 개입하지 않았다. 하지만 디바인의 팀 동료들이 개입했다. 디바인의 팀 동료들은 모두 백인이었고 개인적으로 인종 차별적 비방과 조롱을 당하지 않았다. 동료들은 경기를 위해 그 자리에 있었을 뿐이지만, 이들의 연결성은 방관자 효과를 넘어섰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과 연결된 느낌이 침묵을 지키고자 하는 방관자 효과를 극복하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되었을까? 자기 범주화 이론에 따르면 정체성은 성별, 인종, 국적, 학교, 스포츠팀, 직종 등 자신이 속한 집단과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정체성의 공유는 물러설 수 있는 군중 속에서도 타인에게 도움을 주도록 한다. 집단의 구성원과 연관성을 느끼는 경우 행동하지 않는 것이 옳지 않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마크 레빈과 동료들은 아주 간단한 정체성의 공유, 즉 동일한 스포츠팀을 응원한다는 공동체 의식이 타인에게 도움을 주려는 의지를 강화할 수 있다는 가설을 입증했다.
연구진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을 모집하고 가상으로 위험에 처한 사람을 목도했을 때 같은 팀의 유니폼을 입었을 때 도움 받을 확률이 훨씬 높았다.
(맨체스터 90%, 리버풀 30% 도움 줌)
우리가 도움이 필요한 타인과 연결성을 느낀다면 집단환경에서 행동하지 않는 인간의 본성을 극복하기 쉬워진다.
3. 침묵을 부르는 불확실성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불확실한 상황을 해석하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는 경향. 특히 군중 속에 있을 때 타인의 행동에 의존하는 경향 때문에 행동하지 않아 끔찍한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를 살펴보려 한다. 또 한 이 같은 종류의 무반응이 뇌 활성 패턴에서도 감지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최근 신경 과학 연구 결과에 대해서도 설명할 것이다.
마음 속 계산기
공공장소에서 큰 소리로 다투는 남녀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많은 사람은 낯선 이들 사이에서 폭력적인 충돌이 잠재되어 있는 상황에 개입하는 것은 옳은 일로 판단한다. 그러나 부부 싸움에 개입하는 것은 다툼의 당사자와 개입하는 사람 모두에게 어색함과 당혹감을 안겨줄 가능성이 있다.
사회 심리학자들은 판단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때 더 기꺼이 행동하기 때문에 판단하기 애매한 상황보다 좀 더 분명한 응급 상황에서 행동을 취향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는 것을 발견했다.
불행하게도 즉시 개입하는 것이 필요한지 분명히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은 너무 많이 존재한다. 술에 취한 저 여학생은 스스로 남자 기숙사에 들어가는 것인가, 아니면 성폭행 피해를 당할 가능성이 있는 것인가? 저 부모는 아이를 훈육하는 것인가, 아니면 아동 학대인가? 마찬가지로 어떤 말이 단순한 농담인지, 모욕적인 표현인지 판단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역시 아시아인은 수학을 잘하게 타고나나 봐"라거나, "당신의 드레스가 다리를 더 돋보이게 하는걸" 같은 말을 들으면 불쾌함을 느끼지만, 대응을 해야 할 정도인지 의심하게 된다. 사람들은 직장, 학교, 공공장소에서 모욕적인 말을 듣게 되면 그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침묵하는 경우가 많다.
(“회사에서도 애매한 상황이 발생될 가능성이 있는 검사 공정에서는 판단이 필요한 모호한 경우에는 반드시 관리자에게 확인받고 가라고 해야하고 애매한 경우에 대하여 개별적으로 사례를 들어 문서로 만들어서 교육을 시키고 관리를 해야 한다.”)
눈치 게임
이 연구는 홀로 있는 이들은 응급 상황임을 쉽게 인식하고 적절히 반응 하지만,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는 군중 속에 있을 때는 적절히 반응하지 못한다는 사회 심리학의 고전적 이론을 확립했다.
대응하지 않는 군중에 속해 있을 때 다수는 행동하지 않는다.
무리 속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결정하기 위해 타인의 행동을 관찰한다는 사실은 모호한 상황에서 제대로 행동하지 못하는 인간의 본성을 악화시킨다. 모두가 어떻게 할지 판단하기 위해 서로 타인의 눈치만 보고, 과잉 반응을 보이거나 바보 같은 행동을 해서 어리숙하게 보일까 걱정한다면 위험에 처한 사람은 도움을 받지 못할 수 있다. 이들은 모두 군중에 속한 다른 사람들이 반응하지 않기 때문에 응급 상황이 아니라고 추정할 수도 있다. 즉 아무도 행동하지 않기 때문에 누구도 행동하지 않게 된다. 홀로 있을 때는 긴급한 상황이라고 판단할지 모르지만, 함께 있을 때는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는다.
이처럼 집단의 구성원들이 개인적으로는 동일한 믿음을 가지고 있지만, 자신 외 타인은 다른 믿음을 가지고 있다고 잘못 판단하는 상태를 ‘다원적 무지' 라고 한다. 다원적 무지는 화재 경보기가 울리고 있는, 생명을 위협하는 응급 상황에 직면했을 때조차 타인이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아 아무런 반응을 취하지 않게 만들기도 한다. 사실 다원적 무지는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학교나 직장에서 성차별, 인종 차별, 동성애 혐오 등의 발언을 듣게 될 때 타인의 반응을 살펴 반응 여부를 결정하려 한다. 만약 누구도 불편한 기색을 보이지 않으면 문제가 되는 말에 동의한다고 추측한다. 하지만 사실 그 말을 들은 모두 불쾌하게 생각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우리는 타인을 볼 때 그의 행동이 진정한 생각과 감정을 반영한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자신은 생각과 감정을 반영하지 않고 다르게 행동하더라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타인이 응급 상황에서도 태연하게 행동하면 그들은 위험하지 않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아마도 여러분 모두 <벌거벗은 임금님> 이야기를 들어 보았을 것이다.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두 명의 직조공은 임금에게 멍청한 사람들은 볼 수 없는 멋진 옷을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한다. 임금은 속아 넘어가 이들이 만들었다는 옷을 입고 행진
한다. 사람들은 모두 벌거벗은 모습을 보지만, 아무도 이 사실을 지적하지 않는다. 멍청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서이다. 타인에게 보여질 자신의 모습을 신경 쓰지 않는 어린 소년만 "임금님이 벌거벗었어!"라고 소리칠 수 있었다.
이 이야기는 사람들이 자신의 언행과 생각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타인은 생각한 대로 행동하고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학교에서 강의를 듣거나 직장에서 회의를 할 때 교수나 발표자가 질문이 있는지 물었을 때를 생각해보자. 여러분은 궁금한 부분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수많은 질문거리가 있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손을 들지 않는 쪽을 택했다. 주변을 둘러보고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왜 손을 들지 않았는지 물으면 사람들 앞에서 바보처럼 보이고 싶지 않다고 답할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은 왜 질문하지 않았을 지 이유를 짐작해보라고 하면 그들은 모두 잘 이해해서 질문거리가 없었을 것이라고 답할지도 모른다. 이는 다원적 무지를 행동으로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이다. 사실 부끄러워서 손을 들지 않은 것인데, 질문할 내용이 없어서 손을 들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군중 속 행동의 비밀
방관자 효과에 대한 설명은 대개 집단 환경에서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사람들을 주저하게 만드는 인지적 과정에 집중되었다. 어쩌면 우리는 책임감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응급 상황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을 때 부끄럽지는 않을까, 혹은 다른 사람들이 사건을 응급 상황으로 판단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도움을 제공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이 모든 설명은 사람들의 생각과 감정, 상황의 본질에 대한 해석을 포함한다.
이 연구는 두 가지 주요 결과를 밝혀냈다. 첫째, 응급 상황을 관찰하는 사람들의 수가 많을수록 시각적 인식과 집중을 처리하는 뇌의 부분(상위 후두회, 설회, 설상업, 중간 측두회)의 활동이 활발해졌다. 실험 참가자들이 다른 목격자의 행동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아마도 다른 사람들의 행동이나 반응이 상황을 해석하는데 도움이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여자가 기절했나, 아니면 미끄러진 것인지, 정말 다친 것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그러나 목격자의 수가 증가함에 따라 행동을 취할 준비를 담당하는 뇌의 부분, 즉 운동 피질과 체세포 감소성 피질은 활동성이 떨어졌다. 다른 사람의 존재가 어려운 사람을 도우려는 우리의 자발적인 성향(신경적 수준)을 약화시키는 것으로 추정된다. 혼자 일 때, 우리의 뇌는 자동적으로 개입을 준비한다. 이때 뇌에서 처리하는 논리는 간단하다. 누군가 도움을 필 요로 하고, 내가 도움을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타인과 함께 일 때 우리의 뇌는 옆에 있는 타인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집중한다. 이들의 행동을 해석하는 데는 시간이 소요된다. 이는 왜 다른 사람들이 주변에 있을 때 사람들이 더 느리게 도움을 제공하는지(또한 도움을 주지 않을 확률이 더 높아지는지)를 설명한다.
함께 고민할 친구
한 여성이 넘어져 고통스러워 하는 것과 같은 모호한 상황에서 혼자 있을 때는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보다 도움을 줄 가능성이 적지만, 모르는 사람과 함께일 때보다는 친구와 함께일 때 더 빨리 도움을 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아마도 친구들 앞에서는 창피를 당할 확률이 낮아서 행동이 덜 억제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친구들은 상황에 대해 기꺼이 이야기할 수 있고, 따라서 생각과 감정을 잘못 해석할 가능성이 적을 수도 있다.
2003년 3월 12일, 앨빈과 애니타 디커슨 부부는 유타주 샌디에서 잡일을 하던 중 한 남성이 두 여성과 함께 길을 걷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 앨빈은 남성의 얼굴이 낮이 익다고 생각했고, 아내인 애니타는 1년 전에 집에서 납치된 십대인 엘리 자베스 스마트 실종 용의자로 의심을 받는 거리의 전도사를 닮았다고 말했다. 부부는 경찰에 신고하기로 결정했다. 이들은 경찰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 밤, 부부는 자신들의 행동이 스마트를 구출하는데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리는 전화를 받았다.
디커슨 부부는 자신들의 행동이 영웅적이거나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애니타 디커슨은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전화 덕에 그가 가족들과 만날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라고 말했을 뿐이다.
디커슨 부부가 경찰에 고발하기로 선택한 구체적인 요소는 분명치 않다. 다만 확실한 것은, 두 사람이 함께 있었고, 자신들이 목격하 것을 논의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부부였기 때문에 생각을 공유하는 행동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신뢰하는 누군가와 함께 목격한 장면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다면 모호한 상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또 어떤 요소가 도움이 될까? 다른 사람에게 의도적으로 모호함을 없애도록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지침을 제공하는 것이다.
9/11 테러 직후, 비행기가 더 납치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높았다. 이때 유나이티드 항공의 한 기장은 승객들에게 특별한 방송을 전했다. 비행기가 게이트에서 출발하자 기장은 확성기를 통해 다음과 같은 지침을 전달했다.
먼저 오늘 용감하게 비행을 결정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제 문은 닫혔습니다. 지금부터는 비행기 안에서 일어나는 문제에 대해서 외부의 도움을 받을 수 없습니다. 탑승 수속 때 들으셨겠지만, 정부는 공항의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정책을 변경했습니다. 하지만 항공기 문이 닫힌 후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해서는 어떤 규칙도 세우지 않았습니다. 이런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는 우리가 나름의 규칙을 세워야 하고, 이를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일단 문이 닫히면 우리는 비행기 안에는 우리밖에 없습니다. 보안을 강화해 총과 같은 위협은 처리되었습니다. 하지만 폭탄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폭탄이 있다면 이런 말을 할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이미 누군가 비행기를 통제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지금 비행기에 폭탄은 없습니다. 이제 남은 위협은 플라스틱, 나무, 칼 등 무기로 만들 수 있는 재료나 무기로 사용할 수 있는 물건입니다.
여기 우리의 계획과 규칙이 있습니다. 만약 누군가 혹은 여러 사람이 일어나서 이 비행기를 납치한다고 말한다면, 여러분 모두 함께 일어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가능한 모든 것을 그 사람의 얼굴과 머리로 던지길 바랍니다. 그러면 납치범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손을 들어 가릴 것입니다.
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최선은 베개와 담요입니다. 근처에 앉은 사람이 담요를 머리끝까지 덮어씌우십시오. 그러면 이 사람들은 앞을 볼 수 없을 것입니다.
이 공격이 끝나면 바로 제압하십시오. 도망치게 놔두어서는 안 됩니다. 그러면 저는 가장 가까운 장소에 착륙할 것이고. 납치범을 처리하게 될 것입니다. 납치범은 기껏해야 몇 명이고, 우리는 200명 이상이니 수적으로 우세합니다. 비행기 납치는 절대 허락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 기장이 사회 심리학 수업을 들은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어쨌거나 그의 메시지는 응급 상황에서 사람들의 행동이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전달했다. 그는 승객들에게 납치 사건이 발생하면 행동하는 것이 그들의 책임이라고 알리고, 그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확히 말했으며, 공유된 정체성을 만들어냈다. 비록 이 비행기에 탑승한 승객들이 위급한 되었을 것이다.
불행하게도 대부분의 현실적인 상황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우리를 이해시키고 우리가 대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 지침은 없다. 행동으로 초래되는 피해와 행동하지 않을 때의 비용을 비교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품질팀에에 적용할 수 있는 좋은 사례)
4. 침묵과 행동의 저울질
비용과 편익
남에게 도움을 제공하면 분명한 이득을 얻을 수 있다. 스스로에 대해 기분이 좋아지고, 사람들로부터 자신의 미덕을 인정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경우에는 시간의 손실, 당혹감, 신변 안전 등 비용을 수반한다. 그래서 행동하기로 결정하기 전에 마음속으로 비용 편익 분석을 수행한다. 만약 이익이 비용을 초과한다면 돕는다. 하지만 그 비용이 이익보다 더 크다면 돕지 않게 된다. 그 결과 가장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도움을 받을 가능성이 가장 적어 지기도 한다.
이상과 현실의 간극
불편한 상황에 처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처럼 침묵한다. 그릇된 행동을 지적하면서 초래되는 대인관계의 피해가 걱정되어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는다. 이런 걱정은 자신이 피해자가 아니라 목격자일 때 증폭될 수 있다. 주변의 다른 사람들의 반응이 걱정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침묵하려는 우리의 본심이 그릇된 행동을 부추긴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다. 침묵은 문제 행동을 진해 우려하지 않는 무언의 용인이라고 생각되어 이를 지속시킬 가능성이 높아진다.
죽음 같은 거절의 고통
나쁜 행동을 지적하지 않으려는 욕구는 사회적인 비용을 초래하게 되지만, 모든 종류의 고통을 예방하려는 인간의 근본적인 욕구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신경 과학자들은 최근 발목이 비틀리거나 손가락이 잘리는 등 신체적 고통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고통(누구와 헤어지거나 사회적으로 거부당함)에도 뇌가 정확하게 같은 방식으로 반응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사회적 고통의 신경학적 유사성을 입증한 첫 연구
실험 참가자들에게 공을 던지고 받기 게임을 하는데 처음에는 함께 했지만 나중에 공 던지기에서 45회 빼놓고 진행했더니, 참가자들은 무시당한 기분이라고 답했다.
이후 연구진은 사회적 배척 행위가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뇌의 활동 패턴을 조사했다. 실험 참가자가 공 던지기에서 배제되었을 때 뇌의 두 부분인 등전방정맥피질과 전측내선엽의 활동량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패턴은 육체적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확인되는 것과 매우 유사하다. 등전방정맥피질은 기본적으로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나타내는 뇌의 경보 시스템으로 작동한다. 전측내선엽은 고통과 부정적인 감정을 조절하는데 관여한다. 사회적 배척으로 인한 감정과 육체적 고통 사이의 신경학적 연관성을 더 탐구하기 위해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사이버 볼 게임 동안 보이지 않고 거부감을 느끼는 사회적 고통을 얼마나 예리하게 경험했는지 알려 달라고 요청했다. 소외감과 불편함을 더 많이 느낀다고 보고한 사람들은 정확히 신체적인 고통을 처리하는 뇌의 그 부분에서 더 큰 활동을 보였다. 이 획기적인 연구는 사회적 배제에 대한 경험이 육체적 고통에 반응하는 뇌의 부분을 활성화시킨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증명했다.
네이선 드월과 연구진은 학부생 62명에게 그들이 얼마나 자주 감정적인 상처를 받는지 3주 동안 매일 기록하도록 했다. 모든 실험 참가자들은 매일 복용할 약을 받았다. 절반에게는 진통제인 타이레놀이나 아세트아미노펜을 주었고, 나머지 반은 위약을 받았다. (실험 감자자들은 자신에게 어떤 약이 주어졌는지 몰랐다.) 3주 동안의 연구 결과 진통제를 받은 사람들은 정신적인 고통이 덜하다고 보고했다. 육체적 고통을 줄여주는 간단한 약이 사회적 고통도 줄여줄 수 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불안해하는 십 대에게는 매일 아세트아미노펜을 먹으라고 권하기 전여 부작용을 고려해야 한다.)
좀 더 최근의 연구는 흔히 사용되는 이들 진통제가 다른 사람들의 고통에 대한 우리의 공감 능력을 감소시킨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수석 연구원인 도미닉 미치코우스키는 "이 결과는 아세타미노펜을 복용했을 때 다른 사람들의 고통이 당신에게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시사합니다"라고 말한다. "만약 방금 아세타미노펜을 복용한 후 배우자와 말싸움을 했다면 당신의 어떤 행동이 배우자의 감정을 상하게 만들었는지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처럼 보통의 진통제는 심리 사회적 부작용을 가지고 있어서 다른 사람들의 고통스러운 경험들과 공감할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을 방해하는 것으로 보인다. 말 그대로, 아세트아미노펜은 다른 사람의 고통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을 감소시킨다.
행동하게 만드는 비밀
각성/비용-보상 모델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행동할지를 결정할 때 사용하는 합리적인 계산이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행동의 위험이 너무 높다는 결론에 도달하면 사람들은 행동하지 않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예상 비용이 상 당함에도 개입할 때가 있다. 이들은 왜 그랬을까?
실제 개입자의 63%가 이런 훈련을 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성격이 아니라 기술이 달랐던 것이다.
5. 우리는 미움 받을 용기가 없다
튀지 않기 위하여
실험 참가자는 자신이 속한 집단에 순응하기 위해서 오답을 택한 횟수가 1/3(37%)이 넘었다. 오답을 택한 횟수가 반 이상 되는 사람도 절반이 넘었다.
이 결과는 실험 참가자들이 자신이 속한 집단의 구성원과 어울릴 필요가 전혀 없다는 사실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 이들은 친구 사이가 아니였고. 같은 사교 모임의 구성원도 아니었다. 하지만 실험 참가자들은 낯선 무리 속에서도 집단에 적응하려고 오답을 말했다. 애쉬는 연구 결과에 놀라면서 "사회에서 순응하는 경향이 너무 강해서 합리적으로 지능이 높고 의도가 높은 젊은이들도 틀린 답을 말했습니다. 정말 걱정되는 문제였습니다"라고 평가했다.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단체의 기준을 배우고 지키려는 적극적인 동기 부여를 받는다. 또한 그릇된 행동을 지목하고, 특히 자신이 속한 사회 집단의 구성원들의 그릇된 행동에 맞서는 데 따르는 결과를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두려움은 남학생들 사이에서 여학생들의 몸매를 평가한 목록이 오가거나, 친척이 추수감사절 저녁 식탁에서 동성애를 혐오하는 언 급을 할 때, 동료가 회의 중에 불쾌한 발언을 할 때 등 모든 상황에서 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저지한다. 또한 종교와 정치 단체의 구성원들이 이들 단체의 구성원이 아니라면 용인할 수 없을 행동을 참아내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순응하는 이유
신경 과학자들은 사람들이 신경학적 요소 때문에 군중을 따른다는 설득력 있는 증거를 발견했다.
연구 결과에서 타인이 자신의 견해를 공유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기분이 좋아진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음악적으로 박식한 전문가와 의견을 공유할 때 기분이 특히 좋았다. 음악 전문가와 특정한 노래에 대한 선호를 공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실험 참가자들은 전문가가 다른 노래를 선호했을 때보다 경험에 대한 보상을 담당하는 복측 선조체가 활성화되는 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우리가 돈을 벌 때나 초콜릿을 먹을 때 활성화되는 부분이다.) 두 전문가 모두 자신이 선택한 노래를 선호하면 활성화 정도는 더욱 강해졌다. 이 연구는 신경 체계가 사회적 순응을 만드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밝혀낸 첫 번째 연구 중 하나이다.
또 다른 연구는 자신의 의견이 동료들에 의해 입증될 때 뇌도 뚜렷한 방식으로 반응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우리가 집단에 순응하는 이유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순응은 기분을 좋게 하고, 집단에서 벗어나면 그 반대의 기분을 느끼게 된다.
객관적인 시각의 중요성
불행하게도 단체의 그릇된 행동을 무시하거나, 활발하게 감추려는 결정은 상당히 일반적이다. 가톨릭 성당의 성추행 스캔들도 여기에 속한다. 대법원은 펜실베이니아의 성당 내 300명 이상의 신부가 7년 동안 1000명이 넘는 아이들을 성추행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을 때 성당 지도자들의 태도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신부들은 소년, 소녀들을 성폭행했다. 신의 사도들은 이런 범죄에 대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수십 년 동안 이 사실을 은폐해왔다. 성당의 지도자들은 성폭행을 자행한 범죄자들과 성당을 보호하는 쪽을 선택했다." 미국 체조 국가 대표팀 주치의로 일했던 래리 나사르의 사례 에서도 이런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나사르는 어린 체조 선수 수백 명을 성폭행했다. 처음으로 나사르의 성폭행 사실을 폭로한 체조 선수 레이첼 덴홀랜더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포식자들은 공동체를 보호하겠다는 명목으로 희생자를 침묵하도록 만들어 계속 이들을 제압합니다. 정당, 종교 단체, 스포츠, 대학교, 공동체의 유명 회원들에 대한 헌신 때문에 고의로 희생자를 믿지 않고, 이들을 저버리는 일이 너무 자주 일어납니다"라고 말했다.
단체 내에서 구성원들에 반하는 목소리를 내려 하지 않기 때문에, 외부인들이 실질적으로 행동에 나설 때가 많다. 스탠 퍼드 대학교의 학생이던 블록 터너가 술에 취해 정신을 잃은 여학생을 성폭행하려 했을 때 우연히 자전거를 타고 지나치 다가 파티에 참석했던 스웨덴 대학원생 두 명이 이를 저지한 사건은 바로 이런 현상에 대한 반증일 것이다.
나는 티머시 피아자가 기숙사 환영회에서 술을 마시다가 정신을 잃었고, 다른 동료 기숙사 학생들이 피아자를 제대로 보살피지 못했던 사건으로 이번 장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날 밤에 일어난 일이 사건의 전말은 아니다.
피아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상황을 녹화한 동영상에서 코델 데이비스라는 학생이 다른 학생들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고 설득하고 있었다. 데이비스는 A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겁이 나기 시작했어요. 팀이 쓰러지더니 소파에 그대로 누워 있더라고요. 만약 팀이 기절한 것이라면 소파에 누워 있도록 둘 게 아니라 병원에 데려갔어야 해요. 911에 전화를 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데이비스는 이제 갓 입학한 신입생이었고, 그의 호소는 무시되었다. 다른 상급생들은 데이비스가 과잉 반응을 보이고 있고, 상황은 안정적이라면서 그를 궁지로 몰았다.
성과는 없었지만, 데이비스가 당일 밤에 다른 학생들에게 긴급한 상황이라면서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분명한 한 가지 이유는 데이비스가 1년 전에 기숙사 환영회에서 쓰려져 심각한 부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데이비스가 쓰러져 심각한 부상을 당해 상당한 피를 흘렸지만, 당시 누구도 911에 연락하지 않았다. 데이비스는 기숙사 환영회라는 동일한 사교 활동에서 부상을 입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피아자에게 공감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어쩌면 또 영향을 미친 중요한 사실 한 가지가 있었다. 데이비스는 기숙사에서 유일한 흑인이었다. 그래서 어쩌면 남들과 다른 외부인의 기분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다시 말해서 다른 이들에게 순응해야 한다는 압박이 덜했을 지 모른다는 것이다. 피아자를 구하려는 데이비스의 노력은 성과가 없었지만, 당시 사건은 사람들이 단체의 압박을 이겨내도록 만드는 특정한 요소가 있다는 증거를 제공한다. 이 책의 마지막 두 장에서는 사람들이 행동을 하도록 만드는 문제에 대해 다시 설명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먼저 침묵과 방관이 가장 흔하게 일어나는 장소라고 할 수 있는 학교, 대학, 직장을 살펴보고, 이곳에서 사람들이 목소리를 높이지 못하도록 막는 것은 무엇이며 변화를 위해서는 무엇이 달라져야 하고, 어떤 훈련이 필요한지를 알아보겠다.
PART 2. 주변에서 일어나는 방관
6. 따돌림이라는 사회적 무기
2017년 6월 14일, 뉴저지주의 코플랜드 중학교의 6학년 학생인 멜로리 로즈 그로스만은 부모님과 세 명의 형제까지 대가 족을 남기고 자살로 세상을 등졌다. 자살의 이유는 다양했지만, 그로스만이 학교에 다니는 내내 겪었던 사이버 폭력이 가장 중요한 이유였다. 그로스만의 같은 반 학생들은 몇 개월 동안이나 그로스만이 실패자이며 친구도 없다는 문자를 보내고, 인스타그램과 스냅챗으로 메시지를 남겼다. 개중에는 차라리 죽어버리라는 내용도 있었다.
얼마나 고통이 심각했을 지 쉽게 짐작이 가는 사건이다. 하지만 그로스만의 경험은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 정신 병력으로 병원에 입원한 십 대에 대한 연구는 따돌림을 당한 경험이 자살 충동과 강한 연관 관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언어폭력으로 따돌림을 겪은 십 대는 자살을 생각할 가능성이 8.4배 높았으며, 온라인 괴롭힘 경험은 자살 충동을 11.5배나 높이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따돌림은 학교생활에서 불가피한 부분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누구나 가해자가 될 수 있다
내 아들 앤드류가 열 살인가, 열한 살 무렵이었을 때의 일이다. 어느 날 앤드류는 하키 연습에서 돌아와 하키팀의 선수 중 하나가 또 다른 선수를 계속해서 사물함에 밀어 넣으며 괴롭혔다고 했다. 나는 앤드류에게 친구를 괴롭히는 행동은 그만 하라고 말했는지 물었다. 앤드류는 내 질문에 당혹해하며 끼어들고 싶지 않았다고 답했다. 왜일까? 문제의 아이가 자신도 괴롭히지는 않을까 점이 났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일은 우리 아이들의 사물함에서, 운동장에서, 통학 버스에서 흔히 일어난다. 앤드류는 같은 팀 선수의 괴롭힘이 잘못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자신이 감당해야 할 결과가 두려워 문제의 아이에게 대응하지 못했다. 따돌림 문제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따돌림 현장에 있는 학생들 대부분은 수동적 방관자이며, 개입하려는 학생보다 오히려 따돌림에 동참하려는 학생이 더 많다고 한다.
문화의 변화***
• 중학교 학생 대부분(4명 중 3명)은 자신에게 못되게 구는 누군가를 따돌리지 않는다.
• 중학교 학생의 95%는 다른 학생을 못된 방법으로 괴롭히지 않아야 하며, 비방하지 않고, 좋지 않은 이야기를 퍼뜨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 중학교 학생의 대부분(10명 중 8명)은 학교에서 누군가 따돌림을 당하면 선생님이나 상담사에게 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포스터가 게시된 후 수집된 데이터는 이런 단순한 따돌림 예방 전략이 상당히 긍정적인 효과를 가지며, 따돌림 행동과 피해가 크게 줄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전교생에게 포스터를 홍보한 학교의 성과가 놀라웠다. 대부분의 학생이 포스터를 기억하는 학교에서는 따돌림이 35% 감소했고, 일부 학생만 포스터를 본 것으로 기억하는 학교에서도 따돌림이 26% 감소했다. 이 결과는 학교 따돌림을 줄이기 위한 전략만으로 따돌림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과 태도를 크게 변화시킨다는 것을 보여준다.
견고한 관계의 형성
따돌림을 줄이기 위한 또 다른 효과적인 전략은 학생과 교사 간의 견고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어른의 도움을 받은 아이들은 그릇된 행동을 알릴 가능성이 더 높고, 따라서 직원이나 교사의 개입을 가능하게 만든다. 따라서 학교는 교사들이 학생과 따뜻하면서도 배려하는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7. 그건 사랑이 아니다
방관이 초래한 사회적 비용
1968년 3월 16일, 베트남전 당시 미군은 밀라이라는 마울에서 약 5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민간인을 사살했다. 이들 중에는 나이가 많은 사람도 있었고. 여성과 아이도 포함되어 있었다. 수십 명은 논두렁에 밀어 넣은 후 총살했다. 대 학살 속에서 헬기 조종사이던 준사관 휴 톰슨 주니어는 끔찍한 현장을 목격했다. 톰슨 주니어는 공격을 명령한 부대의 대위와 소위에게서 물러나라는 명령을 받았지만, 민간인과 군인 사이에 헬기를 착륙시키고 군인들을 향해 발포를 중단하지 맞으면 자동 소총을 발사하겠다고 위협했다. 그의 노력으로 대학살은 중단되었다.
이후 밀라기에서 벌어진 사건은 널리 알려졌다. 하지만 여기 까지가 이야기의 전부는 아니다. 톰슨 주니어가 용기를 내 대학살에 개입한 후 그의 상관에게 공식적인 보고가 올라갔다. 이후 사건이 뉴스로 유명해진 후에는 하원 의회의 군사 위원회에도 보고되었다. 하지만 그는 군 동료와 일반인 모두로부터 상당한 비난을 받았다.
2004년 톰슨 주니어는 <60분> 이라는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전화로 살해 협박도 받았습니다"라고 털어놓았다. 또한 본관에 동물을 난도질해 두고 가기도 했습니다."라고도 밝혔다. 톰슨 주니어의 용감한 행동은 공식적 인정을 받지 못하다가 1998년 3월 6일, 적군과의 분쟁에 휘말리지 않았던 용감한 정신을 기려 훈장을 받았다.
모든 일터에서 잘못된 행동에 맞서는 대가는 혹독할 수 있다. 특히 충성심을 중요하게 여기는 문화가 있다면 더욱 그렇다. 군대나 경찰이 여기에 속한다. 미국 내 3700명이 넘는 경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는 약 80% 이상이 경찰 문화 내에 침묵의 규율이 존재한다고 답했다. 46%는 동료의 잘못을 목격했지만, 보고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다른 상황에서는 용감한 경관들이 동료의 잘못을 보고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응답자들은 여러 이유를 꼽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보고가 무시되고, 오히려 징계를 받거나 해고될 위험이 있으며, 다른 동료로부터 압박을 받는 것이 원인이라고 말한다. 가장 공통적으로 지목되는 이유는 다른 경관들의 따돌림을 받게 된다는 두려움이다. 전 시카고 경찰 로렌 조 데이비스는 침묵의 규율이 가족과 같은 환경에서 특히 두드러집니다. 가족을 고발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누구도 말하지 않습니다. 파트너가 있다면 언제나 파트너를 지지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심지어 끔찍한 경우에도 조직에 대한 충성심 때문에 나쁜 행동을 묵인하는 선택을 내리는 사람이 너무 많다. 문제의 행동이 신념과 상충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종교 단체에서는 특히 신념과 행동의 괴리가 자주 발생한다.
미국의 체조 선수 레이첼 덴홀랜더가 국가 대표팀 주치의인 래리 나사르에게 성추행을 당하기 전, 어린 소녀였을 때 또 다른 남성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 그 남성은 덴홀랜더와 그의 가족이 다니던 교회의 신도였다. 교회에 출석하던 대학생 한 명이 당시 7살이던 덴홀랜더에 주목했다. 그는 덴홀랜더에게 선물을 사주고, 일요일에는 주일 학교까지 함께 걸었으며, 자주 안아주고, 자신의 무릎 위에 앉으라고 했다. 교회에서 성추행을 당한 아이들을 도왔던 상담사는 이러한 행동이 성추행의 전조라면서 부모에게 경고했다. 하지만 부모가 성경 연구회의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했을 때, 이들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도록 강력하게 설득했다. 친구들은 과잉 반응이라고 했다. 어떤 가족은 덴홀랜더 가족이 다음에는 자신들을 의심할 것이라면서 어울리는 것을 거부했다. 결국 덴홀랜더의 부모는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2년 후. 그 대학생은 교회를 떠났다. 어느날 밤, 덴홀랜더는 부모에게 그가 자신을 무릎에 앉히고 자위 행위를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덴 홀랜더 가족은 아무에게도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덴홀랜더의 어머니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노력을 했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습니다. 다시 그 일을 끄집어낼 이유가 없었어요"라고 설명했다.
끓는 물 속의 개구리 (트럼프 이야기) ***
2018년 가을, 한 심리학회는 다트머스 대학교 심리학 및 뇌 과학과에서 세 명의 유명 교수를 부적절 행위로 기소했다는 소식을 듣고 놀랐다. 이 교수들이 16년 넘는 시간 동안 성추행과 성폭행을 자행했다는 이유에서였다. (2019년 8월, 다트머스 대학교 측은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1440만 달러에 합의했다.) 하버드 대학교의 행동 뇌 과학 및 개발 센터 책임자 레아 서머빌은 다트머스 대학원 재학 시절 자신의 경험을 이렇게 밝혔다. 해로운 기준을 가진 환경에 들어서면 판단력이 흐려지 기 마련입니다. 예를 들어, 내가 다트머스 대학교에 다니던 시절에는 교수진이 실험실이나 공공장소에서 학생들에게 성생활에 대한 농담을 던지는 것이 일반적이었죠. 처음에는 매우 불편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일이 반복되고 수위가 심해지자 오히려 논란이 가라앉았습니다. 바로 내 눈앞에서 사회적 기준이 변화되었습니다. 이처럼 수용할 수 있는 행동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다른 부적절한 대화와 행동이 일상화되었습니다."
새로운 환경이 점차 일상이 되면 비윤리적 행동이 사소하게 느껴지고, 계속되며, 확대된다. 집단에 속한 사람들은 이러한 부적절한 행동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다른 사람들은 문제 삼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 침묵한다. 이 같은 방식으로 이 집단의 기준은 점차 변화한다.
이 과정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처음 선거에 나섰을 때 공화당 내 일부에서는 반대가 심각했지만, 결국 그를 지지하게 된 이유를 설명해준다. 트럼프는 선거 캠페인 내내 공화당의 기존 세력을 비웃고 무시했다. 반대로 외부인인 자신의 입장을 강조했다. 경선 과정에서 공화당 지도부가 트럼프를 승인하지 않았고, 트럼프의 캠페인에 심각한 우려의 목소리를 낸 것은 당연했다. 선거 전, 다수의 공화당 지도부는 트럼프의 공격적 언행과 정책에 우려를 표했고, 멕시코인들이 강간범이라는 그의 비난에 반대했다. 이슬람에 대한 금지와 여성을 비하하는 표현에도 반대했다.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선출되었을 때, 나는 양원 의원들의 반응이 궁금했다. 하지만 실망스럽게도 비판의 목소리는 열렬한 환성으로 바뀌었다. 선거 전 사우스 캘리포니아의 상원 의원인 린제이 그레이엄은 트럼프를 미치광이", "사기꾼', "협잡꾼이자 외국인 혐오자이며, 종교에 대한 편견 덩어리"라고 비난했다. 심지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고 싶다면 트럼프에게 지옥으로 꺼지라고 말하세요.”라고 외치기도 했다.
하지만 선거 후 그레이엄의 표현은 바뀌었다. 그레이엄은 트럼프와 정기적으로 골프를 쳤고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제가 지난 8년 동안 꿈꾸었던 대통령과 국가 안보팀을 갖게 되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변화는 단순히 기회주의적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다. 가시적인 예외를 제외하면 마치 공화당의 도덕적 기준이 바뀐 것처럼 보인다. 거침없는 표현으로 유명한 보수주의자 데이비드 브룩스는 "트럼프를 지지하는 것은 매일 도덕적 기준에서 멀어지는 것이다. 사람들은 몇 개월이 지나면 모든 것에 대해 도덕적으로 무감각해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FBI 국장인 제임스 코미 역시 왜 트럼프 행정부 내의 수많은 사람들이 부정직함을 인지하지도, 여기에 대응하지도 않는지에 대해서 의아해했다. 코미는 <뉴욕타임스>의 기고문에서 "먼저, 그가 공적으로든 사적으로든 거짓말을 하는 동안 당신이 침묵하기로 결정한다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그에게 동조하는 것이다"라고 주장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을 이어나 갔다. "트럼프가 '모두가 같은 생각이다' 라는 말과 ‘분명한 사실이다' 라는 말을 쏟아내도 아무도 반박하지 않는다. 그는 대통령이고, 말을 멈추는 때가 없기 때문이다. 그 결과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를 동조하는 침묵의 고리로 묶어버린다. 그런 다음 트럼프는 당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제도와 가치를 공격한다. 당신이 늘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이전 대통령들 이 적극적으로 보호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던 제도와 가치가 공격을 받더라도 당신은 여전히 침묵한다."
이처럼 침묵은 출발점이다. 다음으로 점차 묵인되고, 결국에는 기존의 강한 비판론자들이 정책과 사람에 여전히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들을 지지한다. 코미의 말을 빌리면 "전 세계가 지켜보는 동안 당신은 함께 테이블에 앉아 있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이 지도자가 얼마나 놀라운 사람인지, 그와 함께하게 된 것이 얼마나 영광인지 말하게 된다. 그의 언어를 이용해서 지도력을 칭찬하고, 가치에 대한 신념을 칭송한다. 그러면 당신은 패배한 것이다. 그가 당신의 영혼을 갉아먹고 있다."
공화당 지도부의 점진적 변화는 모두를 당황하게 했을 것이다. 하지만 사회 심리학자들에게는 그다지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1장에서 설명한 것처럼 밀그램의 실험 참가자들은 권한을 가진 사람의 명령을 따라 결백한 사람에게 강한 전기 자극을 주었다. 단지 전기 충격이 점진적으로 심해졌기 때문이었다. 일단 15볼트 정도의 아주 작은 전기 자극을 주제 되자 심리적으로 벗어나기 힘들어졌다. 공화당 지도부가 트럼프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했던 공격적 발언에도 불구하고 그를 지지했고, 그 이후에도 공격적 발인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반박하지 못했던 이유도 마찬가지이다. 어쩌면 폭넓은 시각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감세와 더욱 보수적인 대법관, 이민 통제 등의 정책을 통해 더 자랑스럽고 안전한 미국을 만들 것이라고 믿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들은 선택한 길을 계속 견지해 자신의 지지를 정당화해야 했을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일단 잘못된 방향으로 발을 디딘 다음에는 경로를 변경하기 어려워진다.
(윤석열 대통령이 공정하지 못한 정책추진과 해외 순방시마다 터져 나오는 온갖 말 실수들, 일본 총리와 만나 굴욕적인 외교를 하는 것 등등 이런 일련의 행동에 대하여 우리가 침묵하게 된다면 우리가 생각하던 사회적 기준이 변화되고 부적절한 행위에 대한 수용 범위가 넓어지면서 이런 행동이 일상화될 것이다. 그러면 끓는 물속의 개구리 (트럼프)와 같이 점진적으로 지지하게 될지도…. 우리가 부패한 중국의 정치인들을 이해 못하지만 중국인들은 그들을 용인하고 지지하는 것처럼 인간의 심리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묘한 것이다.)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의 프란제스카 지노와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맥스 배저먼은 시간이 흐르면서 나쁜 행동이 일반화된 이후 사람들이 이를 지적할 가능성이 감소하는지 연구했다. 이들은 실험 참가자에게 타인이 예측한 병 안에 들어 있는 동전의 수를 검사하고 이들의 추정을 받아들일지, 거부할지 결정하도록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추정지는 점차 증가 해 40센트 정도씩 늘어났고, 어떤 경우에는 4달러 정도 늘어난 경우도 발생했다. 검사를 담당한 실험 참가자 중 52%는 추정치가 조금씩 늘어나는 것을 용인했다. 하지만 추정치가 갑작스럽게 4달러 늘어났을 때는 24%만 용인했다. 연구진은 이 현상을 두고 개구리를 물에 넣고 끓이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끓는 물에 갑자기 넣어진 개구리는 곧바로 튀어 나가지만, 조금씩 물의 온도를 높이면 온도 상승을 느끼지 못하다가 결국 죽는다는 것이다.
기업 사기에 대한 다음의 현실적인 사례는 유혹의 위험함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가 된다. 회계 사기로 유죄가 확정된 13명의 금융권 대표는 인터뷰에서 행동의 수위가 조금씩 높아졌다고 말했다. 한 수석 금융 담당자는 이렇게 말했다. "초기 범죄의 규모는 작았습니다. 이후 조금씩 천천히 진행되었어요. 처음에는 장부에 모자라는 금액을 조작하는 정도였습니다. 누군가는 이것이 범죄가 아니라 합리적으로 수치를 맞추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일단 옮지 않은 행동이 시작되자 이후에는 걷잡을 수 없어졌다. 한 행정 담당자는 “별것 아니었습니다. 어쩌면 무해하다고 볼 수도 있었습니다. 어떤 표현을 쓰든 일단 선을 넘은 것이었어요. 잠깐 선을 넘었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돌아올 수 없는 선을 넘은 것이었죠. "
조직 문화를 바꾸는 법 ***
문제 행동은 모든 종류의 조직에 상처를 준다. 기업, 대학, 군대, 정보기관, 병원, 경찰서 등 모두 마찬가지이다. 준법 감시 인 협회에 따르면 모든 조직에서 임직원의 비윤리적 행위에서 초래되는 비용이 연 매출의 약 5%를 차지한다고 한다. 빌오릴리나 영화 제작자 하비 웨인스타인 같은 극단적 경우를 생각해보면 경제적 손실은 그보다 훨씬 클 수 있다.
잘못된 행동을 제거하는 것은 단순히 가해자를 확인하는 것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들에게서 시작된 독이 다른 곳까지 퍼져 있기 때문이다. 직장의 문화 전체를 바꾸어야 한다. 일터에서 윤리적인 행동으로 선을 실행하는 문화가 만들어 져야 한다. 동료의 그릇된 행동을 보호하는 것이 문화가 되어서는 안된다. 앞에서 소개한 라콴 맥도날드 사망 후 라흠 엠마누엘 시장은 시카고시 의회에서 진행된 연설을 통해 시카고 경찰들 사이에 존재하는 침묵의 규정을 언급했다. "이 문제는 '가늘고 푸른 선the Thin Blue Line (군중의 접근 제한을 목적으로 경찰이 사용하는 줄.-옮긴이)으로도 불립니다. 동료의 잘못을 용인하고, 부정하고, 은폐하는 경향입니다. 법의 수호자라고 법 위에 있는 것처럼 행동해서는 안 됩니다. 경찰 내에서 침 묵의 규율이 깨지지 않는다면 범죄가 만연한 곳의 시민들에게 침묵의 규율을 깨라고 말할 수 없게 됩니다."
우리가 말하지 못하도록 막는 중요한 한 가지 요소는 사회적 결과에 대한 두려움이다. ***
사람들은 그릇된 행동을 저지른 동료를 고발하면 변절자라고 비난한다. 그나마 중립적으로 '내부 고발자'라고 부르더라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기 일쑤이다.
담배 기업인 브라운 앤 윌리엄슨의 대표가 담배의 중독성을 높이기 위해서 고의로 다른 물질을 첨가했다고 고발한 제프리 위간드는 <기업 내부 고발자 생존 가이드) 서문에서 "내부 고발자라는 용어를 바꾸어야 한다. 내부 고발자라는 용어가 변절자, 고자질쟁이, 나쁜 놈이라는 말과 동의어로 사용되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위간드는 대신 '양심의 실천 자'라고 불러야 한다고 제안했다
윤리적 지도자***
그렇다면 그저 말로만 윤리적 행동을 중요시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윤리적으로 행동하는 기업 문화를 만들기 위해 조직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다른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조직의 윤리적 문화는 경영진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뉴욕 대학교 스턴 비즈니스 스쿨의 윤리 리더십 교수인 조너선 하이트는 "지도자는 매출 성과를 달성하고 기업의 성장에만 힘쓸 것이 아니라 핵심 가치를 바탕으로 채용하고, 해고하며, 승진시켜야 한다"라고 제안한다.
하이트는 비영리 기업인 에시컬 시스템을 이끌고 있다. 이곳에서는 기업에게 연구를 기반으로 윤리, 정직, 도덕적 의사 결정을 촉구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한 전략을 제공한다. 그의 첫 번째 조언은 지도자가 윤리적 행동의 모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말만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여기에는 기업이 어려울 때는 자신의 임금을 줄이고, 투자자들에게 해가 되더라도 이득인 거래를 거부하는 것도 포함된다. 하이트는 존슨앤존슨의 전 CEO 제임스 버크를 고객의 건강을 이익보다 우선하는 지도자로 지목한다. 1982년, 청산가리가 든 타이레놀을 복용하고 7명이 사망했을 때 그는 타이레놀 3,100만 병을 리콜했다. 또한 하이트는 직원들과 같은 크기의 업무 공간에서 일하면서 기업 내 위계질서를 뛰어넘어 모든 노동자의 개인적 책임을 우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자포스의 CEO 토니 셰이를 높이 평가했다.
하이트는 임직원들이 윤리적이라고 보는 지도자가 가진 공통적 특징 몇 가지를 지적한다. 첫째, 성실이다. 남을 배려하고, 생각이 깊으며, 상세한 부분까지 꼼꼼하게 챙겨야 한다. 이런 특성을 가진 지도자는 편법을 이용하거나 갑작스러운 일을 벌이지 않는다.
둘째, 도덕적 정체성을 중요시한다. 그래서 정직, 배려, 공감 능력을 가지고 있다. 윤리적인 지도자는 도덕적 문제에 있어서 공정, 정의, 인권의 원칙을 중심으로 해 복잡한 방식으로 검토한다.
기업은 윤리적 지도자만 가져다줄 수 있고, 비윤리적인 편법으로는 불가능한 혜택을 고려해야 한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수록된 한 연구에서는 진정성, 책임감, 관용. 공감 등 인성 면에서 임직원들이 높은 점수를 주는 CEO들이 지난 2년 동안 평균 9.35%의 투자 수익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하위 CEO의 약 5배 해당하는 성과이다. 임직원들은 인성 점수가 높은 지도자가 옳은 것을 위해 나서고, 공통의 선을 위해 우려를 표하며, 자신과 타인의 실수를 인정하고, 공감을 표 한다고 말했다. 낮은 점수를 받은 CEO들은 반대였다. 거짓말을 하고,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기대되지 않으며, 문제를 다른 사람의 탓으로 돌리고, 타인의 실수에 벌을 주고, 남을 배려하지 않았다. 윤리적인 지도자는 노동자들의 행동이 더 나아질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했고, 더 나은 성과를 거두었다.
윤리적 지도력이 효과적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들은 서로 연관되어 있다. 윤리적인 지도자가 이끄는 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만족도와 헌신도가 높았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지도자가 자신을 배려하고, 공정하게 대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이직률이 낮았다. 임직원은 지도자의 행동을 롤모델로 삼았고, 상당한 비용을 초래할 수도 있는 비윤리적 활동에 개입하지 않았다. 윤리적 지도력을 중시하는 기업의 잘못을 인지한 임직원들은 경영진에게 이 사실을 보고했다. 경영진이 자신의 행동에 보복하는 것이 아니라 인정할 것이며, 이후 공정하고 적절한 절차가 뒤따를 것이라 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문제는 악화되지 않고 초기에 진화되었다.
윤리적 행동의 모델이 될 지도자를 찾아야 하는 이유는 권력을 가진 사람일수록 그 반대의 경우보다 도덕적인 경로를 선택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고려했을 때 더욱 중요하다.
노스웨스턴 대학교와 네덜란드 틸뷔르흐 대학교에서 진행한 연구에서는 실험에 참가할 대학생을 모집해 권력이 강한 역할과 약한 역할을 할당했다. 권력이 강한 역할은 총리라고 설명했고, 권력이 약한 역할은 공무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들에게 세 가지 도덕적 딜레마를 제시했다. 첫째, 약속 시간에 늦었고, 도로에 차량이 없을 때 속도위반. 둘째. 과 외로 번 소득에 대한 세금 신고 누락. 셋째, 도난 후 버려진 자전거를 경찰에 돌려주지 않고 습득하는 것이었다. 실험 참가 자 중 절반에게는 전반적으로 이런 행동이 용인될 수 있는지 물었고, 나머지 절반에게는 자신이 이런 행동을 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물었다.
권력이 판단에 영향을 미쳤을까? 물론이다. 낮은 권한을 할당 받은 실험 참가자는 자신은 물론이고, 타인에게도 용납될 수 없는 행동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높은 권력을 할당받은 실험 참가자는 타인보다 자신에게 관용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 연구는 모든 종류의 지도자에게서 자주 확인되는 위선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한다. 권력을 가진 사람은 자신보다 남에게 더 높은 도덕적 기준을 적용한다. 권력이 일시적이고 무작위로 할당되어도 마찬가지였다. 연구진 중 한 명인 아담 갈린스키는 연구 결과와 최근 스캔들의 관계에 주목했다. "공공 기금을 사적 용도로 사용하면서 작은 정부를 옹호하는 정치 인, 가족의 가치를 강조하면서 외도를 하는 사람들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비슷한 사례는 많다. 가난한 사람을 도와야 한다고 설교하면서 개인 항공기를 애용하는 목사, 여성의 사회적 권한을 옹호하는 말을 하면서 여성들에게 성희롱을 일삼은 영화계 거물도 있다.
기업이 그저 말만 앞세우지 않고 실제 윤리적으로 행동하는 경영자를 고용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조리선 하이트는 비윤리적 행동으로 효과를 볼 수 있을 때 즉각적인 이득에 집중하는 경영자가 아니라 윤리적 행동으로 진지하고 오래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장기적인 안목에 집중하는 경영자를 선택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이런 경영자들은 자신과 타인에게 같은 규칙을 적용한다. 물론 윤리적인 사람을 경영자의 자리에 앉힌다고 임직원들이 모두 그를 따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중요한 첫 단추는 될 것이다.
(윤리적인 지도자가 한국엔 왜 나오지 않는 것일까? 욕을 했으면서 안 했다고 하고 가족이 사기를 쳤는데도 묵인하고)
비윤리적 행동에 대한 무관용***
개방적이고 윤리적인 문화를 육성하려는 조직은 다양한 수준에서 비윤리적 행동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이 메시지는 기업의 경영진과 상사뿐만 아니라 동료 사이에서도 전달되어야 한다. 윤리 훈련은 늘 똑같지 않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 마지못해 듣는 온라인 강의에 그쳐서는 안 된다. 경영자는 크고 작은 모든 사안에 있어서 임직원들이 도덕적으로 행동할 것이라는 자신의 기대를 전달할 방법을 훈련해야 한다.
사기 행각을 저지른 사람은 초기에는 어렵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을 정당화한다. 따라서 시간이 흐를수록 사기 행각이 심각해지기 때문에 조기에 막아야 한다. 2003년, 〈뉴욕타임스) 기자였던 제이슨 블레어는 수많은 기사를 표절하다가 발각되어 회사를 그만두었다. 블레어는 '처음에는 불안했습니다. 하지만 별문제 없었고 선을 넘었다는 생각이 들면서 나 자신을 합리화하게 되었습니다. 난 괜찮은 사람이잖아. 그러니까 큰일도 아니야. 별일 아니라고'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후로는 쉬워졌습니다."라고 털어놓았다.
기업은 부정직한 행동과 사람을 현혹하는 행동을 제한하는 규칙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일부 병원에서는 제약 회사로부터 선물 받는 것을 금하고 있다. 제약 회사는 그들이 제공하는 식사, 강연, 호화스러운 리조트 여행 등 다양한 혜택을 의사들이 누리게 하면서 자사가 생산한 고가의 의약품 처방을 늘리도록 권유하기 때문이다. (미국 의학 협회 저널)에 공개된 연구를 보면 제약 회사의 선물을 금지하는 정책 시행 후 19개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 2,000명의 처방전을 비교했다. 그 결과 유명 제약 회사 의약품 처방이 5% 감소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작은 변화인 것 같지만, 비용으로 따지면 수십억 달러에 달한다.
또한 조직은 모든 수준에서 노동자에게 같은 윤리적 기준이 적용된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기업은 절대 소외시킬 수 없다 거나, 잃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유명인의 그릇된 행동을 간과할 때가 많다. 막대한 기부금을 받아오는 학자, 거물 고객을 거느린 헤지 펀드 매니저, 오스카상을 받은 감독 같은 사람들이 이러한 경우에 해당한다. 노동자는 유 명인이 문제 행동을 하고도 특별한 제재를 받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이 속한 조직이 비윤리적 관행을 용인한다고 판단한다. 결국 규칙 위반을 알게 되더라도 보고할 의지를 잃게 되며 비윤리적으로 행동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캘리포니아 얼바인 대학교의 크리스토퍼 바우만과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교, 미시건 대학교의 연구진은 비용을 거짓으로 보고하거나 비품 편취 같은 일반적 사기 행위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조사했다. (설문 참가자에게는 사기 행위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답하도록 했다. 이러한 행위는 별것 아니어서 간과되기 쉽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기업에게 큰 비용 부담이 된다.
연구진은 설문 응답자들로부터 기업의 경영진도 이러한 사기 행위에 개입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사기 행위에 연루된 동료 노동자를 처벌하는 것에 반대할 것이라고 답했다. 기업 전반에 윤리적 문화가 자리 잡기 바라는 CEO라면 이 결과를 주목해야 할 것이다.
사기 행위 근절을 위한 기업들의 또 다른 전략은 강력한 반 보복 정책을 실시하는 것이다. 노스캐롤라이나 주립 대학교 와 버크넬 대학교의 연구진은 옳지 않은 행동을 보고했다는 이유로 보복할 위험이 없는 적절한 조직이 기업 내에 존재할 때 구성원들이 숨기지 않고 알릴 확률이 높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 접근 방식은 특히 상장 기업에 도움이 된다. 미국 증 권 거래 위원회가 해당 사실을 알게 되어 더 심각한 결과로 이어지기 전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 내부 고발자가 미래의 잠재적 문제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아이오와 대학교 티피 비즈니스 스쿨의 자온 와일드는 미국 연방 직업 안전 보건국에 내부 고발자로부터 민원이 접수된 317개 대형 상장 기업을 조사했다. 와일드는 이 기업들이 민원이 접수되지 않은 기업과 비교했을 때 이후 2년 동안 회계 부정이나 조세 회피 등 사 기 행위에 개입될 가능성이 적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와일드는 내부 고발을 계기로 법적 위험을 줄이기 위해 더욱 조심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이 연구에서 얻을 수 있는 결론은 무엇일까? 모든 수준에서 비윤리적인 행동을 거절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다.
윤리적인 행동이 기대되고, 심지어 요구된다고 인지한 노동자는 잘못된 방향으로 조금이라도 발을 들일 확률이 적다. 이 들은 문제 행동을 보고하는 데 주저하지 않으며, 그 결과 초기에 문제를 막을 수 있다. 윤리적 행동이 모든 직원에게 우선 순위인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업의 기준을 변화시켜야 한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기업의 수익에 도움이 될 것이다.
신호와 암시
사람들을 윤리적인 행동으로 끌어들이는 가장 간단한 방법 중 하나는 미묘한 암시를 만드는 것이다. 많은 대학교에서는 시험 기간이 되면 학생들에게 시험 중 도움을 주지도, 받지도 않겠다는 서약을 받는다. 이 전략은 학생들에게 정직한 학업 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자신의 행동을 자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자각은 집단 이익에 기여하지 않으려는 경향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사람은 모두 자신을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도덕적으로 옳게 행동하려 노력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이름을 적는 것처럼 자각을 위한 작은 신호만으로도 윤리적 행동으로 사람들을 이끌 수 있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맥스 배저먼과 연구진은 간단한 서명으로 비윤리적 행동을 줄일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실험을 설계했다. 연구진은 미국 남동부에 위치한 한 대학교의 학생과 교직원들에게 수학 문제 몇 개를 제시했다. 이 실험에서는 한 문제를 풀 때마다 1달러를 받기로 되어 있었다. 실험이 끝난 후 참가자들은 제공된 답안지를 보고 직접 점수를 매 겼다.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점수를 기록하고 돈을 받기 위한 세 가지 양식을 제공했다. 첫 번째 양식은 정확하게 푼 문제의 점수만 적도록 했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양식은 점수를 기재하는 항목과 함께 해당 내용이 정확하고 완전하다는 문장이 적혀 있었다. 두 번째 양식은 서명란이 상단에 있었고, 세 번째 양식은 서명란이 하단에 있어서 점수를 기재한 후 서명을 하게 되어 있었다.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들이 정직하게 점수를 기재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답안지도 함께 확인했다. 결과는 상당히 놀라웠 다. 사실임을 확인한다는 서명란이 없는 양식을 받은 실험 참가자의 64%, 하단에 서명란이 있는 양식을 받은 실험 참가자 의 79%가 점수를 부풀렸다. 상단에 서명란이 있는 양식을 받은 경우 점수를 부풀린 사람의 비율은 37%였다.
다만 이 연구의 중요한 한계는 점수를 부풀리고 몇 달러를 더 받는 것을 실질적인 비윤리적 행동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현실에서 비윤리적 행동에 개입할 때 얻을 수 있는 보상이나 위험은 이보다 훨씬 크다.
연구진은 더욱 현실적인 상황에서 서명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이번에는 미국 북동부에 위치한 자동차 보험사와 협력했다. 연구진은 고객들이 보험사에 차량 주행 기록을 고지할 때 사용하는 표준 양식을 두 가지로 준비해 고객들에게 무작위로 나눠주었다. (주행거리가 짧은 차량은 덜 운전하기 때문에 사고 위험이 낮아져 보험료도 낮아진다.) 두 양식은 모두 동일하지만, "나는 여기에 기록된 정보가 사실임을 약속한다" 라는 문구와 서명란의 위치만 달랐다. 첫 번째 양식은 이 문구가 시작 부 분에 위치했고, 두 번째 양식은 마지막에 위치했다. 연구진은 두 가지 양식을 사용한 고객들이 고지한 주행 거리를 비교했다.
이번에도 서명란의 위치가 중요했다. 서명란이 상단에 있는 양식의 평균 주행 거리는 2만 6098마일이었고, 하단에 있는 양식의 평균 주행 거리는 2만 3671마일이었다. 아주 작은 차이였지만, 평균 주행 거리의 차이는 10%에 달했다. 이 실험 결과는 단순히 정직한 행동을 상기하는 것만으로도 윤리적 행동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자신이 누구인지 상기해준다면(서명이 이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올바른 행동을 하는 좋은 사람이 되려는 의지를 기억하 게 된다. 내 강의를 수강하는 모든 학생에게 시험 전에 서명을 받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 미묘한 신호는 비윤리적 선택이 고심 끝에 결정된 것이 아니라 충동적이고 비의도적일 때 더욱 중요하다. 시험에서 답을 찾지 못해 불안한 학생을 생각해보자. 즉흥적으로 옆자리에 앉은 사람의 답안지를 흘긋 보기로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마감을 앞두고 기사를 쓰지 못한 기자도 마찬가지이다. 이렇게 정직하지 못한 행동은 의도적이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결정 은 빠르고, 잠재적인 결과는 생각지 않는다.
사람들을 윤리적인 행동으로 이끌 수 있는 또 다른 미묘한 전략은 과거 정직하지 못했던 행동을 떠올리고 지금은 후회하는지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시카고 부스 비즈니스 스쿨의 아일렛 피시바흐와 뉴저지 주립 대학교의 올리버 J. 쉘든은 자신의 과거 행동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윤리적 선택을 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 확인하기 위한 실험을 진행했다. 이 연 구에서 비즈니스 스쿨의 학생들은 가상의 협상에 참여해 뉴욕의 전통적인 벽돌 주거 건물인 브라운스톤 구매자와 판매자를 중개하는 역할을 했다. 구매자는 브라운스톤을 허물고 호텔 신축을 원했고, 판매자는 브라운스톤을 지키려는 구매자에게 판매하기를 원했다. 협상 시작 전, 학생 중 절반에게는 성과를 위해 규칙을 어겼던 과거의 경험을 떠올리도록 했고, 나머지 절반에게는 이러한 요청을 하지 않았다.
연구 결과 과거의 옳지 못한 행동을 떠올렸던 학생의 경우 잘못을 다시 반복하지 않으려는 의지가 분명하게 확인되었다. 과거의 잘못을 떠올렸던 학생 중 브라운스톤 협상을 타결시키기 위해 거짓말을 한 학생은 45%였다. 과거의 잘못을 떠올리지 않은 학생 중에는 67%가 거짓말을 했다. 과거를 떠올려보는 것만으로도 서명하는 것만큼 윤리적 행동을 끌어내지는 못하겠지만, 분명 자신의 선택을 생각해보도록 격려하는 효과는 있었다.
이 연구진이 진행한 또 다른 연구에서는 실험 참가자들에게 자신의 가치와 신념을 적거나 비윤리적 행동에 대한 유혹을 생각해보는 등 부정직한 행동의 신호를 제공하는 것으로도 거짓으로 병가를 내거나, 사무실 비품을 편취하거나, 추가 업 무 부담을 지지 않으려고 느리게 일을 처리하는 등 부정직한 행동의 의지를 줄인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사람들에게 부정직한 행동의 유혹을 생각해보게 했을 때 이후 비윤리적 행동에 대한 유혹을 떨칠 수 있는 힘을 얻는 것으로 보인다. 왜 그럴까?
사실 우리 대부분은 약간의 부정직한 행동은 큰일이 아니라고 여긴다. 약간은 과속을 할 수 있고, 추가 소득 신고를 누락할 수도 있으며, 개인적으로 먹은 점심값을 비용으로 청구하거나. 위키피디아에서 몇 구절을 슬쩍 베낄 수도 있으며. 데이터를 약간 얼버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누군가가 제지한다면 사실은 잘못된 행동이라고 인정한다. 수석 연구진인 올리버 쉘든은 "사람들은 나쁜 사람이 나쁜 행동을 하고, 선한 사람은 옳은 행동을 한다고 생각한다. 비윤리적 행동은 인성이 그른 사람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거의 모든 사람이 가끔은 부정직하게 행동한다. 주로 상황 때문 일 수도 있고, 비윤리적 행동을 보는 사람들의 시각 때문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실험실과 현장에서 진행된 이 연구의 결과는 1장에서 소개했던 괴물에 대한 잘못된 생각과 관련한 내 주장과 일치한다.
사람들은 의도와 다르게 비윤리적 행동을 할 때가 있다. 처음에는 별것 아니고, 결과도 심각하지 않다. 하지만 서명을 하거나, 과거의 행동을 생각해보는 등 작은 변화로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다.
아주 작은 신호만으로 유혹을 견뎌낼 수 있다. 뉴캐슬 대학교의 멜리사 베잇슨은 작은 신호로 더욱 윤리적 행동을 끌어 낼 수 있는지 와 관련해 연구를 진행했다. 베잇슨의 연구소 탕비실은 무인 시스템으로 운영되었다. 사람들은 커피와 차를 마신 후 쟁반에 약간의 돈을 남겨 놓게 되어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돈을 남겨 놓았는지 확인하는 사람이 없어서 누가, 얼 마나 돈을 남겨 놓았는지 알 수 없었다. 무인 시스템은 돈을 덜 내도록 만들었다. 베잇슨은 두 종의 포스터를 만들어 10주 동안 탕비실에 번갈아 게시했다. 첫 번째 포스터에는 누군가의 두 눈이 그려져 있었고, 두 번째 포스터에는 꽃이 그려져 있었다.
실험 결과는 놀라웠다. 눈이 그려진 포스터가 게시된 주에 사람들이 남겨둔 돈은 꽃 그림이 제시되었을 때보다 세 배나 많았다.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문화*** (OQC 직원들 교육 도입?)
윤리적 일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직원들이 문제 행동에 대해 편한 마음으로 우려를 제기할 수 있는 문화부터 만들어야 한다. 문제 행동을 인식한 직원은 보복과 따돌림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이런 분위기는 나쁜 행동이 지속되도록 만들고, 잠재적으로는 심각한 피해를 초래한다.
직원들이 상사에게 이의를 제기하려 하지 않으면 간혹 목숨을 위협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1970년대, 미국에서는 몇 번의 항공기 사고가 발생했다. 조종사의 잘못된 결정으로 인해, 그리고 승무원들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발생한 사고도 있었다.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발생한 유나이티드항공 사고도 여기에 속한다. 당시 항공기에는 말 그대로 연료가 바닥나고 있었다. 이 사건으로 시작된 연구는 승무원들이 조종사에게 결정을 일임하는 심리학적 요인을 더욱 잘 이해하도록 했고, 이후 항공업계의 훈련 절차는 근본적 변화를 겪었다. 항공사는 미국 항공 우주국에서 개발한 조종 자원 관리 프로그램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이후 항공기 안전은 크게 개선되었다.
많은 조직에서는 모든 노동자가 건전한 사무실 환경을 유지할 책임을 지는 문화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노동자에게는 문제 행동을 목격했을 때 목소리를 높이거나, 직접 개입하거나, 고발할 수 있는 지침이 제공되었다.
그중에는 하루아침에 변화시키기는 불가능하더라도, 시간이 흐르면서 직장 문화를 변화시킨 대표적 사례로 뉴올리언스 경찰서를 꼽을 수 있다. 뉴올리언스 경찰서는 오랜 기간 소송에 시달렸다. 경찰관들은 증거를 조작했고, 비무장 시민에게 발포했으며, 사실을 은폐했다. 경찰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는 매우 낮았다. 2014년, 새로운 감독관인 마이클 S. 해리슨이 경찰서 내 문화를 바꾸기 위해서 부임했다. 그는 경찰관들이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만든 잘못된 행동을 줄이기 위한 훈련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경찰서의 1000명이 넘는 구성원 모두 윤리적 경찰이 용기 있는 경찰이다Ethical Policing is Courageous”, 줄여서 EPIC이라고 불리는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했다.
EPIC은 동료의 비윤리적 행동을 모른 척하는 침묵의 문화를 비윤리적 행동을 막아 시민을 보호하는 문화로 바꾸는 데 집중했다. EPIC은 동료 경찰이 보고서를 거짓으로 작성하거나, 증거를 조작하고, 용의자를 공격하는 등 그릇된 행동에 개입하는 것을 막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러한 사건을 막을 수도 있었다. 경찰들은 동료가 불필요한 위험 행동을 하게 될 때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방법을 배웠다. 또한 동료가 이후에 후회할 일을 하지 않도록 돕거나, 막도록 훈련 받았다. EPIC 프로그램은 경찰들에게 충성심이란 나쁜 행동에 합류하고, 묵과하는 것이 아니라 막는 것이라고 가르쳤다.
뉴올리언스 경찰서 부서장인 폴 노엘은 "적극적인 개입의 정신은 전염성이 있습니다. 옳은 의도를 가진 동료의 적극적 설득에 저항하기는 쉽지 않습니다"라고 말한다.
이처럼 인상적인 프로그램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이 프로그램은 메사추세츠 대학교 암허스트 캠퍼스의 심리학 교수인 어빈 스타웁의 오랜 연구 성과를 기반으로 한다. 스타웁은 행동하지 않으려는 경향을 극복하도록 돕는 요소의 연구에 전념했다. 이 주제에 대한 스타의 관심은 그가 헝가리에서 가족과 함께 살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스타웁의 가족은 다른 유대인 가족과 함께 홀로코스트 희생양으로 지목되었다. 다행히 그의 가족은 유대계 헝가리인을 도왔던 스웨덴 외교관인 라울 왈렌버그와 기독교인이자 이들 가족에게 충성심을 갖고 위험을 무릅쓴 유모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이 후 스타웁은 학교에서 따돌림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고, 인종 학살을 비롯한 여타 폭력을 막기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최근에는 경찰의 고질병이라고도 할 수 있는 동료의 그릇된 행동을 용인하고 은폐하는 관행을 해결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완성했다.
스타웁이 경찰의 문제에 개입하기 시작한 것은 1991년, 로드니 킹 사건 때였다. 킹은 로스앤젤레스 경찰들에게 심한 폭행을 당했다. 주변의 다른 경찰은 이 모습을 보고만 있었다. 캘리포니아 사법 당국은 스타웁에게 개입 기술을 바탕으로 경찰을 훈련해 시민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 스타웁은 경찰의 문화를 바꾸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스타웁은 따돌림이나 비난을 받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줄여 개입했을 때 초래될 피해에 대한 추정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스타웁은 "어떤 상황에서도 동료를 지지해야 한다고 판단할 수밖에 있는 시스템에 속해 있다면 이를 거부할 경우 동료나 상사에게 따돌림을 받게 되고, 개입으로 인한 피해는 상당할 수 있다. 상사를 포함해 전 시스템이 훈련을 받아 문화 전체를 바꿔야 하는 이유이다"라고 설명한다. 현재 이 프로그램은 뉴올리인스에서 환용 중인 EPIC 프로그램의 기반이 되었다.
EPIC은 뉴올리언스 경찰서 내 모든 관리자의 지지를 받고 있다. 그중 경찰서의 감독관은 BPIC 훈련을 이수한 모든 이에게 제공되는 배지를 자랑스럽게 달고 있다. 이 배지는 윤리적 기준에 대한 자신의 신념과 부적절한 행동에 맞서겠다는 의지를 전달한다. 앨버커키, 배턴루지, 호놀룰루, 세인트폴을 포함한 다른 도시에서도 이 프로그램을 채택하기 위해 준비 하고 있다. 뉴올리언스에서 재직 당시 프로그램을 시작한 해리슨은 2019년 3월, 볼티모어 경찰국장으로 입명되었다. 해리슨은 볼티모어에서도 프로그램을 이어갈 계획이다.
경찰서, 로펌, 상원 의회 등 직장 내 문화를 바꾸기란 쉽지 않다. 언제나 처음에는 반발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지도층에 서부터 반발한다면 문화를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스타웁은 캘리포니아 경찰서에서의 훈련 경험을 회고하며 개입을 위한 교육의 이행을 요청했을 때 당시 경찰서장이 "역할극은 안 합니다"라는 말로 거부했던 일화에 대해 적었다.
일부에서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직장 문화를 만들면 노동자들이 서로를 고발하는 불쾌한 업무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닐지 걱정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윤리적 행동이 조직 상부에서부터 시작되면 노동자 대부분은 적절한 규칙과 기준을 따르게 된다. 이를 따르지 않는 구성원은 문제 행동이 심각해지기 전에 조기에 저지된다. 하지만 만약 문제가 조직의 상부에서 시작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윤리 훈련은 특히 병원, 경찰서, 군대처럼 행사할 수 있는 권력이 제한적인 구성원이 큰 권력을 가진 구성원을 고발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상황에서 중요하다. 항공 전문가 존 낸스는 《왜 병원은 항공사처럼 되어야 하는가》에서 이들 조직의 문화는 지위를 막론하고 모든 구성원이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낸스는 리더 지위에 있는 구성원이 조직 내 모든 지위의 구성원들에게 이러한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믿는다. "나는 실력을 인정받아 여기까지 올라왔지만, 흠이 많은 사람입니다. 나는 내게 거침없이 조언하도록 권한을 준 사람들을 항상 곁에 둘 것입니다. 그들은 내가 어떤 실수를 하더라도 조직에 부정적 영향이 미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노동자들이 상사나 동료와 솔직하게 소통할 수 있다고 믿는 문화를 만들기 위한 두 가지 중요한 요소가 있다. 첫째. 노 동자들이 사실을 알렸을 때 분명한 변화가 있고, 자신의 우려가 진지하게 수용되며. 경영진이 외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믿을 수 있어야 한다. 특히 강한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행동의 의지를 보여야 한다. 둘째. 동료들 사이에서 비윤리적 행동에 대한 우려가 공유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고발하기로 한 결정이 존중 받는다고 느껴야 한다. 상사가 비윤리적 형동을 알리도록 격려한다고 하더라도, 동료들의 앙갚음이나 따돌림 같은 것을 두려워하게 된다면 침묵할 가능성이 높다.
미시건 대학교 로스 비즈니스 스쿨의 데이비드 메이어와 연구진은 기업의 전반적 문화가 비윤리적 행동에 대한 고발에 영향을 비치는지 연구했다. 첫 연구에서 이들은 대기업 직원 약 200명을 대상으로 윤리적 행동에 대한 심층 여론 조사를 진행했다. 응답자들은 자신의 상사가 높은 윤리적 기준을 가지고 있는지 ("내 상사는 윤리적 기준을 어기는 직원에게 제재를 가한다), 동료들이 윤리적 행동에 개입하는지(내 동료들은 업무와 관련한 결정을 내릴 때 윤리적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한다)에 대한 질문에 답했다. 다음으로 기업의 윤리적 기준을 위반한 것을 발견했을 때 이를 어떻게 알릴지 물었다. 두 번째 여론 조사는 16개 기업의 직원 3만 4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으며, 역시 상사와 동료들이 윤리적 행동을 하는지 물었다. 또한 이들에게 비윤리적 행동을 목격한 적이 있는지, 그럴 때 어떻게 행동했는지, 보복에 대한 두려움이 행동에 영향을 미쳤는지 물었다.
두 연구의 데이터는 일관된 결과를 보여주었다. 응답자들은 상사와 동료 등 다른 구성원들과 비윤리적 행위에 대한 우려를 공유할 수 있다고 생각할 때 보고할 가능성이 높았다. 상사나 동료 중 한쪽, 또는 둘 모두 비윤리적 행동이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적어도 보복이 두려워 침묵할 가능성이 높았다. 따라서 윤리적 행동은 이러한 태도가 확실하게 가치를 인정받는 조직에서 성장했다. 여러분이 인사 담당 부서에 옳지 못한 행동을 알렸다는 이유로 동료가 변절자라고 부른다면 상사가 비윤리적 행동에 제재를 가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마찬가지로 동료가 윤리적 행동을 지지하더라도, 상사가 묵과한다면 충분치 않다.
불행하게도 이러한 연구 결과가 놀랍지는 않다. 상사에 의해서든, 동료에 의해서든 비윤리적 행동을 알렸다는 것 때문에 부정적 결과가 초래된다면 누가 알리려고 하겠는가. 이러한 두려움은 조직의 구성원이 아주 끔찍한 행동을 목격하더라도 침묵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개인적 또는 직업적으로 심각한 대가를 치른다면, 옳은 행동을 하기 어렵다. 이를 위해서는 도덕적 용기가 필요하다.
PART 3. 행동하는 양심이 되는 법
9. 도덕 저항가에 대한 이해
유대인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건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 여러 면에서 달랐다. 이들은 독립심과 통제력이 높아 서 자신의 노력이나 선택의 결과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도 믿음을 지켰다. 위험을 감수하고 위험한 일을 이행하는 능력도 높았다. 이 모든 특성이 결합해 용기를 낼 수 있는 자신감을 제공했다. 하지만 다른 특성도 있었다. 바로 애타 심, 공감, 사회적 책임 등 타인에 대한 걱정이었다. 이런 특성은 상당한 위험 속에서도 공감하고 행동할 수 있는 추진력이 되었다.
이 연구는 도덕 저항가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 이들은 자신감이 있고, 독립적이며, 애타적이고, 강한 자존감과 사회적 책임을 느낀다.
군중의 압박에 대한 저항
자신의 의견을 밝힌 학생들과 달리 남을 의식하고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학생은 그릇된 행동 앞에서 침묵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어설픈 소통으로 인한 사회적인 결과를 두려워했고, 일부는 이러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상당히 노력하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이들의 것으로 예상되면 누군가 얼굴에 얼룩이 묻거나 이 사이에 음식이 끼었을 때 알 려주는 것 같은 낮은 위험의 사회적 갈등도 피하려고 했다.
사람들은 개입으로 인해 사회적 상호 작용이 어색해지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개입의 결과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되면 행동하지 않는 것을 정당화한다. 심리학자들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다 보니 과민 반응으로 보여 호들갑을 떠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어 하지 않는 이들은 누군가 질식의 고통을 겪고 있을 때 도와줄 가능성이 낮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발생 할 수 있는 결과는 매우 심각하지만, '목이 막혀서가 아니라 단순한 기침일 수 있다' 같은 모호한 판단 때문에 바보 같이 보일까 두려워 도움 주기를 꺼렸다.
집단에 적응하는 것에 대한 개인적 차이는 뇌의 특정 구조와 관련이 있다.
숨겨진 도덕 저항가를 찾아서
행동에서 도덕적 용기를 찾아야 한다. 스탠퍼드 대학교의 앨버트 반두라가 개발한 사회 학습 이론은 사람들이 부모, 교사, 다른 역할 모델을 포함해 환경에서 타인을 보면서 행동하는 방법을 배운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람들은 도덕적 용기를 보여주는 주변 사람을 보면서 동일하게 행동하도록 영감을 받는다. "아이들은 부모가 다른 타인에게 어떻게 행동 하는지를 보고 똑같이 행동할 가능성이 높습니다"라고 심리학 교수인 줄리 허프는 말한다. 39
모체 모형은 폭력과 시민 소요에서 도덕적 용기를 무릅쓰게 만드는 이유를 알려준다. 1960년대에 행진과 연좌 농성에 참여한 인권 운동가들은 휴로코스트에서 유대인을 도왔던 독일인들이 그랬듯 부모의 도덕적 용기와 사회 참여를 보고 자 랐다.40 사회학자 홀리 나이세스와 니콜 폭스는 1994년 르완다 집단 학살에서 피난처를 제공했던 사람들은 주로 부모가 남을 도왔던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뷰에서 피난민을 한 명 이상 구했다고 답한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과거에 르완다에서 폭력 사태가 발생했을 때 부모나 조부모가 다른 이들을 도왔다고 답했다. 도덕적 용기의 모델은 이처럼 미래 세대의 용기 있는 행동에 영감을 제공한다.
두 번째로 도덕적 용기를 위해서는 기술이 필요하고 이 기술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올바른 행동을 하고 싶더라도 군중에 저항하기 위한 기술이 부족하다면 실행하기 어렵다. 부모, 교사, 다른 성인이 어렸을 때 사회적 압박을 인지하고 권위에 의문을 제기하도록 도와 이런 기술을 길러주었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밀그램 연구에서 실험 참가자들에게 계속해서 충격을 주도록 요구한 연구진에게 이의를 제기한 몇 안 되는 사람 중 한 명인 조 디모우는 자신의 결정이 가족 덕분이라고 말했다. "가족들은 사회적 계급에 대해 투쟁적 시각을 가지고 있었고 제게 나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옳고 그름의 시각으로 바라보라고 알려주었습니다."
이런 기술의 계발은 다른 사람에게 적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십 대에도 사회적인 영향에 대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공감 능력을 길러야 한다. 다른 인종, 종교, 정치,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과 시간을 보내고 그 사람을 알아가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켄트 대학교의 니콜라 애벗과 린제이 카메론은 이웃, 학교, 스포츠팀에서 다른 인종과 더 많이 접촉한 백인 고등학생들이 다른 문화적 배정에 더 공감하며, 더욱 개방적이고, 더 관심을 가진다는 사실을 확 인했다. 이들은 소수 인종의 사람들이 정직하고, 친근하며, 근면하다고 판단했고, 이들이 멍청하고, 게으르며, 더럽다고 생각할 확률이 적었다. 이들과 공감하고 이들에게 개방된 학생들은 편견이 적었다. 동급생이 소수 인종 학생을 비난하는 장면을 목격하면 그에 대응하고, 피해자를 지지하고, 교사에게 알릴 가능성도 높았다. 물론 다른 의도가 있어 실제 개입하지 않는 경우도 존재했지만, 이런 의도는 분명 중요한 첫 단계였다.
타인에게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은 특히 청년들에게 중요하다. 1979년에서 2009년까지 지난 30년 간 미국 대학생을 연구한 72개 연구 결과를 결합한 메타 분석에 따르면 대학생들 사이에서 공감이 줄어들고 있었다. 2000년대 대학생들은 1970년대 대학생들과 비교해서 "나는 친구의 시각에서 생각해 친구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나보다 운이 좋지 않은 사람들에게 부드러운 감정과 함께 우려를 느낀다"라는 문장에 동의하는 경우가 적었다.
공감의 감소로 인해 같은 기간의 대학생들은 자신에 대해서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자기애가 증가했다.
공감은 도덕 저항가가 되는 첫 단계이고, 누구나 개발할 수 있는 기술이다.
10.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기술과 전략을 배우다***
그릇된 행동에 대응하는 사람들이 갖게 되는 가장 큰 공포는 불편한 기분이다. 당황스러운 상황, 기분을 원치 않는 것이다. 단순한 전략을 배우는 것만으로도 도덕적 용기를 기를 수 있지만, 이는 기술이 필요하다. 여행 경비를 부풀리는 동료에게 대응하는 것과 동료의 성차별적 언급을 지적하는 것은 다른 접근 방식이 요구된다.
의견을 알리는 첫 번째 전략은 빠르고 분명하게 걱정이나 반대를 전달할 방법을 찾는 것이다. 일장 연설을 늘어놓으면 서 남을 가르칠 필요는 없다. 또한 상대방에게 모욕을 줄 이유도 없다. 그릇된 행동을 한 사람과 이를 지켜본 사람에게 그 말이나 행동이 옳지 않다는 사실만 간단하게 알리면 된다.
직장 내에서 동성애 혐오 발언에 대한 대응을 조사한 연구에서는 가장 효과적인 대응 방법이 조용하면서도 직접적으로 "그건 불편합니다" 또는 "그런 단어는 사용하지 마세요" 라고 알리는 것이었다. 학교에서의 괴롭힘이나 부하를 마구 다루는 동료를 제지하는 것까지 다른 해로운 행동에서도 유사한 접근법이 사용될 수 있다. 만약 공개적으로 용인할 수 없다는 말을 하면 수용할 수 없다는 의지를 분명히 할 수 있다. 이는 새로운 사회적 잣대를 만드는 중요한 첫 번째 단계이다.
또 다른 방법은 그들이 아니라 자신에게 불편하다는 뜻을 전달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상대가 기분 나빠 하거나 방어적 태도를 취할 위험을 덜어주면서도 여전히 이들의 행동과 언급이 틀렸다는 사실을 주지시킨다. 이를 위해서 자신의 행동을 설명하기 위해서 자신과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방법이 있다. 예를 들어, "나는 성당을 다니면서 자랐기 때문에 그런 말은 불편해" 라거나 "내 친한 친구가 고등학교에서 성폭력을 당한 적이 있어. 그래서 그런 농담은 불편해" 라고 말하는 것이다.
마지막 전략은 상대의 불편한 말을 유머라고 추정하고(실제는 그렇지 않더라도), 그에 맞게 대응하는 것이다. 누군가 여성 대통령에 관한 성차별적 언급을 했다면 "그거 재미있네! 하지만 여성 대통령은 너무 감정적이라고 진짜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더라고" 하는 식으로 받아넘기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당사자와 주변에 자신은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분명히 밝히면서, 발언의 당사자가 어리숙해 보이도록 또는 나쁘게 보이도록 만들지 않는 장점이 있다. 이 과정에서 상대를 당신의 편으로 끌어들여 외부인에서 내부인으로 변화시킬 수도 있다.
실천, 실천 그리고 또 실천
편견이나 비윤리적 행동에 대응하는 다양한 방법을 배운다면 변화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기술과 전략만으로는 부족하다. 실제로 적용해봐야 한다. 불쾌한 말과 문제가 되는 행동에 대해 다양한 종류의 대응을 실습하면 의견을 밝히고 대응하는 일이 일상적으로 생각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현실에서의 개입에 자신감도 갖게 된다.
아이들의 반응은 네 카테고리로 구분되었다. 첫 번째는 합의(나도 그렇게 생각해)였고, 두 번째는 무시(동성 친구를 모르는 척 지나친다)였으며, 세 번째는 반대(“그런 말을 하면 안 돼"), 네 번째는 도전("남자나 여자를 위한 물건이라는 건 없어">이었다.
이 결과는 교육의 장점을 보여준다. 성차별 발언에 대응하는 법을 배운 아이 중 20%는 어떤 방식으로든 성차별에 도전한 반면, 교육을 받지 않은 아이들은 단 2%만 성차별에 도전했다. 대응하는 전략을 배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 모두 실제 상황에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작은 변화로부터
도덕 저항가를 키우기 위한 또 다른 중요한 전략은 사람들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도록 유도하고, 작은 변화라도 이루도록 훈련시키는 것이다. 또는 옳지 못한 방향으로 향하는 움직임은 작은 것이라도 거부해야 한다. 이 작은 변화가 큰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이러한 접근 방식은 중고등학교에서의 따돌림, 대학교에서의 성폭력, 경찰서의 문 제 행동 예방을 위해 설계된 가장 효율적인 프로그램들에서 모두 사용한 것이다. 아이들과 교사가 괴롭힘이 심해지기 전에 욕설이나 따돌림 등 미묘한 폭력을 목격하고 개입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업이 윤리적 행동을 촉발하는 미묘한 신호를 만들어 노동자들이 문제 행동의 징후를 보이는 것을 막아야 하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초기 개입의 중요성을 입증한다. 올바른 방향으로의 작은 노력을 시작한 사람을 도덕 저항가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이기도 했다. 유대인을 도운 독일인들은 박해 받을 처지에 놓인 사람을 도운 보통 사람이었다.
이들은 상점에서 물건을 살 수 없게 된 유대인 이웃을 위해 식량과 물건 등을 대신 구입하는 등의 작은 도움에서 시작해 이후 짧은 기간이라도 이들을 숨겨주는 등 더 중요하고 위험한 행동을 하게 되었다. 나치 독일에서 유대인을 구했던 사람 들의 목숨을 건 노력은 극단적이면서도 이례적 역사이다. 하지만 우리의 일상 속에서도 도덕 저항가를 찾을 수 있다. 숙제를 베끼려는 학급 친구를 말리고, 사무실에서 성차별적 발언을 제지하며, 스포츠팀에서의 괴롭힘을 알리는 일도 도덕 저항이다. 도덕 저항가의 시작은 용기 있는 첫걸음을 떼는 것에서 시작된다.
공감은 기술이다 ***
라푸아노는 다른 여성에 대한 공감 때문에 옳지 못한 행동을 고발할 용기를 얻었다. 공감은 도덕 저항가의 공통점이다.
괴롭힘이나 성폭력 같은 나쁜 행동을 목격했을 때 사람들에게 개입을 위한 힘을 실어주기 위해 개발된 프로그램은 행동의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희생자와의 공감을 형성하는 데 집증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사람들은 ‘우리’와 '저들'을 구분한다. 미국의 경우 보수와 진보로, MISNBC와 폭스 뉴스 시청자로, 동부 해안의 엘리트와 미국 내륙의 '진짜 미국인'으로 분열되고 있다. 이러한 분열은 서로 오랜 시간 함께 하지 못하게 만들고, 그 결과 서로에 대해 공감하기 어렵게 만든다. 어쩌면 미국에서 공감 능력이 감소하는 원인은 이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공감은 태어나면서 얻는 특성이 아니다. 분명 기를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눈을 통해서 쉽게 세상을 바라본다. 하지만 그렇게 못하더라도 시간과 노력을 통해 더욱 공감하고, 도덕적 용기를 얻을 수 있다.
의견을 내지 못하고 반복 실수하는 사람은 공감력도 낮아서 그런 것일까?
이상적인 '우리'의 모습
사람들은 낯선 이들보다는 친구를 더 적극적으로 돕는다. 친구가 직장에서 괴롭힘을 당하거나 성폭력에 희생된다면 적극적으로 보호하려고 한다. 모르는 타인보다는 공통점이 있는 타인을 더 도우려고 한다. 예를 들어, 같은 스포츠팀의 팬이 라면 더 도우려고 한다.
차이보다 공통점에 집중해 같은 집단의 내부인을 늘리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게 개입할 수 있는 방법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팬을 모집해 동일한 누군가가 아파하면서 쓰러지는 응급 상황에 노출시켰다. 쓰러진 사람은 맨유와 리버풀의 유니폼, 또는 아무 무늬도 없는 티셔츠를 입었다. 실험 참가자들에게 사고 목격 전, 축구 팬들 사이의 공통점에 대한 짧은 글을 쓰도록 한 것이다, 또한 자신에게 있어 축구를 좋아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다른 축구 팬들과 어떠한 유대 관계를 가지고 있는지 물었다, 이리한 과정의 목적은 특정 팀의 팬이 아니라 축구 팬 전체로 공통의 정체성을 확대하기 위함이었다.
실험 참까자 중 80%는 맨체스터 유나이터드 유니폼을 입은 사람을 도왔다. 아무런 무늬도 없는 티셔츠를 입은 사람을 도운 실험 참가자는 단 22%였다. 하지만 이전 실험과 달리 라이벌인 리버플 유니폼을 입은 사람을 도운 실험 참가자는 70%나 되었다.
자신과 타인의 연결에 대해 생각을 확대하면 행동하지 않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성을 극복할 수 있다. (남학생 사교 모임 회원이라고 생각하는 대신 같은 대학 학생이라고 생각하고, 특정 인종이나 동일 종교인이라고 생각하는 대신 미국인 또는 영국인으로 생각 한다, 궁극적으로는 모두 같은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윤리적 지도자가 필요하다
집단을 이끄는 사람들의 다양한 형태를 기억하길 바란다. 코치, CEO, 경찰서장, 대학 학장처럼 공식적인 지도자가 있 다. 하지만 비공식적 지도자의 역할을 이행하는 사람도 많다. 고등학교의 경우 상급생은 후배들에게 모델이 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신입 사원은 상사를 보고 조직의 기준을 배운다. 조직 내에 있는 윤리적 지도자 한 사람이 다른 구성원에게 모 범이 되며, 도덕적 용기에 대한 긍정적 전파 효과를 만들 수 있다.
함께 싸울 친구를 찾으라
타고난 도덕 저항가가 아니라면, 비슷한 생각을 가진 친구를 찾는 것이 도덕적 용기를 보여줄 능력을 얻기 위한 올바른 단계가 된다.
높은 수준의 기준을 추구하라 *** (OQC 적용 검토)
기준을 바꾸면 행동도 바꿀 수 있다. 한 연구에서는 호텔 투숙객을 대상으로 에너지 절약을 위한 수진 재사용을 권하는 다양한 메시지를 제시해 효과를 비교했다. 일부 투숙객에게는 "환경을 지켜주세요. 수전 재사용은 자연을 존중하고 환경을 보호할 수 있습니다"라는 친환경 메시지를 사용했다. 또 다른 투숙객에게는 비슷하지만 약간 느낌이 다른 메시지를 사 용했다. "환경을 보호하는 다른 투숙객의 노력에 동참해보세요. 투숙객의 75%는 수건을 한 번 이상 재사용해 호텔의 새로운 에너지 절약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수건을 재사용해 환경 보호에 동참해보세요"라는 메시지였다.
실험 결과 두 번째 메시지가 훨씬 효과적이었다. 첫 번째 메시지를 받은 투숙객 중 수건 재사용에 동참한 사람은 38%였지만, 두 번째 메시지를 받은 투숙객은 48%가 수건 재사용에 동참했다. 타인의 행동 변화를 인지하면 자신의 행동을 바꿀 가능성도 상승했다. 그룹 내 구성원의 대부분(여기에서는 투숙객)이 특정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자신도 행동을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단순히 사회적 집단의 실질적 기준을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행동의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 예일 대학교의 알랜 거버와 연구진은 투표에 대한 사회적 기준을 알리는 것이 단순히 투표가 의무라고 말하는 것보다 투표율 상승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한 연구에서는 미시간주에 거주하는 주부 8000명을 대상으로 네 가지 투표 독려 우편물을 발송했다.
첫 번째 우편물은 투표가 사회적 의무라고 강조했고, 두 번째 우편물은 공식 기록으로 투표 참여율을 연구 중이라고 했다. 세 번째 우편물은 주부의 투표 참여율을 기재했고, 네 번째 우편물은 이웃의 투표 참여율과 주부의 투표 참여율을 기재했다. 실험 결과 네 번째 우편은 투표율을 8.1%나 끌어올려 가장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확인되었다. 반대로 첫 번째 우편물 은 투표율을 1.8% 상승시켜 효과가 가장 적었다. 이 사례를 통해 이웃의 투표율을 알리는 것처럼 약한 사회적 압박이 참여율을 높이는 효율적 방법임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의 사회적 기준을 알리는 것은 일반적 인식이 잘못되었을 때 특히 중요하다. 3장에서 설명한 것처럼 사람들은 개인적 믿음과는 다른, 공개적으로 전파되는 말에 의존하기 때문에 타인의 생각과 느낌을 오해하고는 한다. 이러한 오해 때문에 자신은 불편하게 느끼면서도, 타인은 불편하게 느끼지 않는다고 생각해 목소리를 내지 않게 된다. 오해를 수정하고, 오 해를 만들고 유지한 심리적 힘을 제대로 이해하면 사람들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다. 오해를 교정하면 사람들이 따돌림에 맞서고, 술을 덜 마시며, 성폭력을 막기 위해 용기 있게 개입하고, 직장에서 경험하는 불쾌한 언행을 지적하도록 할 수 있다.
이제, 당신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도덕 저항가가 되겠다고 결정하면 침묵하고 방관하는 문화를 용기 있게 행동하는 문화로 바꿀 수 있다.
실제로 집단 구성원 중 25%의 지지를 확보하면 새로운 기준을 세우기 위한 임계점을 만드는 데 충분하다. 작지만 강력한 소수는 재사용을 위한 분리수거, 투표 독려 등 사회적 변화를 실현할 수 있다.
동성 결혼 허용은 사회가 빠르게 변화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법학자 카스 선스타인은 (변화는 어떻게 시작되는가)에서 침묵하고 방관하도록 만드는 사회적 기준은 어떻게 무너지고, 사회적 변화를 가져오는지 설명했다. 가끔은 한 사람의 목소리만으로 충분할 수 있다. 한 사람의 목소리가 다른 사람이 목소리를 높일 수 있도록 용 기를 준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쉬운 선택은 달콤하다. 그냥 외면하고, 다른 누군가 행동하기를 기다리면 된다. 하지만 변화를 만들 수 있음에도 불구하 고 그렇지 않기로 선택한다면 그 결과를 수용해야 한다. (에덴의 동쪽>에서 존 스타인벡이 표현한 것처럼, "인간은 선과 악의 거미줄에 걸려들고는 한다. 삶과 생각, 배고픔, 야심에 사로잡히고 탐욕과 잔인함에도 빠진다. 하지만 친절함과 관대 함에 사로잡힐 수도 있다. 사람은 인생의 먼지와 파편을 치우면 자신에게 이렇게 묻게 된다. 그것은 선일까, 악일까? 내가 잘한 것일까, 아닐까?"
부디 여러분이 이 책에서 소개한 전략을 일상에서 활용하고, 의문을 제기하고, 발견하게 된 것을 자랑스러워 할 수 있기를 바란다.
[Book report after reading]
‘문제 행동은 모든 종류의 조직에 상처를 주고, 잘못된 행동을 제거하는 것은 단순히 가해자를 확인하는 것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가 말하지 못하도록 막는 중요한 한 가지 요소는 사회적 결과에 대한 두려움이다.’
책에서는 ‘남에게 도움을 제공하기 전에 사람들은 침묵과 행동의 저울질을 한다.’고 한다. 도움의 비용과 편익에 대한 사람들의 계산은 응급 상황의 심각성(환자가 피를 토하고 쓰러져 있을 경우 도움 줄 확률 낮아짐), 지리적인 요소(저소득 지역 대비 부유한 지역에서 심폐 소생술 비율이 더 낮다), 이웃과 인종(범죄 수준이 높은 동네에서 사람들은 남을 불신하고, 타인이 도움이 되기 보다는 피해를 준다고 믿는 경향이 있어) 모두 도움을 제공하는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문제 행동은 모든 종류의 조직에 상처를 주고, 모든 조직에서 임직원의 비윤리적 행위에서 초래되는 비용이 연 매출의 약 5%를 차지한다고 한다.’ ‘잘못된 행동을 제거하는 것은 단순히 가해자를 확인하는 것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책에서 언급하고 있다.
‘우리가 말하지 못하도록 막는 중요한 한 가지 요소는 사회적 결과에 대한 두려움이다.’ 라고 말하는데 사람들은 그릇된 행동을 저지른 동료를 고발하면 변절자라고 비난한다. 그나마 중립적으로 '내부 고발자'라고 부르더라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본다.
내가 살고 있는 이곳 중국은 어떨까?
내가 알기로는 중국은 고발자는 잡혀 가거나 죽을 수도 있다. 때문에 정치인들의 부패를 알면서도 침묵한다. 생명과 연관이 되어 있으니 침묵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이런 문화에 대해서 많이 공감을 한다. 어느 유튜브에서 들었는데 중국의 감시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고 한다. 대학교 강의실에도 CCTV가 녹화되고 있어서 깊은 자성과 각성을 하고 있는 교수들도 학생들에게 함부로 애기할 수 없다고 하니 언론 통제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북경의 어느 대학 강단에서 교수가 공산당에 대한 부정적 발언을 한 것을 학생이 고발하여 해당 교수는 징계 처분으로 대학교를 떠나야 했다고 하니 감히 어느 누가 진실을 말할 수 있을까?
이것을 보면 국가와 사회 그리고 문화는 우리를 침묵하게 하거나 그렇지 않게 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임은 틀림이 없다.
윤리적 지도자의 중요성을 얘기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조직의 윤리적 문화는 경영진에서 시작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지도자는 매출 성과를 달성하고 기업의 성장에만 힘쓸 것이 아니라 핵심 가치를 바탕으로 채용하고, 해고하며, 승진시켜야 한다"고 한다.
지도자가 윤리적 행동의 모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말만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윤리적이라고 보는 지도자가 가진 공통적 특징은 첫째, 성실이다. 남을 배려하고, 생각이 깊으며, 상세한 부분까지 꼼꼼하게 챙겨야 한다. 둘째, 도덕적 정체성을 중요시한다. 그래서 정직, 배려, 공감 능력을 가지고 있다. 윤리적인 지도자는 도덕적 문제에 있어서 공정, 정의, 인권의 원칙을 중심으로 해 복잡한 방식으로 검토한다.
윤리적 행동의 모델이 될 지도자를 찾아야 하는 이유는 권력을 가진 사람일수록 그 반대의 경우보다 도덕적인 경로를 선택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그렇다. 권력이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책 속의 실험에서 나왔다. 높은 권력을 할당 받은 실험 참가자는 타인보다 자신에게 관용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 연구는 모든 종류의 지도자에게서 자주 확인되는 위선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한다. 권력을 가진 사람은 자신보다 남에게 더 높은 도덕적 기준을 적용한다. 권력이 일시적이고 무작위로 할당되어도 마찬가지였다.
가난한 사람을 도와야 한다고 설교하면서 개인 항공기를 애용하는 목사, 여성의 사회적 권한을 옹호하는 말을 하면서 여성들에게 성희롱을 일삼은 영화계 거물들은 이를 방증하는 사례라고 보여진다.
왜 우리 한국 사회에는 윤리적인 지도자가 나오지 않는 것일까? 회사가 연속 적자를 일으켜서 어렵다면서 희망 퇴직을 받고 정리해고를 하고 직원들의 복리를 줄였는데 대표는 성과급 명목으로 30억을 가지고 갔다. 어느 정치인은 해외 순방에서 욕을 했으면서 안 했다고 하고 가족이 사기를 쳤음에도 묵인하고 말이다.
우리 사회에 이런 지도자가 있다는 것은 우리에겐 너무나 안타깝고 불행한 일이다. 한국에서 훌륭하며 윤리적인 지도자가 많이 나와서 나라의 위상이 높아지길 진심으로 바라는데, 이런 소망이 현실이 되길 기도합니다.
수많은 실험과 사례에 대한 분석을 통하여 우리가 왜 침묵을 하는지에 대한 명쾌한 답을 전해주고 있는 이 책의 일독을 여러분들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강추!!)
"이 사회적 전환기에 벌어진 가장 큰 비극은 악한 사람들의 격렬한 외침이 아니라 선한 사람들의 소름 끼치는 침묵이었음을 역사는 기록할 것”
책에서 나오는 마틴 루터 킹의 위와 같은 외침은 뇌리를 스며들며 감명 깊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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