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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요약

[아웃라이어 2부] 성공의 기회를 발견한 사람들_말콤 글래드웰_김영사_Summary요약_리북

by 림을위하여 2022. 10.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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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아웃라이어

 

        부제: 성공의 기회를 발견한 사람들

        저자: 말콤 글래드웰  (노정태 옮김_김영사)

 

1부에 이어 아웃라이어 2를 소개시켜 드리겠습니다.

 

2부 유산 LEGACY

 

 6장 켄터키주 할란의 미스터리

할란 카운티는 1819년 영국 북부에서 이주해온 여덟명의 가족으로부터 형성되었다.

할란은 외진 곳으로 세상에 거의 노출되지 않았다. 그 마을을 형성한 어느 두 집안에서 일어난 싸움으로 인하여 외부에 알려졌는지도 모른다.

 어느날 밤. 하워드 집안과 터너 집안의 손자인 윅스 하워드와 리틀 밥 터너가 포커를 치며 놀고 있었다. 잘 노는가 싶던 그들은 서로 상대방이 속임수를 썼다고 주장하다 싸움이 붙고 말았다. 다음 날 거리에서 만난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총구에서 연기를 뿜었고 리틀 밥 터너가 가슴에 총상을 입고 쓰러져 죽고 말았다.

터너의 가족은 하워드 집을 찾아가 하워드 여사에게 거친 말을 쏟아냈고, 모욕을 당한 그녀는 아들 윌스 하워드(wilse Howard)에게 그 사실을 고해 바쳤다. 두 집안의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서 그 다음주에 버지니아주 하간 거리에서 월스와 터너 집안의 손자 중 하나인 윌 터너가 서로 총탄을 주고 받았다. 이어 그날 밤 터너 집안 중 한 명과 친구 하나가 하워드 집안을 습격했다. 결국 두 가족은 할란 법정 앞에서 맞붙게 되었고 이 총싸움에서 윌 터너가 총에 맞아 숨졌다. 하워드 집안에서는 터너 여사에게 사절을 보내 정전협정을 제의했지만 그녀는 아들이 죽어 누워 있던 진창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 피를 씻어낼 수는 없을 것이오"

사태는 급격하게 악화됐다. 윌스 하워드는 설퍼 스프링스 인근에서 리틀 조지 터너(Litle George Turner)에게 달려들어 그를 쏘아 죽여 버렸다.

이어 하워드 집안은 터너 집안의 친구인 세명의 카우즈(Cawoods, 카우드 집안의 사람들)를 모두 살해했다.  보안관이 하워드 집안을 방문해 조사했지만 총격전이 뒤따랐고 여섯명 이상이 죽거나 다쳤다. 터너 집안에서 자신을 쫓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윌스 하워드는 친구 한 명과 함께 터너 집안을 공격했다. 곧이어 집으로 돌아온 그는 매복해 있다가 또 한 명을 죽였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그는 리틀 조지 터너의 집으로 달려가 그를 쏘았지만 기대와 달리 다른 사람을 죽이고 많았다. 드디어 보안관들이 하워드 집안을 포위했고 총격전이 벌어지면서 더 많은 사상자가 나왔다. 할란카운티는 순식간에 공포와 분노에 휩싸였다.

어떤 상황인지 대충 짐작이 갈 것이다. 19세기에 대다수의 미국인이 조화롭게 살고 있었지만 할란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윌 터너가 하워 드 집안과의 총격전에서 부상을 입고 돌아와 고통으로 신음하고 있자. 그의 어머니가 달려들어 뺨을 때리며 외쳤다.

"그만, 네 형처럼 남자답게 죽어라!" 그는 치명적인 총상이 비일비재한 세상에서 살아온 터라 뒤따라오는 결과가 무엇인지 확실히 알고 있었다. 윌은 입을 다물었고 곧 죽었다.

 할란의 유혈극을 이해하려면 하워드 집안과 터너 집안이 서로를 죽이기 시작한 그 시점에 애팔레치아산맥의 위아래 작은 마을에서 거의 동일한 폭력 사건이 벌어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 필요가 있다. 대표적으로 웨스트버지니아와 켄터키의 경계선에 위치한 곳에서 20년 넘게 햇필드-맥코이(Hatfield- Mccoy) 분쟁이 지속돼 수십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켄터키주 페리 카운티(Pery County)에서 발생한 프렌치-에버 솔(rench- Eversole) 분쟁에서는 스무 명이 죽었는데, 그중 여섯 명이 배드 톰 스미스(Bad Tom Smith)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존 에드 피어스lchn Ed Pearce)가 〈어둠의 나날들(Days of Darkness))에서 표현한 바에 따르면, 그는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어리석고 위험한 행동에 필요한 만 큼 영리했으며 뛰어난 명사수였다). 1880년대 중반, 켄터키주 로완 카운티(Rowan County)에서 벌어진 마틴-톨리버(Martin-Toliver) 분쟁은 세 건의 총격전, 세 번의 매복, 두 건의 가옥 습격으로 점철되다 마지막에는 100명의 총잡이가 연루된 두 시간 짜리 총싸움으로 마무리되었다.

또한 1806년에 켄터키주 클레이 카운티(Clay Coung)에서 벌어진 베이커-하워드(Baker-Howardl) 분쟁은 분노한 엘크 사낭꾼들로부터 시작 되어 하워드 집안의 두 사람이 덤불 속에서 베이커 집안의 세 사람에게 살해당한 1930년대 말까지 끝나지 않았다.

 

 이들 사건은 모두 잘 알려져 있다. 어느 날 한 순회판사의 사무실에 서 기록을 들춰본 켄터키주 의원 해리 카우딜(Harry Caudil)은 남북전쟁이 끝난 1860년대부터 20세기가 시작되기까지 컴버랜드 고원의 한 마을에서 1,000여 건이 넘는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문제는 그 지역의 인구가 1 5,000명을 넘어본 적이 없다는 것과 수많은 폭력 사건이 법정으로 넘어간 일도 거의 없다는 것이었다. 카우딜은 '피의 브리시트로 더 잘 알려진 브리시트 카운티에서 벌어진 한 살인 사건의 재판에서 피고인의 아버지가 하지에게 걸어가 의사용을 빼앗은 사건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커다란 파이프담배처럼 구레나룻을 늘어뜨리고 두 개의 거대한 권총을 찬 그 난동자는 의사봉으로 의자를 내리치며 선언했다. '재판은 끝났소, 다들 돌아가도 좋소, 이봐, 우리는 여기서 이따위 재판을 받을 생각이 전혀 없어! 얼굴이 붉어진 판사는 황급히 그 특이한 무질서로부터 탈출해 즉각 마을을 떠났다. 60명의 무장한 군인과 함께 돌아온 재판관은 다시 재판을 열었지만 피고인을 법정에 세우는 것은 이미 불 가능한 일이 되어 버렸다. 그는 매복해 있다가 살해당하고 말았던 것이다.”

 

 애팔래치아산맥에서 끊임없이 분쟁이 일어난 원인은 무엇일까? 오랜 세월에 걸쳐 수많은 원인이 시험과 토론의 대상이 되었고, 그 지역이 사회학자들이 말하는 소위 명예 문화에 깊은 영향을 받고 있다는 합의가 도출되었다.

명예 문화는 주로 스페인의 산간지방이나 시실리 (Sicily)처럼 고도가 높고 농업생산량이 풍부하지 않은 지역에서 뿌리내리는 경향이 있다. 높은 암석지대에 사는 사람들은 경작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염소나 양을 치게 된다. 이처럼 목축을 주된 생업으로 삼는 문화는 농작물을 키우며 발달한 문화와 전혀 다르다. 농부는 생존을 위해 반드시 공동체에 속하는 다른 사람과 협동해야 하지만, 목동은 오로지 자기 자신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또한 농부는 누군가가 밤사이에 자신의 생계수단을 훔쳐가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가 없으나 목동은 자신의 동물을 잃어버릴 까봐 늘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도둑이 아무리 작정을 하더라도 밤사이에 농작물을 거둬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목동은 공격적일 수밖에 없다. 말과 행동을 통해 자신이 약하지 않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목동은 자신의 명예에 조금이라도 흠집을 내는 도전에 기꺼이 싸우려 한다. 이것이 명예문화이다.

명예 문화에서 남자의 평판이란 그 사람 삶의 전부이자 존재의 이유다. 민속학자 J.K. 캠벨은 그리스의 유목문화에 대한 자신의 저서에서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젊은 목동의 평판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순간은 바로 첫 싸움이다. 싸움은 반드시 공개된 장소, 즉 커피숍이나 마을광장 등에서 일어난다. 이러한 싸움은 보통 목초지에서 한 목동이 다른 목동의 양을 겨눠 저주를 하거나 돌을 던질 때 벌어진다. 모욕을 당한 목동이 폭력을 불러일으키는 대응을 하기 때문이다."

 

 소멸 이후에도 살아남는 문화적 유산의 힘

모욕에 반응하는 폭력의 작동방식은 실험을 통하여 현대에도 남아 있다는 것을 1990년대 초반 미시건 대학의 두 심리학자 도브코헨과 리처드 니스벳에 의하여 증명되었다. 참으로 놀라운 연구결과가 아닐 수 없다. 우선 선조들과 비슷한 환경에서 살고 있는 이들은 선조들과 비슷하게 행동한다는 결론이 놀랍다. 그러나 이 실험에 참가한 남부 출신 학생들은 그들의 선조와 비슷한 환경에서 자라지 않았다. 그들 모두가 영국계 선조의 자손 인 것도 아니었다. 그들은 그저 남부에서 자랐을 뿐이다. 그들 중 목동은 전혀 없었고 그들의 부모가 목동인 사람도 없었다.

그들이 19세기 후반이 아닌 20세기 후반의 사람들이라는 것. 미국 에서도 한참이나 북쪽에 있는 미시건 대학의 학생이라는 것, 남부에서 북부로 유학을 올 만큼 개방적이라는 것은 전혀 관련이 없었다. 그들은 여전히 19세기 켄터키주 할란에 살고 있는 것처럼 행동했던 것이다.

 

문화적 유산의 힘은 강력하며 뿌리 깊게 박혀 있어 오래도록 지속된다. 또한 문화적 유산은 세대를 넘어 지속되는 것은 물론 그것을 탄생 시킨 경제적, 사회적 배경이 소멸된 이후에도 살아남는다. 나아가 우리가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을 결정함으로써 우리의 태도와 행동을 결정한다.

이런 행동은 어떻게 세대를 뛰어넘어 전달되는 것일까?  사회적 유산을 통해 전달된다. 억양이 시간의 흐름을 넘어 전해지는 것처럼 말이다.

 

7장 비행기 추락에 담긴 문화적 비밀

 

 사고는 대개 일곱 가지의 실수가 결합한 결과 나타나는 것이지, 지식이나 기술로 인한 문제가 아니다. 한 조종사가 실수를 하나 저질렀 다면 그것은 문제가 안된다. 다른 사람이 그 위에 실수를 하나 더 얹어놓을지라도 그 정도로 파국으로 내리닫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들이 또 다른 실수를 저지르고 또 하나, 또 하나, 또 하나, 그리고 또 하나의 실수를 저지르면 이 모든 실수의 조합이 재앙을 불러오게 된다.

비행기 추락 사고를 유발하는 실수들은 예외 없이 팀워크나 의사소통의 문제다. 중요한 뭔가를 알고 있는 한 조종사가 다른 조종사에게 그것을 말해주지 않는다면? 한 조종사가 뭔가를 잘못했는데 다른 조종사가 그 문제를 알아채지 못했다면? 당연히 문제가 복잡해진다. 위기 상황은 여러 단계들을 고려한 뒤 해결되어야 하지만, 조종사들이 협동하지 않고 그중 한 단계라도 놓치면 사고가 발생하게 된다.

 

 1990 1월 컬럼비아 항공사의 아비앙카(Avianca) 52편이 추락한 사건을 살펴보자. 아비앙카 사고는 현대적인 비행기 추락의 대표적 사례로, 비행학교에서 교재로 활용되고 있다. 사실 아비앙카 52편에서 벌어진 일은 훗날 괌에서 발생한 사건과 흡사하기 때문에 대한 항공 비행기 추락 사건의 수수께끼를 파헤치기 위해서는 이 사건부터 살펴보는 것이 좋다.

 

그 비행기의 기장은 라우레아노 카비에데스(Laureano Cavedes), 부기장은 마우리시오 클로츠(Mauricio Klotz)로 항로는 컬럼비아의 메델린(Medellin)을 떠나 뉴욕의 케네디 공항에 도착하는 것이었다. 그날 저녁, 날씨는 좋지 않았다. 짙은 안개를 동반한 높은 바람이 북동쪽 이스트 코스트(East Coast) 방향에서 불어오고 있었던 탓에 뉴왁(Nexark) 공항 203, 라구아디아(Laguarclin) 공항 200, 필라델피아 공항 161, 보스턴의 로간(Logan) 공항 53, 그리고 케네디 공항에서 99대의 비행기가 연착하고 있었다. 날씨 때문에 아비앙카 52편은 항공관제 기관의 지시에 따라 뉴욕에 세 번 착륙하려다 포기했다. 비행기는 버지니아 노퍽(Norfork) 9분간 맴돌았고 애틀랜틱시티 (Atlantic City) 위에서 29, 케네디 공항 남쪽 64킬로미터 지점에서 또 29분을 머물렀다.

 이렇게 1시간 30분의 지연 끝에 아비앙카 52편이 착륙할 수 있도록 활주로가 비워졌다. 그런데 착륙을 위해 마지막 접근을 하고 있을 때 비행기는 강렬한 바람의 저항과 맞닥뜨리고 말았다. 강한 역풍을 맞게 된 순간 그들은 활강 고도를 유지하기 위해 출력을 더 낼 수밖에 없었 다. 다음 순간 아무런 조짐도 없이 역풍이 극적으로 멈추었고 비행기는 강한 출력으로 인해 활주로에 착륙할 수 없을 만큼 멀리 나가버렸다.

이럴 경우, 통상적으로는 즉각 오토파일럿으로 전환해 윈드시어 Wind shear: 대기 중의 바람이 움직이는 전반적인 방향과 다르게 불어오는 기류-역주)에 대응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아비앙카 52편의 오토파일럿 기능은 마비되어 있었고 스위치도 꺼진 상태였다. 마지막 순간, 기장은 조종간을 당기며 '고 어라운드'를 선언했다. 아비앙카 52편은 롱 아일랜드 위로 큰 원을 그리며 케네디 공항으로 재접근했다. 갑자기 기체의 엔진 중 하나가 꺼졌다. 몇 초 후, 두 번째 엔진 고장이 발생했다.

 

활주로 나와라!"

동체 착륙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비행기를 안전하게 공항으로 인도하고 싶었던 기장은 절망적으로 소리쳤다. 하지만 케네디 공항은25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었다. 결국 비행기는 오이스터베이(Oyster Bay)의 호화로운 거주지로 추락했다. 테니스 챔피언 존 매켄로(ohn Nctinroe) 아버지의 사유지에 처박혔던 것이다. 탑승객 158명 중에서73명이 사망했고 추락 원인이 규명되기까지는 채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연료 부족."

기체에도 공항에도 전혀 이상이 없었다. 조종사들이 술이나 약에 취 해 있던 것도 아니었다. 단지 비행기에 연료가 없었을 뿐이다.

 

 추락 현장에서 회수된 블랙박스의 녹음을 들어보면 비행 말미에 이르렀을 때, 카비에데스 기장은 마치 영어로 말할 힘도 없다는 듯 관제탑의 지시내용을 스페인어로 말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무려 아홉 번이나 반복해서 지시내용을 다시 말해달라고 했다.

더 크게 말하게.”

거의 마지막에 이르렀을 때 그는 말했다.

저들의 말이 들리지 않는군."

비행기가 케네디 공항의 남동쪽에서 40분이나 대기 비행하고 있을 무렵, 조종석의 모든 사람은 연료가 떨어져가고 있음을 알고 있었고, 기장은 100킬로미터 떨어진 필라델피아 공항에 착륙 요청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하지 않았다. 그는 마치 뉴욕에 사로잡힌 것 같았다. 착륙이 중단 되었을 때. 비행기의 고도가 너무 낮다는 것을 경고하는 지표근접경보장치(Ground Proximity Warning System : 고도가 낮아지면 조종사에게 경보를 발히는 장치-역주)가 적어도 15회 이상 울렸지만, 기장은 알아채지 못했다. 그는 즉시 상승해야 했으나 하지 않았다. 그는 탈진한 상태였다.

그 모든 것이 진행되는 동안 조종석은 무거운 침묵에 짓눌려 있었다.

 

 카비에데스 기장의 옆에는 클로츠 부기장이 앉아 있었지만, 블랙 박스에 녹음된 것은 그저 펄럭이는 바람 소리와 엔진의 소음뿐이었다. 관제탑과의 통신을 조율하는 것은 클로츠의 책임이었고, 이는 그날 밤 그의 역할이 매우 결정적이었다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그는 완전히 수동적인 자세로 일관했다. 다른 공항에 접근할 수 있을 만한 연료가 남아 있지 않다는 말을 꺼낸 것은, 세 번째 접근 시도가 불발로 돌아간 다음이었다. 그가 관제탑에서 들은 말은 "잠시 대기"였고, 이후 케네디 공항이 정리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파일럿들은 비행기의 상황을 분명하게 전달하기 위한 재시도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38분이 지나도록 그들은 연료에 대해 두 번 다시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면 조종석의 상황을 그려보자. 비행기의 연료가 위험한 수준으로 부족한 상태이다. 그들은 첫 번째 착륙 시도 기회를 날려버렸고 비행기가 얼마나 더 날 수 있을지 모른다. 기장은 절박하다.

지금 비상사태라고 전해!

그런데 부기장 클로츠는 뭐라고 말하는가?

“1-0-8로 향하라고? , 알았다. 재시도하겠다. , 연료가 떨어지 고 있다.”

관제탑의 입장에서 연료가 떨어지고 있다'는 말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목적지를 향해 다가갈수록 모든 비행기는 당연히 연료가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클로츠의 이 말이 과연 아비앙카 52편이 다른 공항에 착륙을 시도할 수 있을 만큼 연료가 없다는 뜻으로 들릴까? 아니 면, 슬슬 연료 부족이 걱정되기 시작한다는 말처럼 보일까?

클로츠는 관제탑과의 정기적인 상황 보고에서 연료 부족에 대한 걱정을 후반부에 가서야 비로소 언급했다. 이건 마치 레스토랑에서 ", 커피 좀 더 주시고요. . 닭 뼈가 목에 걸렸어요" 라고 말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웨이터가 이 말을 얼마나 진지하게 들어줄까? 클로츠와 통신했던 관제탑의 통신요원은 그가 '지나가는 말투'로 연료 이야기를 했다고 훗날 증언했다.

폭풍이 몰아치는 밤이면 모든 관제탑 통신요원은 조종사들의 연료 부족 타령을 신물 나게 듣는다. 클로츠가 중간에 ''라고 한 박자 쉼 으로써 자기 말의 중요성을 강조했을지라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그날 밤 아비앙카 52편과 교신한 또 다른 통신요원도 비슷하게 증언했다.

“부기장은 대단히 일상적인 어투로 말했다. 비상사태에 놓인 사람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아비앙카 52편 조종사들이 해야 했던 일은 관제탑에 우리는 그쪽에서 시도하고자하는 대로 운항할 연료가 없다고 말하는 것뿐이었다. ‘그렇게 못한다. 10분 안에 착륙해야만 한다고 말하는 게 해야 할 일의 전부였지만 그걸 못해냈다.”

 

완곡어법과의 싸움 

비상사태에 놓인 클로츠가 사용한 화법을 일컬어 언어학자들은 완곡어법(mitigatced speech) 이라고 표현한다. 전달 내용을 부드럽게 하거나 상대편의 감정을 상하지 않게 하려는 화법이다. 예의바르게 행동할 때, 부끄럽거나 당황스러운 일을 겪었을 때. 권위 있는 사람 앞에 섰을때 우리는 완곡어법을 사용한다. 직장 상사에게 뭔가를 부탁하면서 "월요일까지 필요합니다' 라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럴 때는 완곡어법을 사용하게 된다.

"불편을 끼쳐 죄송하지만, 이것을 주말 동안 검토해주시면 대단히 좋을 것 같습니다 "

이런 상황에서는 완곡어법을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 그러나 다른 상황, 가령 폭풍우가 몰아치는 밤 조종석 안에서라면 완곡어법을 사용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언어학자 우테 피셔(Ute Fischer)와 주디트 오라사누(Judith Orasanu)는 기장과 부기장들에게 다음과 같은 상황을 제시한 후, 그때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 물어보았다.

"당신은 기상레이더를 통해 40킬로미터 전방에 강한 폭풍우가 몰아 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런데 당신이 폭풍우와 돌풍이 몰아친다고 말했음에도 (기장 혹은 부기장이) 속도를 마하 0.73으로 유지하며 항로를 변경하려 하지 않는다. 당신은 그 지역을 통과할 수 없음을 확실 히 해야 한다. 이때 당신은 그에게 어떤 말을 하겠는가? 피셔와 오라사누는 상대방에게 경로를 바꾸고 나쁜 날씨를 피하자고 말하는 6단계 방법을 제시했다. 그 각각은 완곡어법의 수준에 따라 나뉘게 된다.

 

1. 명령 우로 30도 급선회자신의 뜻을 가장 직설적으로 명확하게 말하는 방법이다. 완곡어법은 없다.

2. 의무적 진술 제가 보기에 우리는 지금 오른쪽으로 가야 합니다." 이 전에 비해 덜 구체적인 요구를 하면서 '우리'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 약간 부드러워졌다.

3. 권유 날씨를 살펴봅시다." 이 진술은 "우리는 같은 배를 타고 있다"는 내용을 포함한다.

4. 질문하기 "어느 방향으로 피하면 좋을까요?" 이것은 '권유보다 부드러운 표현이다. 상대방이 책임자라는 사실을 인정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5. 참고사항 제시 "제 생각에는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꺾는 것이 현명할듯 싶습니다."

6. 힌트 주기 "40킬로미터 밖에 있는 것들이 좋지 않아 보이는데요." 이것은 가장 완곡한 표현이다.

 

피셔와 오라사누는 압도적으로 많은 수의 기장이 이런 상황에서 명령을 내린다는 것을 확인했다.

"우로 30도 급선회!"

그들은 자신의 판단이 틀렸을 경우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반대로 부기장들은 자신의 상사에게 말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장 완곡한 표현을 선택한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들은 힌트를 줬을 뿐이다. 피셔 와 오라사누의 연구결과는 우리의 경각심을 일깨워준다. 힌트를 주는 것은 가장 알아듣기 어렵고 동시에 가장 무시당하기 쉬운 화법이라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1992, 워싱턴D.C.의 외곽에서 플로리다 항공(Air Florida)사의 비행기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륙을 앞두고 비행기 날개에 위험 할 정도로 많은 얼음이 맺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부기장은 기장에게 네 번이나 그 사실을 말했다. 문제는 말하는 방식에 있었다. 그는 계속 모호하게 힌트만 주었던 것이다. 그 비행기가 강으로 처박히기 직전 부기장이 한 말은 힌트나 권유, 혹은 명령 따위가 아니었다. 그저 있는 사실을 그대로 표현했을 뿐이다.

 

부기장: 기장님, 떨어지고 있습니다. 기장님!

기장: 나도 알아.

 

우리는 완곡어법의 관점에서 비행기 추락 사고에서 발전되는 특이점 하나를 이해할 수 있다. 민간 항공사에서 기장과 부기장은 동등하게 비행에 관한 책임을 진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기장이 조종석에 앉아있을 때 훨씬 더 많은 추락 사고가 발생했다.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얘기냐고?

플로리다 항공사의 비행기 추락 사건을 생각해보자. 부기장이 기장 노릇을 하고 있었다면 과연 네 번씩이나 힌트만 주고 있었을까? 그렇지 않다. 그는 분명 명령을 내렸을 것이고 그랬다면 비행기는 추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비행시간이 더 짧은 조종사가 조종간을 잡을 때 비행기가 더욱 안전한 이유는 경험이 더 많은 조종사가 거리낌 없이 말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완곡어법과의 싸움은 최근 15년간 민간 항공사의 최우선 과제가 되었 다. 대부분의 대형 항공사는 '승무원 자원관리(Crew Resource Management)’ 라는 훈련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이는 연차가 낮은 승무원이 자신의 의사를 분명하고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게 해주는 훈련이다.

또한 많은 항공사가 상황이 나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을 때 부조종사가 조종사의 권한을 양도받을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고 있다. 예를 들어 "기장님. 걱정스러운데요' 라는 말에 이어 "기장님. 이래서는 안 됩니다"라고 말해도 기장이 반응하지 않으면, "기장님. 안전한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라고 말한다. 만약 이 말을 해도 통하지 않을 경우, 부기장은 비행기 운항에 대한 전권을 넘겨받게 된다. 많은 항공 전문가가 최근에 항공 사고가 놀라울 정도로 감소한 이유는 이러한 완곡 어법과의 싸움이 승리로 돌아갔기 때문이라고 판단한다.

 

아비앙카 52편에서 발생한 사건은 그저 기장은 피곤했고 부기장은 서툴렀다는 단순한 설명으로 납득할 수 있을 만한 것이 아니다. 그 사건은 더욱 복잡한 설명을 필요로 한다. 조종석의 문제는 훨씬 근본적이며 구조적인 것이었다. 그렇다면 파일럿들이 컬럼비아 출신이라는 것은 이 충돌 사건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사회학자 기어트 홉스테드는 개인이 집단보다 개인 스스로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 하는지에 따라 문화들이 구분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것을 개인주의-집단주의 척도(individualism-collectivism scale) 라고 부르는데, 개인주의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는 나라는 미국이다. 그런 점에서 미국이 선진국 중 유일하게 일반 의료보험을 적용하지 않는 나라라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 반대편 끝에는 과테말라가 자리 잡고 있다.

또 다른 홉스테드 차원은 '불확실성 회피(uncertainty avoidance)에 대한 것이다. 애매한 것이 과연 얼마나 받아들여지는가? 다음의 다섯 나라는 홉스테드의 데이터베이스에서 불확실성 회피 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로, 이들 국가는 질서와 계획을 선호하며 주변 상황에 아랑곳하지 않고 행동하고자 하는 경향을 보인다.

 

1. 그리스

2. 포르투갈

3. 과테말라

4. 우루과이

5. 벨기에

다음은 그 반대편의 다섯 나라, 즉 문화적으로 애매한 것에 익숙한 나라다

 

49. 홍콩

50. 스웨덴

51. 덴마크

52. 자메이카

53. 싱가포르

 

 

'우리는 각각 고유한 인격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그 밑바탕에는 우리가 성장해온 공동체의 문화적 환경을 통해 영향을 받은 것이 있으며, 그 차이는 놀라울 만큼 두드러진다 벨기에와 덴마크는 비행기로 한 시간도 걸리지 않는 거리에 위치해 있다. 그리고 덴마크인은 벨기에인과 비슷해보이기 때문에 코펜하겐 (Copenhagen) 거리에 뚝 떨어지면 그곳이 브뤼셀(Brussels) 거리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불확실성 회피라는 잣대를 놓고 보면, 두 나라는 그보다 더 멀 수 없을 만큼 먼 사이다. 불확실성의 잣대 앞에서 덴마크인은 유럽 국가 사람이 아닌 자메이카인과 훨씬 더 유사하다.

이 모든 차이를 종합해보면 위험과 불확실성을 무릅써야 하는 특정한 상황에서 덴마크인은 벨기에인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대응한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모든 흡스테드 지수 중에서 가장 흥미를 끄는 것은 아마도 권력 간격 지수(Power Distance Index. PDI)' 일 것이다. 권력 간격 지수란 특정 문화가 위계질서와 권위를 얼마나 존중하는지를 나타낸다. 이를 측정하기 위해 홉스테드는 "직원들이 관리자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음에도 두려움 때문에 그것을 드러내지 않는 일이 얼마나 자주 발생하는가?” 라는 질문을 했다.

 

권력은 그것을 가진 사람이 부끄러워하고 은밀하게 행사해야 할 그 무엇이다.” 나는 스웨덴(PDI가 낮은 나라)의 한 대학교 교직원이 권력을 행사하려면 권력이 없는 것처럼 보여야 한다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저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지도자가 격식을 차리는 모습보다 그 반대의 모습을 더 노출시키고자 한다. 오스트리아(PDI가 낮은 나라)의 수상 보루노 크레이스키(Bruno Kreisky)는 종종 전차를 타고 출근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나는 1974년에 네덜란드(PD가 낮은 나라) 수상 욥 덴 월 (Joop den Uyl)이 포르투갈에서 캠핑카를 타고 캠핑장에서 쉬고 있는 모습을 직접 목격하기도 했다. 권력자들의 이런 모습은 PDI가 높은 벨 기에나 프랑스 같은 나라에서는 거의 보기 어렵다.

홉스테드의 발견이 항공업계 종사자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으리라는 것은 충분히 짐작 가능한 일이 아닌가. 완곡어법을 추방하고 협동심을 높이기 위한 모든 노력이 결국 무엇을 위한 것이겠는가? 한마디로 그 목적은 조종실 내의 PDI를 낮추고자 하는 데 있다. 홉스테드가 했던

"직원들이 관리자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음에도 두려움 때문에 그것을 드러내지 않는 일이 얼마나 자주 발생하는가? 라는 질문은, 항공 전문가들이 부기장들에게 수없이 물었던 바로 그 질문이기도 하다.

그뿐 아니라 홉스테드의 연구는 항공산업계에서 누구도 의심해본 적 없던 부분에 대해서도 묻고 있다. 그것은 부기장들이 자기 의견을 드러내도록 하는 것은 그가 자라온 문화의 PDI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관제사가 아무리 당황스럽게 몰아붙여도 치명적 결과를 초래하는 미국인 조종사는 한 명도 없다고 했던 라트와트의 말이 뜻하는 바가 바로 그것이다. 미국은 PDI가 낮은 문화를 갖고 있다. 아무리 강 한 압박을 받을지라도 미국인은 미국인다운 방식으로 생각한다. 미국인다운 방식이란 관제탑의 관제사 역시 자신과 마찬가지로 사람일 뿐 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나라는 PDI가 그 정반대에 있다. 과연 어떤 나라일까?

바로 컬럼비아다. 비행기 조종사의 행동을 설명할 때 문화적 요소를 고려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해온 심리학자 로버트 헬름 라이히는 아비앙카 52편의 추락 사건에 큰 충격을 받았다. 그는 컬럼비아인의 국민성을 감안하지 않고는 사고 당시의 클로츠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으며, 그날 그가 곤경에 빠졌던 것은 권위에 대한 존중이 몸에 익은 사람이 빠지게 되는 곤경과 동일한 것임을 주장하는 에세이를 발표했다.

그일부를 인용해보자.

“권력 간격 지수가 높은 나라에서 상급자들이 흔히 그렇듯 기장이 명확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자, 부기장은 좌절감을 느꼈다. 부기장과 기관사 모두 기장이 결정을 내려주기를 바라며, 누구도 대안을 내놓을 생각은 하지 못하고 있었다."

클로츠는 스스로를 하급자로 보았고, 따라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그의 몫이 아니었다. 그 일은 기장이 해야만 했는데 그때 기장은 탈진 상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강압적 성향이 강한 케네디 공항 관제탑은 비행기가 계속 허공에서 맴돌도록 내버려두었다. 클로츠는 자신들이 곤경에 처했다는 사실을 전달하고자 계속 시도했지만 그는 하급자가 상급자에게 말하듯, 다시 말해 자신의 문화적 배경에서나 통하는 방식으로 이야기했다.

그러나 관제탑 요원들은 컬럼비아인이 아니었다. 그들은 권력 간격 지수가 낮은 미국인이었다. 미국인은 자신과 조종사 사이에 위계질서 가 있다는 생각 따위는 하지 않으며. 그들에게는 부기장의 완곡어법이 상급자에 대한 하급자의 간곡한 화법으로 읽히지도 않았다. 단지 그것은 조종사에게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것을 뜻할 뿐이었다.

 

자신이 하는 일에서 성공할 수 있는 능력은 출신지의 성격과 강하게 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PDI가 높은 문화에서 좋은 조종사가 나오기란 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PDI가 가장 높은 나라는 컬럼비아가 아니다. 헬름라이히와 그의 동료인 애슐레이 메리트(Ashieigh Memit)는 전 세계 조종사들의 PDI를 측정한 적이 있다. 그 결과가 궁금한가? 1위는 브라질이었고 2위는 한국이었다.

 

 199785일 대한항공 801편 항공기가 추락하기 전에도 부기장과 기관사는 오늘, 기상 레이더 덕 많이 본다.” 와 같은 힌트만을 두차례 제시하였다.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얘기를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못했다.

서구인의 의사소통은 언어학자들이 '화자중심'이라고 부르는 원칙, 즉 의사소통이 명확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부정확하게 말한 화자에게 책임을 묻는 원칙에 기반하고있다. 플로리다 항공의 비극에서도 부기장은 날개 위에 쌓인 얼음이 초래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해 네 차례나 힌트를 주었고,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 각각 다른 화법을 구사하고 있다. 그는 자신과 기장 사이의 권력 간격을 의식하긴 했지만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을 경우 말하는 사람의 문제로 보는 서구 문화에 따라 행동했다.

그러나 한국은 다른 많은 아시아 국가와 마찬가지로 청자 중심이다. 대화 내용을 알아듣는 것은 듣는 사람의 문제인 것이다. 기관사가 보기에 자신은 충분히 말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흡스테드 지수가 문제의 전부는 아니지만 문제의 일부가 여기에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왜 이렇게까지 민감하게 구는 걸까? 각각의 문화에는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으며, 특정한 형태로 행동하게 하는 힘이 있다는 점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이 그토록 어려운 일일까? 개인은 그가 속한 문화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문화를 무시하면 비행기가 추락한다.

 

8장 아시아인이 수학을 더 잘하는 이유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 수리력의 비밀

  4,8,5,3,9,7,6 연속된 7개의 숫자들을 한번보고 20초간 다른 곳을 쳐다보면 방금 외운 숫자를 기억해내 다시 큰소리로 말해본다고 하자. 영어권에 사는 사람들이 완벽하게 외워서 다시 말할 가능성은 50% 수준 그러나 중국인이라면 거의 확실하게 이 숫자를 다시 말할 수 있다.

  왜 그럴까? 인간의 기억이 작동하는 최소단위는 2초이기 때문이다. 중국어의 단어는 매우 짧다 숫자 표현이 0.25초 안에 발음될 수 있다. 같은 의미를 지니는 영어 단어는 훨씬 길다. Four, seven 0.33초 걸린다.  숫자 기억력의 차이는 전적으로 발음 길이의 차이에 따른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홍콩인이 숫자를 10자리까지 기억할 수 있는 것은 중국 광동어의 간결함에서 비롯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숫자에 이름을 붙이는 방식에도 큰 차이가 있다. 영어의 숫자 체계는 대단히 불규칙하지만 한국, 중국, 일본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영어에서는 14 fourteen, 16 sixteen, 17 seventeen이라고 하므로 Oneteen, twoteen도 있을 것으로 짐작하지만 하지만 그렇게 말하지 않고. eleven, twelve라고 말한다.

 

  1년에 3,000시간을 일하는 쌀농사꾼

  벼농사를 짓는 사람은 부지런할 수밖에 없다?

  벼농사에는 두 가지의 두드러진 특징이 있다. 첫째, 노력과 결과 사이에 명확한 관계가 있다. 논에서는 열심히 일한 만큼 수확량이 늘어난다. 둘째 복잡하다.

  봄에 씨를 뿌린 다음 가을에 걷기만 하면 되는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가족의 노동력을 잘 조합해야 하고 종자 선택을 통해 불확실한 위험을 회피해야 하며 섬세하게 수로를 만들고 유지하는 가운데, 두 번째 종자를 뿌릴 시기와 첫 번째 추수를 하는 시점을 절묘하게 파악해 협업으로 빠른 시간 안에 그 복잡한 과정을 해치워야 한다.

  이 책에서 살펴본 성공사례 중 어느 누구도 동료보다 열심히 일하지 않고 그 결과를 얻은 사람은 없었다. 빌 게이츠는 어린 시절부터 컴퓨터에 중독되어 모니터 앞에서 살았다. 빌 조이도 그랬다. 비틀스는 함부르크에서 1만 시간을 연습했다. 기회가 오기 전까지 조셉 플롬은 밑바닥에서 기업의 인수합병과 관련한 기술을 갈고닦았다.  성공하는 모든 사람은 열심히 일한다.

  재능보다 태도가 중요하다

  우리는 보통 수학을 잘하는 재능은 타고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쇤펠트는 재능보다 태도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시도하고자 하면 수학을 마스터할 수 있다는

  얘기다. 쇤펠트는 학생들에게 그것을 가르치고 싶어 한다.  성공은 대개 보통사람이 30초 만에 포기하는 것을 22분간 붙잡고 늘어지는 끈기와 지구력, 그리고 의지의 산물이다.

  벼농사 문화와 수학실력의 놀라운 상관관계

  우리는 어떤 나라가 노력과 끈기에 가장 큰 가치를 부여하고 있는가를 통해 그 나라의 수학 성적을 예측할 수 있다

그 순위의 상위권에 어떤 나라가 놓여 있을까? 그 결과는 별로 놀랍 지 않을 것이다. 싱가포르, 한국, 대만(중국), 홍콩, 그리고 일본이다.

 이 다섯 나라는 공통적으로 논에 물을 대는 쌀농사를 지어왔고, 그 일에서 삶의 가치를 찾는 문화가 자리 잡은 나라들이다 그들 나라는 돈 한 푼 없는 가난한 농부들이 1년에 3,000시간씩 수 백 년간 질척대는 논바닥에서 일하면서도 서로 1년 내내 해뜨기 전에 일어날 수 있다면 어찌 부자가 못 되리"라고 말해온 그런 곳이다.

  아시아인의 경향을 잘 보여주는 과학적 연구를 하나 소개한다.

  초등학교 1학년짜리 일본인, 미국인 학생에게 매우 어려운 퍼즐을 내주고 그 문제를 언제까지 풀고 있는지 측정하는 실험을 해 보았다. 미국 어린이들은 평균적으로 9.47분간 문제를 풀려고 했고 일본 어린이들른 13.93분간 붙들고 있었다. 이것은 일본 어린이들이 미국 어린이들에 비해 40퍼센트 정도 긴 것이다.

 

  9장 마리타에게 찾아온 놀라운 기회

  노력과 휴식은 병행되어야 하는가

 

 뉴욕이 사랑하는 공립학교

 1990년대 중반, 뉴욕시의 루게릭(Lou Gehrig) 중학교 4층에서 키프(KIPP) 아카데미라는 실험적인 공립학교가 문을 열었다. 루게릭 중학교는 뉴욕시에서도 가장 가난한 지역인 사우스 브롱크스의 일곱 번째 학군에 위치하고 있었다. 거리 양편으로 을씨년스러운 고층건물이 솟아있는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1960년대 스타일의 장방향의 회색 건물이 루게릭 중학교이다. 그곳에서 몇 블록을 더 지나면 그 지역의 주요 관문인 그랜드 콩코스(Grand Concourse)가 있다. 이 거리는 해가 지고 난 후에 명랑한 기분으로 돌아다닐 수 있는 곳이 아니다.

키프는 학급당 학생수가 많으며 2학년은 35명씩 두 반으로 나뉘어져 있다. 입학시험이나 자격요건 심사 따윈 없으며 브롱크스에 사는 학생 중 초등학교 4학년 때 지원한 학생들 중에서 추첨해 신입생을 받는다.

절반에 가까운 학생이 흑인이고 나머지는 히스패닉이며, 그들 중 4분 의 3이 편모 혹은 편부 슬하에서 자라고 있다. 또한 90퍼센트가 무료나 저가급식을 신청하는데, 이는 그들의 가정이 너무 가난해 연방정부의 도움을 받아야만 점심을 먹을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키프는 선생을 곤경에 빠뜨리는 학생들로 가득 찬 인근의 다른 학교와 다를 게 없어 보이지만, 막상 문을 열고 들어가 보면 뭔가 다르다는 것을 금세 알 수 있다. 학생들은 복도에서 조용히 한 줄로 걸어 다닌다. 또한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말을 거는 다른 사람에게 'SSLANT 라 고 말하도록 교육받았는데, 이것은 웃어라(smile), 똑바로 앉아라(Sit up), 들어라(listen), 질문해라(ask question), 누군가 말을 하면 고개를 끄덕여라(nod when being spoken to), 눈으로 수업 내용을 쫓아라 (track with your eyes)의 머리글자를 딴 것이다. 벽에는 키프 졸업생이 다니는 학교의 깃발이 수백 개나 걸려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브롱크스 너머에 사는 수백 가구의 자녀가 키프의 5학년 학생 선발 대상자가되기 위해 추첨에 참여했다.

설립된 지 고작 10년 만에 키프가 뉴욕시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선호하는 공립학교가 되었다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키프는 특히 수학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사우스 브롱크스에서는 중학생 중에서 오직 16퍼센트만이 자기 학년 수준 혹은 그보다 높은 수준의 수학 실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키프에 들어오면 5학년이 끝날 때쯤 모두들 수학을 가장 좋아하게 된다.

키프를 설립한 데이비드 레빈(David Levin)은 키프 학생들의 특징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우리 학생들은 읽기 실력이 문제예요. 작문 실력에서는 약간 고전을 하죠. 하지만 이곳을 졸업하면 수학 실력으로 휩쓸게 됩니다."

현재 미국 전역에는 50곳이 넘는 키프 학교가 있으며 계속 늘고 있는 추세이다. 키프 프로그램은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교육 철학을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키프의 성공요인은 커리큘럼이나 교사, 교육자원. 그리고 제도적 혁신에 있지 않다. 키프의 성공을 제대로 이해하려 면, 문화적 유산의 중요성을 다시금 진지하게 고려해야만 한다.

매사추세츠 공립교육의 선구자인 호레이스 만은 학생들에게 너무 많은 공부를 시키는 것은 '인격과 습관에 가장 유독한 영향을 미치며 정신의 지나친 활동으로 건강 자체가 파괴되는 일 또한 드물지 않다'고 믿었다.

 노력과 휴식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일과 공부에 대한 아시아 적 관점과 많이 다르다. 다시 말하지만 아시아적 세계관은 오랜 세월의 벼농사를 통해 다져진 것이다. 중국의 농부들은 주장강 삼각주에서 한 해에 벼를 두 번, 때에 따라서는 세 번 수확했다. 물론 노는 땅은 거의 없었다. 쌀농사를 짓는 문화권의 특징 중 하나는 비료가 수로를 통해 물과 함께 들어가기 때문에 땅이 개간되고 논두렁을 많이 파놓을수록 그땅이 비옥해진다는 것이다. 서구식 경작법은 상황이 정반대다. 따라서 경작지가 휴식 없이 계속 작물을 생산하다 보면 토양의 양분이 사라져버리기 때문에 봄과 가을에 힘겹게 씨를 뿌리고 수확을 하면 여름과 겨울에는 땅을 쉬게 한다. 학생들의 두뇌를 향상시키고자 했던 교육 개혁가들이 염두에 두고 있던 것도 바로 이 모델이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는 것에 대한 비유를 활용해 모르는 것을 이해하고자 하는데, 개혁자 들이 알고 있었던 것은 계절에 따른 농사의 순환이었던 것이다.

인간의 정신세계 역시 일궈야 한다. 그러나 너무 많이 일구면 도리어 황폐해진다. 그러한 현상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오늘날 학생들의 학습 패턴을 결정짓고 있는 미국의 독특한 문화유산, 즉 긴 여름방학이 바로 그 해답이다.

 

아시아인이 수학에서 우위를 점하는 이유가 이 시점에서 갑자기 명확해 진다. 아시아의 학생들은 긴 여름방학을 즐기지 않는다. 왜 그럴까? 성공하고 싶다면 1년 내내 해뜨기 전에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하는 문화적 토양 아래서는 3개월이나 학교에 가지 않는 긴 방학을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평균적으로 미국의 수업 일수는 약 180일이다. 한국의 수업 일수는 220일 정도다. 일본 학생은 평균 243일간 수업을 듣는다.

한번은 전 세계의 학생들이 수학 실력을 겨루는 시험에서 시험지에 출제된 미적분, 대수, 기하학을 수업시간에 얼마나 다루었는지 조사해본 적이 있다. 일본의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은 92퍼센트가 그 내용을 수업시간에 다뤘다고 대답했다. 한 해에 243일간 수업을 듣는 교육과 정의 가치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배워야 할 것을 전부 배울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고, 그것을 까먹을 만한 여유는 거의 없다.

 빈곤층 학생들에게 미국의 교육시스템은 작동하지 않는다. 긴 여름방학이 안고 있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키프 학교는 바로 그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그들은 미국의 도시 한가운데에

쌀농사의 교훈을 심고자 하는 것이다.

수업시간이 50~60퍼센트나 더 길다는 말을 실감하기 위해 한 키프 학생의 평범한 하루 일과를 들어보자. 그 학생의 이름은 마리타 (Marita)이다.

마리타는 편모슬하에서 자란 외동딸로 어머니는 대학에 가본 적이 없다. 두 사람은 브롱크스에서 방이 하나뿐인 아파트에 살며 마리타의 어머니가 키프에 대해 듣기 전까지, 마리타는 집 근처에 있는 학교에 갈 생각이었다.

"4학년 때 제 친구 타냐(Tanya)와 함께 키프에 지원했어요. 오웬 (Owen) 선생님이 생각나요. 저를 인터뷰했는데 말하는 내용이 너무 딱딱해서 교도소에 들어온 줄 알았어요. 거의 울 뻔했죠. 선생님은 사 인하고 싶지 않으면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엄마가 옆에서 보고 있었기 때문에 할 수 없이 사인을 했어요." 이후 마리타의 삶은 확 바뀌었다(마리타가 열두 살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자).

"저는 새벽 다섯 시 45분에 일어나요. 늦지 않으려면 할 수 없어요.

이 닦고 사워하고 •••••• 늦으면 학교에서 아침을 먹어요. 늘 꾸물대서 대체로 한소리 듣고 가는 편이고요. 친구 다이애나(Diana)와 스티븐 (Steven)을 버스정류장에서 만나 1번 버스를 타고 가요" 키프 학생들 중 다수가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먼 거리를 통학해야 하기 때문에, 다섯 시 45분에 일어나는 것은 통상적인 일이다. 언젠가 레빈은 70명의 아이가 있는 중학교 1학년 음악 교실에 들어가, 아침에 몇 시에 일어나는지 물어보았다. 여섯 시 넘어서 일어나는 학생은 손 가락 안에 꼽을 정도였다. 4분의 3에 해당하는 학생이 여섯 시 전에 일어났던 것이다 그리고 거의 절반이 다섯 시 30분 전에 일어난다고 대답했다. 마리타의 학교 친구인 호세(JoSe)는 때로 새벽 서너 시까지 깨어있을 때도 있고 그럴 때면 학교에 가기 전까지 "잠깐 눈을 붙인다" 고 말하기도 했다. 마리타의 말은 계속된다.

 "학교는 다섯 시에 끝나기 때문에 한눈을 팔지 않으면 집에는 다섯 시 30분에 오게 돼요. 엄마한테 인사하고 빨리 숙제해야 돼요. 숙제가 별로 없는 날에는 두세 시간 걸리기 때문에 아홉 시 정도에 끝낼 수 있어요. 작문 숙제가 있으면 열 시나 열 시 반까지 해야 하죠. 여덟 시쯤에 저녁을 먹고 한 30분쯤 쉬고 다시 하던 거 하죠. 숙제가 끝나면 엄마가 뭘 했는지 물어보는데 열한 시에 자야 하니까 엄마랑 빨리 얘기 해야 해요. 내일 준비물을 챙겨놓고 침대로 들어가야 하니까요.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얘기하다가 열한 시가 넘으면 엄마가 졸기 시작해요. 그러면 저도 자고 다음날 아침에 또 일어나는 거죠. 저는 엄마랑 방을 같이 써요. 침실이 작아서 둘로 나눠 쓸 수가 없어요."

 마리타는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말했지만 자신이 다른 아이들과 얼마나 다른 방식으로 살고 있는지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마리타는 로펌에 갓 들어간 신참 변호사나 레지던트 과정의 수련의 처럼 살고 있다. 남는 것은 퀭해진 눈가와 빈 커피잔으로 이것은 마리타처럼 어린 소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할 일이 너무 많을 때는 잠을 포기하기도 해요. , 열두 시 넘어서 잘 때도 있는데 그러면 다음날 오후쯤 졸려요. 가끔은 수업시간에 졸죠. 그래도 배워야 하니까 어떻게 해서든 깨어 있어야 해요. 한번은 졸다가 선생님께 걸린 적이 있는데 수업 끝나고 얘기 좀 할까? 하시더니 '왜 졸고 있니? 라고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래서 늦게 자서 그렇다고 말씀드렸죠. 선생님은 '넌 좀더 일찍 자야 해" 라고 하셨어요."

 

21세기, 마리타의 기적을 꿈꾸다

 마리타의 삶은 일반적인 열두 살 짜리와 다르다. 또한 우리는 열두 살 어린이가 그렇게 살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우리는 어린이들이 잘 놀고 좋은 꿈을 꾸고 충분히 잠을 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마리타는 책임을 지고 있다. 그녀는 대한항공 조종사들과 마찬가지로 어려운 질문에 대면했고 자신의 삶을 바꾸기로 결정했다.

대한항공 조종사들은 자신이 하는 일에서 성공하기 위해 자기 고유의 정체성을 어느 정도 포기해야 했다. 한국 문화에 뿌리내린 권위에 대한 존중은 비행기 조종석의 현실과 전혀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리타 역시 자신이 속한 문화적 유산 속에서는 중산층이나 상류층 가정처럼 주말과 여름방학 동안 어린이에게 더 많은 경험을 제공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방향을 선택해야만 했다. 마리타가 속한 공동체는 마리타에게 필요한 것을 제공하지 못했다. 그 결과. 마리타는 키프에 다니면서 이전 세계의 모든 것, 즉 저녁시간과 주말, 친구들을 포기했다.

마리타의 말을 다시 들어보자. 읽다 보면 조금 가슴이 아파진다.

"으음, 저는 5학년이 되었을 때도 예전에 다니던 학교 친구랑 계속 연락하고 있었어요. 금요일마다 학교가 끝난 후 그 친구의 집에 가서 일하러 가신 걔네 엄마가 돌아오신 때까지 함께 있었지요. 개네 집에서 숙제를 하곤 했어요. 그런데 그 친구에게는 숙제가 없어요. 제 친구는 '이런, 너 정말 학교에서 공부를 많이 하는구나' 라고 말했죠. 자기도 키프에 가고 싶지만, 거기에 다니면 너무 힘들어서 다니고 싶지 않다는 말도 했어요. 저는 '다들 키프에 다니는 것이 힘들다고 하지만 한번 적응하면 별로 안 어려워라고 했죠. 그 친구는 '그건 네가 똑똑해서 그런 거야라고 하더군요. 저는 '아니야. 우리 학교 애들 중에 똑똑한 애는 없어라고 했어요. 다섯 시까지 학교에 있어야 하고 돌아와서도 숙제를 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의욕을 잃은 것 같아서 저는 숙제를 많이 하면 다음날 수업에 도움이 된다고 얘기해줬어요. 개는 그 얘기를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지금 만나는 친구들은 모두 키프 애들이에요."

그러면 마리타의 시각에서 이 일을 생각해보자.

 마리타는 학교와 거래를 하고 있다. 새벽 다섯 시 45분에 일어나고 토요일에도 학교에 가며 밤 열한 시까지 숙제를 한다. 대신 키프 프로그램은 가난의 수렁에 빠져 있는 마리타 같은 학생들에게 그곳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 과정은 정말 효과를 발휘해서 키프 학생들 중 90퍼센트는 브롱크스의 낙후된 고등학교가 아닌 사립고등학교나 가톨릭 교구에서 설립한 고등학교에 장학금을 받고 입학한다. 그리고 키프 졸업생 중 80퍼센트 이상이 대학에 가는데, 대부분의 경우 그들은 가족 중 최초의 대학생이 된다.

이것을 어떻게 나쁜 거래라고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성공은 예측 가능한 경로를 통해 달성된다고 배웠다. 가장 똑똑한 사람이 성공하는 게 아니다. 만약 그렇다면 크리스토퍼 랭건은 아인슈타인과 같은 반열에 서야 한다. 그렇다고 성공이 우리 스스로 만들어 낸 결정과 노력의 산물로만 이뤄진 것도 아니다.

 성공은 주어지는 것이다. 성공하는 사람은 기회를 얻었다. 물론 그들 에게는 그 기회를 움켜잡을 힘과 마음자세가 있었다.

1월에 태어난 하키선수나 축구선수는 올스타팀에 들어가기에 보다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비틀스에게는 함부르크가 기회였다. 빌 게이츠는 정확한 시기에 태어났고 그가 다니던 고등학교에 컴퓨터 터미널이 설치되었다. 조셉 플롬과 왁텔, 립톤, 로젠 & 카츠의 창업자들 에게는 복합적인 기회가 있었다. 그들은 올바른 시기에 올바른 부모 밑에서 올바른 정체성을 지니고 태어났고, 따라서 그들은 나머지 법조계가 잠들어 있던 20년간 인수합병에 대한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었 다. 대한항공은 자신을 지배하고 있던 문화적 유산의 손아귀에서 벗어 남으로써, 조종사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보다 나은 회사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매우 단순하다. 하지만 놀라우리 만치 간과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가장 똑똑한 사람이 최선을 다해 성공한다는 신화는 그저 자신이 할 일에 충실했다는 뜻 정도로만 이해되어야 한다. 우리는 빌 게이츠를 바라보면서 우리가 사는 세상은 열세 살 소년도 최고의 억만장자가 될 수 있는 곳이라며 자화자찬 한다. 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오지 단 한 명의 소년에게만 1968년도에 시간 공유 터미널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만약 백만 명의 소년에게 같은 기회가 주어졌다면, 오늘날 얼마나 더 많은 마이크로소프트가 활약하고 있을까? 성공에 대한 진정한 교훈을 잘못 이해하거나 무시하면 우리는 재능을 낭비하게 된다. 만약 캐나다에 7~12월에 태어난 아이들을 위한 또 다른 리그가 있다면 우리는 두 배로 많은 성인 하키스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모든 전문영역에서 놓쳐버린 잠재력을 합쳐보자. 이 세상은 우리가 만들어 놓은 것보다 더 풍성한 곳이 될 수도 있었다.

마리타에게는 번쩍거리는 시설과 넓은 운동장이 확보된 새 학교가 필요하지 않았다. 개인용 노트북, 적은 수의 학급, 박사학위를 딴 선생, 그리고 더 큰 아파트도 필요치 않았다. 크리스토퍼 랭건처럼 높은 IQ가 필요한 것도 아니었다. 물론 그런 게 있다면 더 좋았을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요점을 놓치는 것이다. 마리타는 그저 기회가 필요했고 마리타가 사는 세상에서는 진짜 성공으로 이어질 단 하나의 기회조차 너무 드물게 주어지고 있었다. 이제 그녀에게 주어진 기회를 생각해보 자! 누군가가 사우스 브롱크스에 한 뼘의 논을 떼와 마리타에게 가치 있는 일의 기적을 가르쳐주고 있다.

 

 

 

2장 유산에서는

문화적 유산은 세대를 뛰어넘어 유지 또는 전달되고 있다는 것을 증명 및 설명 하기 위하여 할란의 미스터리를 예를 들었고 우리가 성장해온 공동체의 문화적 환경을 통해 영향을 받는 것이 많으며 이로 인하여 서로 다른 문화적 유산은 어느 나라 사람들에겐 어떤 직업(비행기 조종사)과 맞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항공기 추락 사건의 예를 통하여 알게 되었다.

 서양보다 발음 길이가 짧고 1년에 3,000시간을 일하는 쌀 농사 문화권의 아시아인이 왜 수학을 더 잘하는지에 대한 이유도 알 수 있었다.

 뉴욕이 사랑하는 공립학교 키프와 그 학교에 다니는 마리타를 예를 들어 학업에서 노력과 휴식은 병행되어야 한다고 믿었던 기존 개념을 뒤집어 놓았을 뿐만 아니라 문화적 유산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였습니다. 우리는 보통 서양식 교육이 좋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긴 여름방학은 반복 학습에 이롭지 않을 수 있다는 것도 여기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서구식 교육은 언어를 습득하기엔 유리 하지만 반복적으로 계산을 하고 시간을 들여 생각해야 하는 수학을 배우기에는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하키선수, 빌조이, 로버트 오펜하이머, 그리고 그밖에 다른 어떤 부류의 아웃라이어라고 하더라도 "나는 이 모든 것을 내 힘으로 해냈다"라고 말할 수 없다.

  슈퍼스터 변호사와 수학 천재, 소프트웨어 기업가는 얼핏 우리의 일상적인 경험에서 벗어난 존재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그들은 역사와 공동체, 기회, 유산의 산물이다. 그들의 성공은 예외적인 것도 신비로운 것도 아니다. 그들의 성공은 물려받거나, 자신들이 성취했거나 혹은 순전히 운이 좋아 손에 넣게 된 장점 및 유산의 거미줄 위에 놓여 있다. 이 모든 것이 그들을 성공인으로 만들어내는 데 결정적인 요소였다.

  아웃라이어는 결국, 아웃라이어가 아닌 것이다.

 

우리는 평범한 사람이다. 재능이 없다. 그러면 더욱더 열심히 공부하고 연습을 해야 한다.

 

이상의 것들이 이 책이 우리에게 전달해 주는 교훈 같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시길 기원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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